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30] ② 첫 '48개국' 월드컵, 3위여도 탈락할 수 있다… 홍명보호가 기억해야 할 1994 미국 월드컵
<베스트일레븐> 임정훈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6월 12일(이하 한국 시각) 오전 11시 체코를 상대로 대망의 2026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첫 경기를 치른다. 이어 6월 19일 오전 10시엔 멕시코, 6월 25일 오전 10시엔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을 차례로 상대한다. 13일 기준으로 북중미 월드컵은 어느덧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인의 축제가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현시점에서 짚어볼 만한 네 가지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월드컵 48개국 참가 속 한국'이다. <편집자 주>

이번 월드컵은 최초의 3개국 공동 개최 월드컵이자 본선 월드컵에 진출하는 국가가 48개국으로 확대된 대회다. 본선 진출국이 증가한 만큼, 총 경기 수도 역대 최다인 104경기로 늘어났다. 토너먼트 자리도 32자리로 증대됐다. 따라서 조별리그에서 각 조 1·2위인 24팀과 함께 승점·득실·다득점에 따라 상위 8팀에 해당하는 3위도 32강에 오른다.
조별리그 3위에도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열린 건 분명한 기회다. 하지만 넓어진 32강의 문이 곧 쉬운 길을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48개국 체제의 첫 월드컵은 생각보다 정교한 계산을 요구한다. 조 3위 12팀 중 8팀이 올라가는 건 맞지만, 4팀은 결국 탈락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홍명보호는 과거를 톺아봐야 한다. 홍명보 감독이 선수로 직접 뛰었던 1994 FIFA 미국 월드컵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당시 본선 참가국은 24개국이었다. 이 대회는 6개 조의 1·2위 12개 팀과, 각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4개 팀이 16강에 오르는 방식이었다. 북중미 월드컵과 규모는 다르지만 구조는 몹시 닮았다. 다가오는 대회와 마찬가지로, 조 3위도 살아남을 수 있는 월드컵이었다. 대회 사이즈만 절반일 뿐, 방식은 똑같았다고 보면 된다.

당대 김호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1994 FIFA 미국 월드컵 C조에서 독일, 스페인, 볼리비아와 한 조에 묶였다. 한국은 1차전에서 '난적' 스페인과 맞붙었다. 1990 FIFA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우리에게 1-3 패배를 안겨준 바로 그 팀이었다. 한국은 후반 40분까지 스페인에 0-2로 끌려가다 후반 막판 홍명보와 서정원이 두 골을 몰아쳐 극적인 2-2 무승부를 만들었다.
남미 지역 예선에서 브라질을 격파했던 '복병' 볼리비아와의 2차전에서는 0-0으로 비겼다. 3차전엔 그때 FIFA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마주했다. 전반에만 세 골을 내줬지만, 후반에 황선홍과 홍명보의 연속 추격골로 2-3까지 만들었다.
조별 라운드 전반적 경기력만 보면, 한국은 분명 괜찮은 수준이었다. 험난한 조 편성에도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버틸 수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순위표는 냉정했다. 2무 1패, 조 3위였다. 한국은 조 3위를 하고도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앞서 언급했듯, 조별리그에서 조 3위 6개국 중 상위 4개 팀이 16강 진출 티켓을 얻는 방식이었는데, 한국은 끝내 상위 4개 팀에 들지 못한 것이다. 괜찮은 퍼포먼스였고, 패배도 단 한 번뿐이었는데도 말이다.
○ 1994 FIFA 미국 월드컵 각 조 3위들의 합산 순위표
1위 아르헨티나(D조 3위) - 2승 1패(승점 7) 골득실 +3
2위 벨기에(F조 3위) - 2승 1패(승점 7) 골득실 +1
3위 미국(A조 3위) - 1승 1무 1패(승점 4) 골득실 0
4위 이탈리아(E조 3위) - 1승 1무 1패(승점 4) 골득실 0
5위 러시아(B조 3위) - 1승 2패(승점 3) 골득실 +1
6위 대한민국(C조 3위) - 2무 1패(승점 2) 골득실 -1
※ 4위 이탈리아까지 16강 진출. 5위 러시아와 6위 한국은 조별 라운드 탈락.

한국은 결국 '1승'이 부족했다. 토너먼트로 향할 각 조별 3위 상위 4개팀을 뽑는 과정에서 최하위인 6위를 기록하고 말았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와 '탈락'이라는 결과가 동시에 남았다.

한국의 이번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성적도 그래서 더 중요하다.
첫 경기 체코전은 사실상 이번 월드컵의 향방을 결정할 승부처다. 48개국 체제에서는 한 경기 패배가 곧바로 탈락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승점을 얻지 못하면 이후 계산은 급격히 복잡해진다. 멕시코는 개최국 이점을 안고 있다. 남아공전은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체코전에서 승점 3을 확보하는 것이 홍명보호의 최우선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멕시코전은 객관적 전력과 환경을 고려하면 한국이 주도권을 완전히 쥐기 어려운 흐름도 예상할 수 있다. 이 경기에서 중요한 건 무리한 승부보다 기록 관리다. 승점 1을 가져오거나, 패하더라도 골득실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실점이 많은 패배는 단순한 1패가 아니라, 32강 진입 경쟁 전체에서 치명상이 될 수 있다. 3위 경쟁은 조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다른 조 3위들과 승점은 물론, 골득실까지 비교해야 한다.
마지막 남아공전은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경기다. 1994년의 한국을 반추해보자. 스페인과 독일을 상대로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었지만, 비교적 약체로 여겨진 볼리비아를 상대로 비기며 승점 3을 따내지 못했다. 결국 그 한 경기의 무승부가 16강 실패로 이어졌다. 2026년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겨야 할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남아공전은 1994년의 볼리비아전과 유사하다.
48개국 체제로의 확대는 과거보다 토너먼트로 향하는 문은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문 앞엔 예상보다 많은 계산이 놓여 있기도 하다. 조 3위 생존 경쟁은 '기회'처럼 보임과 동시에 '함정'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애매한 승점을 거두면 기회가 되기보다는 함정 쪽에 가깝다. 그러니 설령 3위로 밀리더라도, 상위 8팀 안에 들 수 있는 승점과 골득실을 확보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1994년의 한국은 조 3위로도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존재했던 미국 월드컵에서 C조의 3위였지만 끝내 탈락하고 말았다. 2026년의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 닥치지 말란 법은 없다. 홍명보호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32년 전 한국이 놓쳤던 '한 끗'을 잘 붙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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