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짜리 풀코스’ 줄을 서시오… 뷔페 ‘갓성비 대전’

노유정 기자 2026. 5. 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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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치플레이션 시대
▲애슐리, 평일 점심 ‘1만9900원’
‘깐풍연근’등 채소 요리 차별화
육류·생선 이국적 조리법 더해
▲ 최근 문연 테이크 ‘2만3900원’
파에야·아란치니·동파육덮밥…
130여개 글로벌메뉴로 승부수
게티이미지뱅크

글·사진=노유정 기자

“고기는 없지만 이 가격에 고기까지 바랄 순 없죠.”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애슐리퀸즈’ 종각역점에서 만난 주부 박모(66) 씨는 저가 뷔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요새 외식비가 1만4000원 가까이 하는데 1만9900원에 여러 음식과 디저트까지 즐길 수 있다면 뷔페가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메뉴 덕분에 매장은 학생과 주부, 회식을 나온 직장인들로 붐볐다.

고물가 속에서 저가 뷔페 수요가 늘어나면서 외식업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형 급식업체 아워홈은 1일 서울 종각역 인근에 ‘테이크’를 열며 가성비 뷔페 시장에 뛰어들었다. 종각역 일대 터줏대감 격인 애슐리퀸즈를 정면으로 겨냥한 셈이다. 성인 1인 기준 평일 점심 가격은 애슐리퀸즈가 1만9900원, 테이크가 2만3900원이다. 본지는 두 매장을 직접 찾아 저렴한 가격이 가능한 이유와 소비자 반응을 살펴봤다.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사거리에서 대각선으로 마주 보고 위치한 애슐리퀸즈 종각역점.

애슐리퀸즈 종각역점은 채소 중심의 메뉴 구성이 특징이었다. 진열대 한편이 모두 샐러드 바로 채워졌을 정도로 과일과 채소 종류가 다양했다. 중식 코너에서는 깐풍 연근과 버섯탕수 등 고기를 대체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일부 육류·생선 요리는 이국적인 조리법을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멕시칸 토마토 카르니타스 포크와 이탈리아식 로스트치킨 카차토레, 피시 스테이크 등이 준비돼 있었고, 대표 메뉴인 애슐리 시그니처 통살치킨은 손님들이 몰리며 금세 동이 나 조리사가 수시로 접시를 교체하고 있었다.

비용 절감의 또 다른 비결은 매장 곳곳을 오가는 서빙 로봇이었다.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직원 눈치를 덜 보게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주부 이모(63) 씨는 “일반 식당에서는 식사를 마치면 빨리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여기서는 후식까지 먹으며 오래 이야기할 수 있어 친구들을 만날 때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반면 맞은편에 자리한 테이크는 ‘글로벌 미식 뷔페’를 전면에 내세웠다. 130여 개 메뉴를 스페인·이탈리아·일본·중국 등 국가별로 구획해 배치했고, 매장 안은 해외 푸드코트를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메뉴 바에는 스페인식 볶음밥 파에야와 이탈리아식 주먹밥 튀김 아란치니, 태국식 똠얌꿍, 일본식 지라시 스시, 중국 산둥식 동파육덮밥 등 동서양 음식이 한데 모여 있었다. 셰프가 즉석에서 음식을 담아주는 코너에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파에야를 먹고 있던 대학생 곽모(26) 씨는 “애슐리는 몇 년째 메뉴가 비슷한 느낌인데, 여기는 다른 뷔페에서 보기 힘든 음식이 많아 색다르다”고 말했다.

아워홈의 뷔페 브랜드 ‘테이크’ 종각점 매장.

매장 중앙에 마련된 ‘팝업 테이블’도 눈길을 끌었다. 최신 유행 음식이나 시즌 메뉴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이날은 불닭 소스를 활용한 매콤한 감자 그라탕과 매운 어묵 등이 진열돼 있었다. 이용객들은 생소한 메뉴를 살펴본 뒤 하나둘 접시에 담으며 호기심을 보였다.

테이크의 상징은 매장 입구 정면에 자리한 ‘테이크 그릴’이었다. 쇠꼬챙이에 돼지고기를 끼워 천천히 돌리며 굽는 로티세리 방식으로 이탈리아식 돼지고기 요리인 포르케타를 조리하는 공간이다. 테이크는 하루 40인분 한정으로 포르케타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9900원의 추가 금액을 내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일부 이용객들은 “전문점 스테이크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별도로 주문하기도 했다.

새 매장이 문을 열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평일 점심시간에도 직장인들이 몰려 대부분 만석이었다. 기자가 오전 11시 20분쯤 도착했을 때도 20분가량 대기한 뒤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다만 가격 경쟁력에서는 애슐리퀸즈의 손을 들어주는 이용객도 있었다. 평소 저가 뷔페를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설모(42) 씨는 “테이크가 애슐리퀸즈보다 조금 비싼데도 파스타처럼 원가 부담이 크지 않은 메뉴 비중이 적지 않다”며 “뷔페에 가도 결국 먹는 음식만 먹는 편이라 점심값을 아끼려면 애슐리퀸즈를 더 자주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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