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도, 열정과 설정도 다른 한일야구···KBO리그 1군 일본인 코치 5인에게 물었다[스경X21th]

안승호 기자 2026. 5. 1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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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함와 인내심의 일본야구
추진력과 집중력의 한국야구
기본기 차이, 학생야구서 시작
한국선수, 대체로 힘에만 의존
밸런스로 몸 쓰는 법 익힐 필요
한국 응원문화 日가족도 매료
경기 전 식사량 차이 놀라기도
삼성 무라카미 다카유키 타격코치. 삼성 라이온즈 제공

1991년 제1회 한일 슈퍼게임은 1982년 KBO리그 원년 이후 국내 프로야구에 열광했던 야구팬들에게도, 대회에 참가한 선수단에게도 충격이었다. 한국 야구 유격수 계보를 잇던 류중일의 정면 땅볼이 내야 안타가 됐다. 도루 저지를 위해 일어난 포수 이만수는 공을 던져보기도 전에 2루를 빼앗겼다.

‘오리궁둥이 거포’ 김성한이 당시 일본 최고의 강속구 투수 이라부 히데키를 상대로 도쿄돔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날리면서 힘 싸움에서는 겨뤄볼 만하다는 자부심도 일으켰지만, 수비와 주루의 반박자 차이가 곧 리그 수준 차이로 직결된다는 점을 일깨워준 대회이기도 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몇 년간은 대표팀 간 경기가 박빙을 이루기도 했다. 한일 리그의 전체적인 선수층 차이는 뚜렷해도 최고 선수들만 선발한 대표팀 간 경기에서는 격차가 좁혀진다고 자평하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로는 그 차이가 다시 벌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족함을 채우고 퇴보의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자기 객관화’부터 필요하다. KBO리그 1군 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일본인 코치 5명에게 ‘한일 야구’를 물었다.

삼성 무라카미 다카유키 타격코치, 두산 고토 고지 작전코치, SSG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코치, LG 스즈키 후미히로 배터리코치, 롯데 히사무라 히로시 스트렝스(컨디셔닝) 코치의 경험과 시선을 모았다. 코치별 요청에 따라 일부 내용은 익명으로 소개한다.

■ 한일 선수 무엇이 다를까

거의 공통적으로 기본기 차이에 주목했다. 한 코치는 “일본 선수들은 기본기와 루틴이 한국 선수들보다 몸에 더 잘 배어 있다. 아무래도 준비 과정이 더 치밀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선수들의 상대적 강점으로는 실전에서의 추진력과 응용력을 꼽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코치는 “한국 선수들은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에너지가 넘치고 승부욕도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 무라카미 다카유키 코치는 섬세함의 차이에 시선을 뒀다. 그는 “일본 선수들은 티배팅을 할 때도 자기에게 꼭 맞는 높이를 아주 정교하게 설정한다. 본인이 친 공은 물론 자신이 사용한 자리도 직접 정리하는 게 일상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선수들은 과할 정도로 준비 과정에서 많은 걱정을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롯데 히사무라 히로시 스트렝스 코치. 롯데 자이언츠 제공

훈련 시간에 대한 체감적 차이도 언급됐다. 실제로 과거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 이병규 LG 2군 감독 등 KBO리그를 대표했던 선수들은 일본 야구를 경험하며 쉴 틈 없이 이어지는 훈련 스케줄에 적응하는 과정부터 거쳐야 했다. 한 일본인 코치는 “한국 선수들을 지도하며 거꾸로 ‘일본 선수들이 훈련을 너무 많이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일본인 코치는 한국 선수 특유의 체격과 힘을 강점으로 평가했다. 다만 양국 선수들이 몸을 쓰는 방식의 차이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롯데 히사무라 히로시 코치는 “한국 선수들의 가장 큰 장점은 좋은 체격과 파워다. 반면 일본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유연하고 부드럽다”고 말했다. LG 스즈키 후미히로 코치는 “한국 선수들은 힘에 의존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밸런스를 통해 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움직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했다.

■ 한국 선수 무엇이 부족한가

모두가 학생 야구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야 할 기본기를 아쉬워했다. 한 코치는 “일본도 학생 선수들이 의무적으로 수업에 참여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야구를 잘해도 최소한의 성적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경기에 나설 수 없다”면서도 “다만 학업을 마친 뒤 훈련에 쏟는 시간에서 한일 선수 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그 시기부터 기본기 차이가 벌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코치는 “캐치볼이 기본기의 시작인데 캐치볼이 제대로 안 돼 있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캐치볼이 투수의 제구는 물론 수비에서의 송구까지 디테일을 만드는 출발점이라는 기본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였다.

LG 스즈키 후미히로 배터리코치. LG 트윈스 제공

한일 야구의 표면적인 차이로는 투수력이 지목된다. 특히 제구력은 KBO리그의 공통 과제로 꼽힌다. LG 스즈키 후미히로 코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한국 투수는 늘어났지만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며 “변화구 역시 단순히 감으로 던지는 느낌이 보이는데, 분명한 의도와 타깃을 설정하고 공을 던지는 투수가 적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제구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손끝 감각도 중요하지만 안정된 투구 폼과 견고한 체중 이동을 통해 릴리스 포인트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코치는 인내심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성과가 바로 나온다면 고생할 일이 없겠지만 그런 행운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빨리 포기하고 다른 것을 시도하려는 경향이 있다. 걱정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 한국 선수만의 매력이 있다

일본 선수들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한국 선수들만의 강점도 높게 평가했다. ‘흥’과 ‘열정’, ‘팀워크’처럼 승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신적인 부분이었다.

롯데 히사무라 히로시 코치는 “한국 선수들은 경기 흐름을 단번에 바꿀 힘과 에너지가 있다. KBO리그는 이동 거리나 원정 일정이 선수들에게 피로를 안기는 편인데도 강한 에너지로 시즌을 소화한다”며 “특히 선발 투수들이 등판하지 않는 날에도 더그아웃에서 하나가 돼 응원하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모습은 한국 야구에만 있는 뜨거운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 스즈키 후미히로 코치는 “선수들 사이의 단결력이나 어떤 흐름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는 정말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두산 고토 고지 작전 주루코치. 두산 베어스 제공

한 코치는 사고의 유연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새로운 방식이나 훈련 의도를 이해했을 때 받아들이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집중력과 적응력은 한국 선수들만이 가진 분명한 강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가깝고도 먼 한일 야구 문화

한일 야구의 차이 가운데 하나로 경기 전 식사 습관의 차이를 언급한 코치도 있었다. 그는 “경기 시간이 임박했는데도 식사를 배부를 정도로 많이 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이 점은 사실 좀 새로웠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는 한일 야구 선수들 사이의 성향 차이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SSG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코치. SSG 랜더스 제공

모두가 빼놓지 않고 언급한 차이 가운데 하나는 야구장 문화였다. SSG 세리자와 유지 코치는 “이제는 충분히 적응했지만 처음에는 정말 큰 차이로 다가왔다”며 “한국 야구는 관중 참여가 아주 적극적인 축제 분위기로 진행된다. 반면 일본 야구 응원은 비교적 정돈된 편”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18년간 뛴 두산 고토 고지 코치는 “현역 시절에는 아내가 야구장에 온 게 두세 번밖에 안 된다. 그런데 지금은 아내가 한국에 오면 꼭 야구장에 간다. 응원 문화를 좋아한다”며 “확실히 관중들이 더 재미있게 즐기는 쪽은 한국 야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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