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돈 번다는데”… 치킨값도 못 올리는 사장들

제주방송 김지훈 2026. 5. 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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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출은 폭주하는데 시장 “버티는 것도 끝”
정부가 기름값 눌러도 현장은 이미 한계선
KDI “고유가 길어지면 물가 최대 1.6%p 추가 상승”

삼겹살 값은 뛰고, 마트는 할인행사를 더 붙이고 있습니다.

치킨집에선 배달 수수료와 전기료를 버티면서도 가격표는 쉽게 못 바꿉니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식재료값이 오른 걸 알지만 손님 발길부터 걱정합니다.

그런데 같은 시각, 경제 성장률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반도체 수출은 급증했고 미국 투자은행들은 한국을 AI 시대 핵심 수혜국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습니다.

시장 체감만 더 팍팍하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중동 전쟁 장기화와 고유가 충격이 이어질 경우, 지금의 물가 억제 흐름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습니다.

■ 성장률 뛰는데… 시장은 “남는 게 없다”

13일 OECD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7%를 기록했습니다. 전날(12일)까지 성장률을 공개한 주요 22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은 0.5%, 중국은 1.3%, 인도네시아는 1.4%였습니다.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달 한국 수출은 1년 전보다 50% 가까이 증가했고,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70%를 넘겼습니다. 컴퓨터 관련 품목 증가율도 500% 이상 뛰었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과 대만을 AI 투자 확대의 핵심 수혜국으로 꼽으며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5%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하지만 내수 시장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반도체와 AI 중심 수출 기업들은 빠르게 실적을 회복하고 있지만, 자영업 현장에서는 “이제는 버티는 비용이 더 무섭다”는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


■ “가격 올리면 손님 끊긴다”… 버티기에 들어간 시장

이날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미국-이란 전쟁 여파가 본격 반영되기 전인 2월과 비교해 0.3% 낮아졌습니다.

겉으로는 물가가 안정된 흐름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억눌린 가격”이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대형마트들은 초특가 할인 경쟁으로 소비자 가격 인상을 최대한 늦추고 있습니다.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은 지난달 기준 1년 전보다 45% 넘게 올랐지만, 할인 행사와 자체 마진 조정으로 체감 가격 상승을 누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통시장들도 일부 메뉴판 가격을 올렸지만, 여전히 가격을 유지하는 가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식업계 부담은 더 직접적입니다.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 이탈을 막기 위해 납품 단가 인상을 미루고 있지만, 현장 점주들은 인건비와 임대료, 전기료, 배달앱 수수료까지 한꺼번에 오르면서 한계에 가까워졌다고 전합니다.

지금 시장에서는 오히려 ‘못 올리는 가격’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가격을 유지해서 안정된 게 아니라, 올리는 순간 손님이 빠질까 버티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 정부가 눌러놓은 기름값… 뒤에서 쌓이는 부담


현재 물가를 붙잡고 있는 가장 큰 축 가운데 하나는 정부의 유가 억제 정책입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유가 상승 충격이 소비자물가로 번지는 속도를 늦추고 있습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실제 2.6%보다 높은 3% 후반대까지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국제 유가 충격 분석에서 정부 정책 효과는 제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현재 물가 흐름에는 정책 개입 영향이 크게 반영돼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담도 함께 누적된다는 점입니다.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면 정유·유통·외식업계의 비용 압박은 물론 정부 재정 부담까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말입니다.

KDI는 보고서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상승이 올해 소비자물가를 최대 1.6%포인트, 내년에는 최대 1.8%포인트(p)까지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석유류 가격 상승은 다른 품목보다 물가 파급력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4월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1.9% 급등했고,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에도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AI 호황 속, 더 팍팍해진 체감

지금 한국 경제는 같은 통계 안에서도 체감 온도가 크게 갈리고 있습니다.
AI와 반도체 중심 수출은 성장률과 경상수지 지표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반면 내수 시장에서는 기름값과 전기료, 원재료비, 배달 수수료 부담이 누적되면서 자영업과 소비 심리가 점점 움츠러드는 분위기입니다.

시장은 국제유가 자체보다 “언제 다시 더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정성을 더 민감하게 보고 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물류비와 생산비, 외식비, 서비스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KDI 측은 “운송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실제 수급 상황보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며 “물가 불안 심리가 더 커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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