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인공지능 시대, 스승의 의미를 묻다

최미화 기자 2026. 5. 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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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
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

오월의 공기는 맑고도 부드럽다. 장미 향 가득한 오월의 훈풍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찬란한 계절의 중심에 자리한 스승의 날은 해마다 돌아오지만, 오늘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질문 하나를 우리 앞에 세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시대, 우리는 여전히 스승을 필요로 하는가." 익숙하게 들리는 물음이지만, 그 안에는 절대 가볍지 않은 시대적 성찰이 담겨 있다.

이 질문은 단순한 기술 발전의 차원을 넘어 교육의 본질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이제 학생들은 궁금증이 생기면 교과서보다 먼저 인공지능을 찾는다. 불과 몇 초 만에 요약·정리된 답이 제시되고, 복잡한 개념조차 눈높이에 맞춰 설명된다. 한때 교사의 권위가 '지식의 독점'에서 비롯되었다면, 이제 그 기반은 사실상 해체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사의 역할 축소를 전망하는 목소리 또한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교육은 단순히 정답을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다. 교육의 본질은 그 답을 어떻게 이해하고, 삶 속에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며, 그것을 어떻게 적용하고 확장할 것인가를 배우는 데 있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제시할 수 있지만, 그 답이 한 인간의 삶에 어떤 맥락적 의미를 지니는지까지는 안내하지 못한다. 같은 문장을 읽어도 어떤 사람은 단순한 정보로 흘려보내고, 어떤 이는 그 문장 하나로 삶의 중심을 다시 세우기도 한다. 그 차이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맥락을 읽어내는 힘과 해석의 깊이에서 비롯된다. 이제 교육의 경쟁력은 더 많이 아는 데 있지 않고,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얼마나 깊이 사유하느냐에 달려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교사의 존재 이유는 더욱 또렷해진다. 교사는 지식을 주입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식과 지식 사이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안내자다. 무엇을 외울 것인가 보다,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가를 함께 탐색하는 사람이다. 인공지능이 최적의 답을 제시한다면, 교사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하도록 이끄는 존재다. 교육의 출발점은 언제나 정답이 아니라 질문이기 때문이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의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탐색하는 능력을 넘어,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왜곡인지를 식별하는 힘을 요구한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답변 속에는 정교하게 포장된 오류와 편향 또한 잠재할 수 있다. 스승은 학생들이 인공지능의 매끄러운 답변에 비판 없이 매몰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의심하고 성찰하도록 이끄는 '비판적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정보를 소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삶의 지혜로 전환하는 법을 가르치는 일은, 오직 깨어 있는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는 고도의 정신적 작업이다.

교사는 데이터로 환원될 수 없는 영역을 다룬다. 교실에서의 배움은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한 인간이 세계를 마주하는 태도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다. 좌절을 견디는 힘,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태도는 오직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만 자라난다. 상처 난 아이의 무릎을 바라보는 근심 어린 눈빛, 흔들리는 어깨를 조용히 감싸는 따뜻한 손길, 백 마디 말보다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가는 침묵의 격려와 같은 아날로그적 접촉은 결코 알고리즘으로 대체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과 인간의 대립이 아니라, 서로의 역할을 어떻게 재구성하느냐다. 지금의 학생들은 이미 인공지능과 함께 성장하며 공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배움의 '넓이'를 확장한다면, 교사는 그 배움의 '깊이'를 유도하는 존재다. 인공지능이 광대한 데이터의 바다를 펼쳐 보인다면, 교사는 그 안에서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잃지 않도록 중심을 붙들어주는 사람이다. 오늘의 스승은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의미의 해석자'이며,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찾도록 돕는 조력자'다. "나는 왜 이 길을 가는가"라는 질문을 포기하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는 존재, 그것이 스승이다.

정답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오히려 삶의 방향을 잃기 쉽다. '무엇이 정답인가'를 넘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순간, 우리 곁에는 늘 한 사람이 필요하다.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인생의 어두운 순간마다 다시 떠오르는 존재, 바로 스승이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는 일이 아니라 회복 탄력성과 미래 문해력을 기르고, 삶의 의미를 함께 성찰해 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삶의 폭풍 속에서 흔들릴 때마다 다시 중심을 붙들 수 있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 그 힘의 근원은 결국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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