[헤럴드비즈] 37년 만에 바뀐 담배 정의…시장은 이미 다음 수를 뒀다

2026. 5. 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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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4일, 1988년 담배사업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담배'의 법적 정의가 바뀌었다.

기존에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만 담배로 규정했지만, 개정법은 '연초 또는 니코틴'을 원료로 한 제품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마지막으로 담배사업법의 정의를 준용하는 국민건강증진법, 담배유해성관리에관한법률 등 관련 법률 전반에서 기존 궐련 중심의 규제가 모든 담배제품으로 확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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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4일, 1988년 담배사업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담배’의 법적 정의가 바뀌었다. 기존에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만 담배로 규정했지만, 개정법은 ‘연초 또는 니코틴’을 원료로 한 제품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2008년 액상형 전자담배,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가 잇달아 국내에 출시되며 흡연(담배사용)행태가 빠르게 달라졌는데도, 법의 정의는 37년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개정은 세 가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연초 잎이 아닌 합성니코틴을 사용하거나 연초의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법의 사각지대에서 활개 쳤던 액상형 전자담배가 비로소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청소년 흡연 시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제품이 바로 이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번째는 원료와 무관하게 니코틴 물질 자체를 담배로 규정함으로써, 결국 담배업계의 사업 핵심이 니코틴의 약리 작용에 있다는 사실을 국내법에 명문화했다. 마지막으로 담배사업법의 정의를 준용하는 국민건강증진법, 담배유해성관리에관한법률 등 관련 법률 전반에서 기존 궐련 중심의 규제가 모든 담배제품으로 확대 적용된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담배정의 확대의 필요성이 수년간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입법부와 행정부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업계는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점을 예상하고, 대규모 재고를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에서도 재고품에 대해 안전관리 대책을 추진하고 고농도의 니코틴 용액을 온라인에서 판매한 업체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재고품이 시장에서 소진될 때까지 개정법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더 나아가 니코틴과는 다른 분자구조를 갖지만 동일하거나 더 강력한 효과를 내는 유사니코틴 액상이 오히려 이번 법 개정을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삼고 있으며, 니코틴을 아예 쓰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무니코틴 액상도 시장에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번 담배정의 확대가 실제 국민 건강 보호로 이어지려면 차원이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담배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실내 전자담배 사용, 여러 담배제품의 동시 사용, 유치원·초등학교 앞까지 파고든 전자담배 무인자판기 매장까지, 담배제품과 흡연행태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법·정책·금연사업이 즉각 대응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국내 금연정책과 흡연예방교육이 여전히 궐련 중심에 머물러 있는 지금, 모든 영역에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유사니코틴, 무니코틴 제품을 어느 부처가 담당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정부의 정책 방향이 하루빨리 선언되어야 한다. 방향이 불확실하면 업계 역시 제도권 진입보다 사각지대에 머무는 쪽을 택하게 된다.

국민 스스로도 오해를 풀어야 한다. 담배를 제조·판매하던 공기업은 25년 전 이미 민간 주식회사로 전환됐다. ‘국가가 담배를 팔면서 금연을 강요한다’는 불신이 커지면 금연 관련 어떤 정책도 동력을 잃는다.

영국은 전자담배에 가장 우호적이었던 나라였지만, 청소년 사용 급증이라는 현실 앞에 일회용 전자담배 제조·수입·판매를 금지하고 2009년 이후 출생자가 평생 흡연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법으로 못 박았다. 세계는 이미 방향을 정했다. 우리도 이번 담배정의 확대를 출발점 삼아, ‘전속력’으로 그 방향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 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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