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호출하듯 로봇 부른다'…카카오모빌리티, 新사업 승부수

안정훈 2026. 5. 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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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 로봇판 '카카오T' 만든다는데
강은규 카카오모빌리티 미래사업플랫폼 리더(사진 오른쪽)와 오두용 로봇개발 리더가 13일 경기 판교 카카오본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 리더는 “앞으로 제조사나 기종이 다른 로봇들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통합 운영하느냐가 로봇 서비스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안정훈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배차 분야에서 축적한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로봇 산업으로 전격 확장한다. 호텔·병원·물류창고 등 다양한 현장에 투입되는 이기종 로봇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로봇 운영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로봇 산업의 경쟁 축이 하드웨어 성능에서 현장 운영 소프트웨어로 옮겨가는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가 ‘로봇 판 카카오T’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날(12일) 경기 성남 판교 아지트에서 미디어 스터디를 열어 로봇 플랫폼 비즈니스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핵심은 로봇 산업의 중심축을 하드웨어 성능에서 현장 운영 소프트웨어로 옮겨오는 것이다. 이날 발표는 강은규 카카오모빌리티 미래사업플랫폼 리더와 오두용 로봇 개발 리더가 맡았다. 첫 발표를 맡은 강은규 리더는 “앞으로는 제조사나 기종이 다른 로봇들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통합 운영하느냐가 로봇 서비스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설명의 배경엔 로봇 산업의 중심추가 '기기 성능'에서 '현장 최적화'로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최근 로봇 시장은 서빙·배송·청소 로봇 등 목적별 기기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목적의 이기종 로봇들이 만나게 됐다. 

문제는 현장 도입 과정에서의 병목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건물 인프라 제어부터 기업 시스템 연동까지 아우르는 ‘운영 생태계’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강 리더는 "과거에는 제조사별로 더 정교하고 잘 움직이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여러 종류의 로봇이 호텔·병원·창고·공장 안에서 함께 일하도록 조율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노리는 지점도 바로 이 플랫폼 운영 영역이다. 회사가 제시한 핵심 개념은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다. 개별 로봇이 악기라면, 플랫폼은 여러 로봇이 현장에서 충돌 없이 일하도록 지휘하는 지휘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 리더는 “아무리 좋은 로봇들이 있더라도 이를 조율하는 소프트웨어 레이어 없이는 현장에서 서비스가 될 수 없다”며 “카카오모빌리티는 로봇 제조사가 아니라 플랫폼 관점에서 로봇 산업에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구조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핵심 사업인 택시 배차와 닮았다. 예컨대 이용자가 “건물 3층 305호에 커피를 배달해달라”고 요청하면 플랫폼은 이를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작업 단위인 ‘태스크’로 바꾼다. 이후 현재 가용한 로봇 가운데 목적지까지의 거리, 배터리 잔량, 수행 중인 업무의 완료 예정 시간, 해당 업무 수행 가능 여부 등을 따져 최적의 로봇을 배정한다. 승객 호출이 들어오면 주변 택시 중 가장 적합한 차량을 고르는 것처럼 로봇 서비스 요청이 들어오면 최적의 로봇을 골라 일을 맡기는 구조다. 오두용  리더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축적한 배차 기술의 DNA가 로봇 플랫폼에도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강조된 기술이 ‘리얼로케이션(Re-allocation)’이다. 로봇의 경로가 막히거나 엘리베이터 지연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플랫폼이 이를 실시간으로 판단해 업무를 재배정한다. 오두용 로봇 개발 리더는 “플랫폼의 역할은 실패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상용화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로보티즈 등 전문 기업과 협력해 신라스테이 등 10여 개 호텔에 도입한 결과, 하루평균 로봇 가동률은 초기 대비 8배 상승했고 룸서비스 매출은 약 3배 증가했다. 병원 내 약 배송과 물류창고 내 무인 지게차-자율주행 트럭 간 연동 시나리오도 구체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번 행보를 ‘도로 위 이동’을 넘어 건물 내부와 산업 현장까지 관리하는 ‘피지컬 AI 운영 플랫폼’으로의 도약으로 평가한다. 로봇이 늘어날수록 제조사별 파편화 문제를 해결해주는 플랫폼의 협상력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실내 배송을 넘어 청소, 시설 안내, 물류 로봇 등 모든 형태의 자율주행 에이전트로 연결 대상을 확대한단 계획이다. 오 리더는 “이기종 로봇 연동 API를 통해 하드웨어 파트너들과 개방형 협력을 주도하고, 로봇 서비스 생태계의 글로벌 표준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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