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메시지 혼선 삼성과 함께 자폭하나···노조 막을 동력 상실

이상헌 기자 2026. 5. 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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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 이름 바꾼 'AI 기본소득' 최신판
해외 시장 이념 메시지 발산 정책 실패
투자자들 사회주의 정책 노골화로 이해
청와대 선긋자 김용범 실장만 난처해져
김용범 정책실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의 정책 메시지 혼선에 삼성전자 노사 협상 국면까지 흔들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견제했지만, 대통령실 정책라인에서는 AI·반도체 초과이익을 국민 전체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오면서 시장 혼선이 커졌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노조에는 "기업 과실을 사회적으로 나누자면서 왜 노동자 몫은 막느냐"는 협상 명분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김용범 정책실장이 SNS에 올린 AI 인프라 시대 국민배당금 구상에 대해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실장의 발언이 갑자기 튀어나온 즉흥 구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대체적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일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결렬된 뒤 총파업 가능성이 현실화하자, 정부는 뒤늦게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 생산 차질과 외국인 투자심리 악화가 동시에 터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국민배당금' 발언이 해외 시장에는 AI 횡재세 신호로 번진 상황에서, 구 부총리의 발언은 단순한 중재 메시지라기보다 정책 메시지가 불러온 파장을 수습하려는 긴급 방어에 가까웠다. 다만 이 대통령이 지난 5년 동안 AI 기본소득 취지의 발언을 반복해왔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개인 의견" 해명만으로 정책 연속성 논란을 끊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당시 "전국민 보편 기본소득 100만원 지급"을 공약으로 내건 뒤, 2024년 5월에는 SNS에 "기본소득은 AI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제도"라고 명시했다.

2025년 4월 대선 출마 선언에서는 "AI 기본사회"를 전면에 내세웠고, 2025년 11월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는 "AI 충격 속 기본 튼튼한 사회"로 이념적 논리를 강화했다. 2026년 3월에는 '기본사회기획단'이 정부 조직으로 출범했고, 4월 정부는 "2027년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면담에서는 이 대통령이 직접 "AI 시대 기본소득이 필요한가"를 질문하기도 했다.

김 실장의 SNS 글은 이 같은 정책 기조를 반영했다. "기본소득"이라는 어휘만 "국민배당금"으로 바꿨을 뿐 정책 골격은 동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청와대가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은 발언 역시, 5년간 이름만 바꿔 이어져 온 이재명식 분배 정책의 연장선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 반세기 걸쳐 전 국민이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며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주식시장에선 김 실장의 글이 삼성전자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비판한 이 대통령 발언의 연장선으로 읽혔다. 다만 해외 투자자들에겐 기업 이익이 사회적으로 환원돼야 한다는 논리로 받아들여지면서, 전영현 부회장을 필두로 하는 삼성전자 경영진이나 주주들이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비판할 근거까지 약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황급히 김 실장과 선을 그으며 발을 뺐지만 이미 '반도체 초과이익은 사회적으로 나눠야 한다'는 메시지 자체는 시장과 노조에 전달된 상태"라며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노조 입장에서는 '기업이익을 사회적으로 환원해야 한다면서 왜 노동자 몫 확대는 막느냐'고 더 강하게 밀어붙일 명분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노조 입장에서는 정책 라인의 일관성 자체가 협상 무기가 된다. 2022년 보편 기본소득에서 2026년 국민배당금까지 5년간 동일한 분배 정책이 추진돼 온 상황에서, 정부가 "노조 성과급은 과도하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으로 비친다. 노조는 정부의 분배 논리를 그대로 받아 임금 협상에 적용할 수 있는 자리에 섰다.

해외 투자자들이 본 '횡재세' 정권
기업 이윤 개입으로 비친 순간 끝

해외 자금시장의 해석은 청와대를 더 옭아맨다. 블룸버그 등 외신망을 통해 관련 발언이 영문으로 확산되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를 반도체 횡재세 논의로 받아들였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7999선을 터치하며 8000선 돌파를 시도하던 상황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HBM·D램 수출 증가 기대가 커졌고, 법인세 수입과 무역흑자 확대 전망도 동시에 반영되고 있었다.

문제는 글로벌 자금시장이 청와대 해명을 국내 정치권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김용범 실장이 "개인 의견"이라고 수습하더라도, 정권 핵심 정책라인 내부에서 반도체 초과이익 환수 인식이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정책 리스크 변수에 반영한다.

물론 김 실장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지난 5년 대통령 발언을 정책적으로 확장해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노조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구조적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자본시장에 이념적 메시지를 들이댄 것이 가장 큰 실수"라며 "김 실장 발언은 의도보다 번역된 효과가 훨씬 컸다"고 말했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 연합뉴스

☞AI 기본소득과 국민배당금 = AI·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의 일부를 국민 전체에게 구조적으로 환원하자는 개념이다. 형식상으로는 특정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국가 인프라 기여를 근거로 한 '산업 배당' 논리다. 다만 실제 정책 구조에서는 국가가 기업·산업의 초과이익 일부를 공적 재원으로 간주한 뒤 국민에게 재분배한다는 점에서 토마 피케티식 극좌 정책과 매우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생산성과 기업 이익이 급증하는 대신 일자리·소득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국가가 AI 시대의 부를 국민 전체에 재분배하자는 개념이다. 명칭은 '기본소득', '기본사회', '국민배당금' 등으로 달라졌지만 핵심 구조는 동일하다. AI·반도체·플랫폼 산업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을 사회 전체의 공동 자산으로 보고 이를 국민 단위 현금·복지 형태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같은 정책 계열로 분류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