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결실, AI 국부펀드로 빚어낼 시간의 마법[기고]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2026. 5. 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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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워런버핏의 마지막 강의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과거 북해에서 거대한 유전을 발견했을 때, 노르웨이는 당장의 풍요에 취하는 대신 ‘내일’을 설계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부가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네덜란드병’을 경계하며, 석유 수익을 미래 세대를 위한 국부펀드(GPFG)로 전환한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은 유전 대신 ‘AI 반도체’라는 거대한 기술적 노다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주도하는 AI 수혜는 단순한 기업의 이익을 넘어 국가 차원의 막대한 초과 세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노르웨이의 지혜를 빌려, 이 기술적 과실을 국가 재정의 장기적 안정판으로 바꾸는 ‘한국형 AI 국부펀드’ 설립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이 제안의 핵심은 벤저민 프랭클린이 남긴 유산 기부의 교훈과 맞닿아 있습니다. 프랭클린이 보스턴과 필라델피아에 남긴 유산이 특별했던 이유는 액수 자체가 아니라, ‘시간’을 설계 변수로 넣어 복리가 자동으로 작동하게 만든 ‘시스템’에 있었습니다.

그는 돈을 즉시 쓰지 못하게 규정하고, 젊은 기술자들에게 대출되어 회수와 재대출이 반복되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워런 버핏은 이를 두고 "복리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고 역설했습니다. 정치는 본능적으로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위해 당장의 재정 확대를 꾀하지만, 복리는 그 유혹을 뒤로 미루고 규칙을 지키며 재투자를 반복할 때 비로소 압도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한국형 AI 국부펀드’는 바로 이 복리의 시스템을 국가 운영의 태도로 수용하는 시도입니다.

AI 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하는 초과 세수를 단기적인 선심성 예산으로 소진하지 않고, 미래 세대를 위한 장기 투자 자산으로 격리해야 합니다. 이는 당장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도록 규칙과 절차로 보장되는 ‘자동 작동 장치’가 되어야 합니다. 버핏이 프랭클린의 길을 막지 않고 계속 생각하게 두는 것이 최선이라 말했듯,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리의 마법을 방해하지 않도록 독립적이고 투명한 운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결국 복리는 금융 기술이 아니라 국가를 운영하는 인내와 신뢰의 태도입니다. 성과를 서두르지 않고 제도와 시간을 축적한 사회만이 훗날 압도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거둬들이는 AI의 결실을 복리라는 시간의 나무 아래 심는다면, 우리 미래 세대는 그늘 아래서 국가 재정의 안정이라는 가장 값진 열매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analystkimb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