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보듯 '백조의 호수' 봐주세요… 발레는 공부가 아니라 즐기는 것"

이해원 2026. 5. 1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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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를 공부하듯 보지말고, 드라마를 한편 보듯이 인간의 심리와 관계에 집중해서 즐겨주시면 좋겠어요."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몬테카를로 발레단 수석무용수 안재용(34)은 내한공연 '백조의 호수(LAC)'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LAC)'에 2018년부터 왕자를 연기했고 유럽 평단에서는 이미 '마이요의 페르소나'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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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 초연 ‘백조의 호수(LAC)’ 앞둔
몬테카를로발레단 수석무용수 안재용
"고전의 우아함 대신 인간의 본능·욕망 채워 넣은 파격작"
화려한 무대 걷어내고 ‘말하듯 직설적인 연기’로 서사 완성
화성, 서울, 대전 무대에

"발레를 공부하듯 보지말고, 드라마를 한편 보듯이 인간의 심리와 관계에 집중해서 즐겨주시면 좋겠어요."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몬테카를로 발레단 수석무용수 안재용(34)은 내한공연 '백조의 호수(LAC)'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가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깃털처럼 가볍고 우아한 백조, 순진무구한 왕자의 영원한 사랑의 맹세라는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와는 전혀 다르다. 아름다운 동화를 과감히 찢어 인간의 본능, 욕망을 채워넣은 파격작으로 이 발레단의 최고 히트작으로 불리는, 안무 거장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대표 레퍼토리다.  

12일 화성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몬테카를로 발레단 수석무용수 안재용. 이해원 기자

안재용은 마이요의 안무 세계를 완벽히 구현한다고 평가받는 한국인 무용수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LAC)'에 2018년부터 왕자를 연기했고 유럽 평단에서는 이미 '마이요의 페르소나'라고 불린다. 안재용은 "모든 무대가 특별하지만 한국 무대는 더 설렌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작품 설명을 들어도 실제 관객이 느끼는 감정은 전부 다르기 때문에 주말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듯 편안하게 보고 그 감정을 간직해도 충분히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토록 서사와 감정을 강조하는 이유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가진 독특한 정체성 때문이다. 이들은 포인트슈즈를 신는 네오클래식(신고전주의) 발레를 지향한다. 고전발레의 테크닉을 지키지만 움직임 자체는 말을 하듯 직설적이며 무용수들은 연기자처럼 생생한 표정을 쓴다.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백조의 호수'에서 왕자로 무대에 선 안재용. ⓒ Alice Blangero

"마이요 안무가는 과장된 연기를 철저히 배제하고, 가장 사실적인 감정선을 표현하라고 당부합니다. 연기를 하지만 결코 연기가 아닌 것처럼, 자연스럽게 작품 안에 녹아들어야 하죠. 피루엣(회전)이나 점프 같은 기교적인 기본기도 중요하지만, 퍼포머로서 처절한 서사, 내면의 붕괴를 무대 위에서 펼쳐 보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심리와 관계에 치중했기에 이 작품은 클래식 발레 특유의 화려한 궁정 무대를 과감히 덜어냈다. 왕과 왕비, 왕자의 권력 관계를 상징하는 왕좌(Throne)의 높낮이, 트라우마와 무의식을 갖고 사는 인간들의 심리적 압박을 표현하기 위한 어두운 색감의 실크 벽면 등 미니멀한 요소로 이뤄져있다. 

서사 역시 파격적이다. 마이요 버전은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선 '잔혹 심리극'에 가깝다. 원작의 악마 로트바르트는 강력한 권력욕을 가진 여성인 '밤의 여왕'으로 재탄생했다. 국왕과 밤의 여왕 사이의 불륜으로 태어난 존재가 바로 '블랙 스완(흑조)'이며, 이들은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왕자를 유혹하고 음모를 꾸민다. 은색 의상을 입은 왕자가 자신의 첫사랑(백조)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곧 권력 투쟁과 트라우마를 돌파하는 과정이다.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백조의 호수'에서 왕자로 무대에 선 안재용. ⓒ Alice Blangero

안재용은 이를 두고 "'백조의 호수'가 불러일으키는 고정관념 대신, 인물들 간의 관계와 감정을 메타포(은유)로 쓴 발레극, 혹은 한 편의 발레 영화로 봐주셔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모나코 왕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발레단답게 이번 투어에는 모나코의 카롤린 공주가 직접 동행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안재용은 "카롤린 공주가 발레단장이라 가끔 투어에 동행한다"며 "권위적이기보다 무용수들의 안전이나 세부적인 환경을 세심하게 배려해 준다"고 귀뜸했다. 세련되고 관능적인 잔혹 동화가 될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13일 화성 예술의전당을 지나 오는 16일과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20일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만날 수 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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