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야영장·덱과의 전쟁… 상인 반발·소유주 미상 ‘산넘어산’[Who, What, Why]
李대통령 지사 시절 대표 정책
선거 앞두고 ‘표심 잡기’ 해석
남원 람천엔 불법 농어촌 민박
포항 형산강 무허가 건물 즐비
서울 창릉천선 경작행위 신고
지자체 인력·법리 문제 등 엉켜
복구 명령·과태료 부과 하세월
지속적인 감독으로 피해 막아야

전세원 기자, 수원=박성훈 기자, 전국종합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적당히 하면 (국민이) 비읍 시옷 한다”는 비속어까지 써가며 하천·계곡 내 불법 점용 시설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주목된다. 일각에선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의지를 갖고 추진해 대표 성과로 꼽히는 ‘청정계곡 도민 환원’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해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장기간 방치돼왔던 하천·계곡 불법 점용 시설들이 지역 주민들의 생업과 얽혀 있는 탓에 단기간에 근절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주요 쟁점 사항 등을 살펴본다.

◇대통령까지 나선 이유는= 청정계곡 도민 환원은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을 ‘전국구 행정가’로 만들어준 대표적인 치적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2018년 민선 7기 경기지사 임기를 시작하며 청정계곡 도민 환원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듬해 6월부터 하천·계곡 불법 시설물 정비사업을 진행했다. 1년 뒤 경기도는 하천·계곡 불법 시설물 1482곳을 적발해 94%를 철거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만든 ‘공정국’이 칼자루를 쥐고 청정계곡 도민 환원에 앞장선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과 함께 하천·계곡 불법 시설물 정비를 경기지사 시절 대표 성과로 꾸준히 언급해왔다. 특히 이번에도 하천·계곡 불법 시설물 정비 관련 발언 수위를 높이며 관심을 끌었다. 이에 이달 18일부터 지급되는 2차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함께 경기지사 시절 대표 정책들을 ‘전국구 어젠다’로 세팅해 지방선거 표심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정치권과 지방정부 안팎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였을 때 경기도에선 하천·계곡 불법 시설물 정비 사업을 놓고 ‘원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은 “2021년 9월 직접 전국 최초로 실시한 업적인데, 경기도가 벤치마킹 추진 뒤 ‘전국 최초’라고 주장하며 이 대통령 치적으로 홍보했다”고 직격했다. 급기야 조 전 시장은 대선주자 특집으로 구성됐던 지상파 한 예능프로그램에 대해 방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정책에 저작권이 있느냐”며 맞받아쳤다. 실제로 2017년 8월 울산시 울주군이 ‘주암계곡’에 무분별하게 설치된 불법 평상들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원조 논란은 일단락됐다.

◇상인 등 주민 반발은 현재 진행형= 각 지역 내 유명 하천·계곡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전북 남원시는 하천에 불법 설치된 농어촌 민박과 야영장을 방치하고, 허가 없이 진출입 교량 공사를 했다가 정부 감사에서 적발돼 기관경고를 받았다. 지난 2월 초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한 주민이 이 대통령에게 건의하면서 감사가 이뤄졌는데, ‘람천’ 인근에서 토지소유자가 불법으로 농어촌민박과 야영장을 운영했다. 남원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원상복구 명령 등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위법행위가 확인된 공무원 6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동 형산강 하구에는 어민들이 어구 보관을 위해 설치한 무허가 건물이 늘어서 있는 상황이다. 포항시는 철거집행을 검토하고 있지만, 100년 이상 대를 이어가며 조업해 온 어민들은 “생존권이 위기에 내몰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립공원인 대구 팔공산에선 수십 년간 불법 점용됐던 ‘기도 터’ 철거 작업이 본격화되자, 지역 무속인들이 촛불을 놓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도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불법 점용 근절 어려운 이유는= 단속 인력부족과 주민 생계 문제, 지형적 요인, 법리 해석 이견 등이 마구 뒤엉키면서 장기간 이어진 하천·계곡 불법 점용은 사실상 일상화된 상태다. 전남도의 경우 도내 22개 시·군과 전담팀(TF)을 꾸려 지역 하천·계곡 내 불법점용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해 지난 3월 한 달에만 약 3000건을 적발했다. 대부분 국가·지방·소하천과 국·도립공원 등에 승인 없이 가설건축물을 설치하거나, 농자재 등을 적치한 경우들이었다.
전남도와 각 시·군은 원상 복구 명령과 함께 과태료 부과 등을 조치해야 하지만 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불법점용시설 가운데 상당수가 소유주 확인이 안 되고 공시송달 등 관련 행정 절차 이행에 오랜 기간이 걸려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서울시는 △우이동 인수천(강북구) △벽운계곡·동막골계곡(노원구) 등을 ‘하천·계곡 불법시설 집중관리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어 국민신문고와 연계해 불법 상행위 등을 꾸준히 살피고 있다.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창릉천에서 경작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은평구 직원들이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해당 주민에게 자진 철거를 ‘계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계곡 내 상인들도 불법 덱 등에 대한 철거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생계와 직결된 탓에 무허가 건축물을 철거하는 부분에 대해선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관리·감독 시급= 정부와 각 지자체는 여름 휴가철이 오기 전까지 하천과 계곡을 최대한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안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지방정부 등과 250여 명 규모로 합동감찰반을 편성해 오는 29일까지 안전감찰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관할 공무원들의 업무 태만이 있었는지를 집중 점검하는 중이다.
경기도의 경우 단속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부터 시·군별로 ‘하천계곡지킴이’를 선발해 쓰레기·영농폐기물 수거와 오폐수 방출 점검 등을 벌여왔다. 올해도 지난 3월부터 하천계곡지킴이를 활용해 불법경작 등을 점검하고 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하천·계곡 내 불법 점용 시설물은 풍수해 피해를 더욱 키울 수 있다”며 “결국 정부와 지자체 공무원들이 꾸준히 관리·감독하고 단속에도 집중하는 수밖에는 방도가 없다”고 조언했다.
전세원·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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