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특공 받았는데 부부 아니다? 주택청약 '오염의 민낯'

김정덕 기자 2026. 5. 1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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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는 주택 부정청약 사례들
비현실적 청약 고점자 등장
정부, 고점 청약 당첨자 조사
부정청약 적발 시 형사처벌
계약취소와 계약금 몰수 가능

정부가 '부정청약' 조사에 착수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점수로 청약에 당첨된 이들이 숱하게 등장하면서 주택청약제도의 신뢰성이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부정청약 의혹에 휩싸이며 낙마하기도 했다. 정부는 과연 오염된 '무주택자를 위한 제도'를 개선할 수 있을까.

정부가 대대적인 부정청약 당첨자 조사에 나선다.[사진|뉴시스]
# 남매인 A씨와 B씨는 부모와 함께 단독주택에 거주했다. 단독주택 옆에는 부모 소유의 창고 두개가 있었고, A씨와 B씨는 각각의 창고건물로 위장전입했다. 이렇게 서류상 무주택자로 지낸 둘은 이후 추첨제로 분양하는 경기도 고양시의 아파트에 '일반공급' 청약을 넣어 당첨됐다.

# 두 자녀와 함께 세종특별자치시에 거주하는 C씨 부부는 전북 익산시, 충남 보령시에 살고 있는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를 각각 본인들 집으로 위장전입했다. 이후 세종시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에 '노부모 부양자 특별공급' 청약을 넣어 당첨됐다.

# 부부가 아닌 D씨와 E씨는 예비신혼부부 자격으로 인천광역시에서 공급하는 주택에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청약해서 당첨됐다. 이후 혼인신고를 마친 둘은 계약 체결을 마친 뒤 법원에 혼인무효확인 소송을 통해 미혼자 신분을 회복했다.

■ 오염된 무주택자를 위한 제도 = 국토교통부가 최근 부정청약 점검을 통해 적발한 사례들이다. 다양한 부정청약이 판을 치고 있다는 건데, 올해 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을 둘러싼 부정청약 의혹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이 전 의원은 장남의 혼인신고를 늦춰 부양가족을 늘리는 방식으로 '청약 가점'을 높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도 부정청약 의혹을 받아 기획예산처 장관에 지명됐다가 낙마했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이런 일들이 '과거 사례'가 아니란 점이다. 최근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청약가점 당첨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서울의 주요 분양 단지에선 청약 점수가 79점인 고가점자가 여럿 등장했다. 지난 4월 청약을 받은 '아크로 드 서초(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신동아아파트 재건축 단지)'에선 84점 만점 당첨자까지 나왔다.

무주택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한 주택청약제도가 다양한 위법행위로 심각하게 오염됐을 수 있다는 거다.[※참고: 주택청약 가점 만점은 총 84점이다.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이어야 84점을 받는다.]

■ 부정청약 조사 나선 정부 = 그러자 국토교통부와 국무조정실 부동산 감독 추진단이 부정청약 당첨자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단지는 2025년 7월 이후 분양한 서울을 포함한 규제지역의 모든 분양단지와 그 외 기타지역 인기 분양단지 총 43개 단지(2만5000세대)다.

주요 조사 내용은 위장전입, 위장결혼·이혼, 통장·자격매매, 문서위조 등 청약자격ㆍ조건을 조작한 부정청약 의심사례 전반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청약 점수가 만점인 청약 당첨자 중에서 부모와 자녀의 실제 거주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부양 가족의 실거주 여부를 꼼꼼하게 조사하기 위해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을 비롯해 성인 자녀의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부양가족의 '전·월세 내역'도 확인한다. 특히 부양가족이나 세대원 등을 속이는 방식으로 신청서류를 조작하거나 장애인ㆍ국가유공자 등 기관추천 특별공급 청약자격을 위조했는지도 조사한다.

[자료|국토교통부, 사진|뉴시스]
정수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이번 전수조사부터 현장점검 인력을 증원(8→15명)하고, 단지별 점검 기간도 확대(1→3~5일)해 그 결과를 올해 6월말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성인 자녀를 활용한 단기간 위장전입 편법을 차단하기 위해 거주요건을 강화(1→3년)하고, 성인 자녀의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제도 개선(주택공급규칙 개정)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거주요건은 '30세 이상 자녀'의 경우 '1년 이상 주민등록표 등재'로 돼 있는데, 이를 3년까지 늘리겠다는 거다.

정 과장은 "부정청약으로 확정되는 경우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계약취소(주택환수)와 계약금(분양가의 10%) 몰수, 10년간 청약자격 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민·형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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