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 이재섭 새의성농협 조합장 “좋은 가격 받아야 농가가 산다”

김동현 기자 2026. 5. 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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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경북농협 BEST 경제 CEO상’ 수상…구조적 변화 인정
계절근로·이동장터·택배사업…농가 실익 높인 문제해결형 모델
▲ 이재섭 새의성농협 조합장이 4월 7일 농협중앙회 경북본부 정례조회에서 '경북농협 BEST 경제 CEO상'을 수상한 뒤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새의성농협 제공

경북 의성의 한 농협이 농촌 경제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농협중앙회 경북본부는 지난달 4월 정례조회에서 새의성농협 이재섭 조합장에게 '경북농협 BEST 경제 CEO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조합원 복지 향상과 경제사업 활성화를 통해 농민 실익 증대에 기여한 조합장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현장 문제 해결력과 지속가능한 사업 구조가 핵심 평가 기준으로 작용한다. 단순한 성과 수치를 넘어, 농촌의 구조적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어낸 변화가 이번 수상의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 조합장은 수상 소감에 대해 "농촌 현실에서 부딪히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찾고, 관성적인 사업이 아닌 해결 중심의 역할을 고민해 온 점이 높게 평가된 것 같다"고 밝혔다. 공공형 계절근로, 이동장터 등 당장 적용이 쉽지 않은 사업도 행정과의 협업을 통해 농촌 현실에 맞게 조정해 온 과정 자체가 성과로 인정됐다는 설명이다.

▲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이 사과 과수원에서 적과 작업을 하고 있다. 새의성농협은 마늘 유인, 사과 적과, 고추 수확 등 단기간 집중 인력이 필요한 농번기에 계절근로 인력을 투입해 농가 인력난 해소와 농산물 품질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새의성농협 제공.

△인력 부족의 구조적 해법-공공형 계절근로 사업

농촌 인력 문제는 단순한 '상시 부족'이 아니라 '특정 시기의 집중 부족'이라는 점에서 그 특수성이 있다. 마늘 유인, 사과 적과, 고추 수확 등 짧은 기간에 대량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개별 농가가 이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새의성농협은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을 통해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2025년에는 24명 규모로 운영돼 약 450~500농가가 혜택을 받았으며, 올해는 30명으로 규모를 확대해 600~650농가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이 조합장은 "인력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해 인건비 상승과 효율 저하 문제가 반복됐다"며 "농협이 중간 역할을 하면서 인건비 상승 억제, 인력 확보, 적기 작업을 통한 품질 개선 효과가 동시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남성 근로자까지 확대해 농가의 선택권도 더욱 넓힐 방침이다.

△농협 택배 도입-비용과 편의성의 동시 개선

택배사업 도입 이후 조합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명확하다. 기존에는 우체국이나 일반 택배사를 이용하며 박스 포장과 높은 운임, 접근성 문제를 감수해야 했다. 반면 농협 택배는 농협 사무실에서 바로 접수가 가능하고, 마대 포장 등 간소화된 방식으로 출하할 수 있어 비용과 편의성 측면에서 큰 개선이 이뤄졌다. 특히 고령 농가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 조합장은 "농협에서 금융·업무·택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가장 저렴한 요금과 높은 접근성이 결합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농협이 단순한 금융 창구를 넘어 농촌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복합 서비스 거점으로 기능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새의성농협이 운영하는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가 마을을 찾아 생필품을 공급한 뒤 주민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동장터는 장보기 여건이 취약한 농촌 마을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고령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줄이고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기반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새의성농협 제공.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소비 공백을 채우다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사업은 농촌 생활의 구조적 문제에서 출발했다. 재난지원금과 지역사랑상품권이 확대됐지만, 농촌에는 이를 사용할 상점이 부족해 실질적인 소비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다. 특히 농협 하나로마트가 매출 기준 제한으로 상품권 사용처에서 제외되는 문제도 존재했다.

이에 새의성농협은 이동장터를 통해 마을로 직접 들어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현재 19개 마을을 대상으로 주 2회 운영되며, 주당 약 50명이 이용하고 있다. 연간 이용객은 약 2600명, 매출은 약 8000만 원 수준에 달한다.

이 조합장은 "고령 조합원들의 이동 불편과 소비 공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며 "지역사랑상품권 활용성과 농촌 생활 편의성을 동시에 높였다"고 설명했다.

△신규 주유소 설치-면세유 공급 체계 개선

농업 경영에서 유류비는 결코 가볍지 않은 비용 요소다. 새의성농협은 단촌 지역에 신규 주유소를 설치해 면세유 공급 체계를 개선했다. 기존에는 취급소 방식으로 차량 직접 주유가 어려워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고, 일부 농가는 시중 주유소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신규 주유소 운영으로 이러한 불편이 해소됐으며, 특히 국제 유가 상승 상황에서도 충분한 저장시설을 확보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 공급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 이재섭 새의성농협 조합장(오른쪽)이 산불 피해를 입은 농가를 찾아 주민과 악수하며 위로와 지원 의지를 전하고 있다. 새의성농협은 의성 산불 이후 구호물품 전달과 영농자재 지원, 보험·정책자금 상담 등 현장 중심의 복구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새의성농협 제공.

△의성 산불 피해 복구-행정과 농가를 잇는 가교 역할

지난해 3월 의성 산불은 지역 농업 기반에 큰 타격을 남겼다. 새의성농협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복구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총 4억4700만 원 규모의 재해지원비를 집행하고, 도농교류 농협을 통한 구호물품 전달과 영농자재 지원을 진행했다. 또한 농작물 재해보험, 정책자금, 주택 화재보험 접수 및 손해사정 지원까지 전 직원이 참여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 조합장은 "물질적 지원을 넘어 행정과 농가를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했다"며 "조합원과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이 농협의 존재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재난 상황에서도 농협이 지역 공동체의 중심축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 새의성농협이 운영하는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차량 내부에 식료품과 생활용품이 진열돼 있다. 이동장터는 장보기 여건이 취약한 농촌 마을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고령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줄이고 지역 유통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새의성농협 제공.

△다음 과제-유통 구조 혁신으로 농가 실익 제고

이재섭 조합장이 다음 과제로 제시한 핵심은 농산물 유통 구조의 개선이다. 의성은 공판시설이 부족해 외부 출하 비중이 높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와 수수료가 농가 수익을 낮추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탁판매 확대와 출하 약정 체계 구축을 통해 유통비용을 줄이고 실질 수취가격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조합장은 "좋은 가격을 받는 것이 가장 큰 실익입니다. 유통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농가 소득도 바뀌지 않습니다." 농협의 역할이 생산 지원을 넘어 유통 단계까지 확장돼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담긴 발언이다.

이번 '경북농협 BEST 경제 CEO상' 수상은 특정 사업의 성과가 아닌, '문제 해결형 농협 모델' 전체가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인력, 유통, 생활 편의, 재난 대응까지 농촌 전반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 핵심이다. 이 조합장은 "조합원과 임직원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며 "앞으로도 조합원 실익과 지역사회 기여를 중심으로 농협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농협이 단순 금융기관을 넘어 '지역 문제 해결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는 지금, 새의성농협의 변화는 그 방향을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