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3000억 '월덱스', 이사 보수한도는 현대차와 비슷

박민규 기자 2026. 5. 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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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식 월덱스 대표이사. / 제공=월덱스

반도체 식각용 부품 업체인 월덱스가 주주들의 반대로 좌초됐던 임원 보수 한도 상향에 재도전한다. VIP자산운용 등 주주들이 지적해 온 부분을 수정한 의안을 제시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월덱스는 2026년도 정기주주총회에서 부결된 이사 보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임시 주총을 열 방침이다. 개최 시점은 오는 6월이 유력시된다. 이번 주 예정된 이사회에서 결의하면 다음 달 개최가 가능하다. 내달 불발하더라도 이사 보수 한도는 올해 안에 다뤄야 할 사항이다.

월덱스의 이사 보수 관련 안은 4인의 이사 보수 한도 총액을 총 70억원에서 80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당초 회사는 이사가 임기 만료 전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불가피한 변수로 인해 해임될 경우 퇴직금 외에 최근 3년 평균 연봉의 최대 20배를 특별 퇴직 위로금으로 지급한다는 일명 '황금낙하산' 조항과 함께 이사 보수 한도를 100억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을 타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14.14%의 지분을 쥔 2대 주주 VIP운용 등 투자자들의 반발로 황금낙하산 조항을 제외했다. 보수 한도도 8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주주들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보통 결의 사안으로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이 넘어야 하지만 출석 주식 수의 30.8%만 찬성했다.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으로는 44.5%다.

이사 보수 관련 안건은 1대 주주 배종식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자 등 이해관계자 의결권(총 35.07%)이 제한된다. 상법상 이사가 자신의 보수 한도를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월덱스는 소액 주주의 의결권을 위임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주 배당보다 이사 보수 합계가 많아

VIP운용을 필두로 주주들이 월덱스의 이번 이사 보수 상향에 반대한 이유는 무엇보다 '정도의 과함'에 있다.

일단 이사 보수와 비교해 주주 환원에 극히 인색하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 월덱스는 올해 지급할 2025년도 배당을 주당 100원, 총 17억원으로 전년대비 66.7% 늘렸지만 배당 성향은 4%에 그친다. 2023년 1.5%, 2024년 2.4% 등 매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김민국 VIP운용 대표는 "전체 주주에게 지급할 배당금이 작년 이사 보수 합계(23억)보다 적다"며 "이사 보수가 전체 배당 규모보다 큰 구조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월덱스가 제시한 이사 보수 한도는 피어그룹과 비교해도 과도한 수준이다. 이 회사처럼 연간 매출이 3000억원 안팎인 중견기업들의 올해 정기 주총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사 보수 한도는 평균 40억~55억원이다. 이조차 평균 이사 수가 7명으로 윌덱스(4명)보다 많다. 

이사 보수 한도의 매출액 비중은 0.13~0.18%가 평균값이었다. 월덱스가 승인받으려는 이사 보수 한도 80억원은 연 매출 3000억원 규모 상장사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인당 평균 20억원의 한도는 현대차(작년 실지급 기준)와 맞먹는 수준이다. 매출 대비 비중도 2.7%로 피어그룹 평균(0.13~0.18%)의 15~20.8배에 달한다.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를 권고하는 핵심 기준인 '매출 대비 과다한 보수'에 정확히 해당한다.

최대주주의 이익에 매몰됐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도와 집행액의 '미스매치'가 대표적이다. 월덱스의 경우 작년 이사 보수 한도는 70억원이었지만 실제로는 23억원(사내이사 평균 7억4946만원, 사외이사 1861만원)을 지급했다. 실지급률이 32.9%에 불과했다. 실지급률과 비교해 과도하게 높은 한도는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를 위한 예비 통로로 지적받는다.

이미 월덱스의 이사 보수는 상당수가 배종식 대표로 흘러가는, 편중된 구조를 띄고 있다. 배 대표는 작년 이사 보수의 65% 이상인 15억3250만원(급여 13억8150만원, 성과급 1억5100만원)을 받아갔다.

이사 보수 한도 상향은 인재 영입 목적으로 보기도 어렵다. 배 대표의 자녀들이 차례로 등기 임원에 올랐을 뿐이다. 1984년생 배영수 부사장에 이어 올해 주총에서는 1982년생 배기화 부사장까지 두 아들이 모두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이사 보수 한도 상향은 대주주 잇속 채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나아가 향후 경영권 승계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실적이 뒷걸음질쳤는데 이사 보수를 높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월덱스의 작년 매출은 소폭이긴 해도 전년에 비해 4.9% 축소된 291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6.7% 쪼그라든 585억원이다.

 
주주 환원, 성과 기반 보수 체계 병행이 '전략 포인트'

월덱스의 재도전에 VIP운용에도 이목이 쏠린다. 앞서 VIP운용은 지난 주총에서 8.16%(134만7789주)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동원해 주당 100원 배당과 정정구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규정 제정 등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아직 월덱스가 주총 소집을 결의하지 않은 만큼 VIP운용도 별 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월덱스가 배당 증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정책이나 성과 기반의 보수 체계, 보수 위원회 활동 등을 병행할 방침을 밝힌다면 VIP운용을 비롯한 주주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VIP운용의 의결권 행사에 관한 세부 지침에는 △이사 보수 체계와 관련 성과와의 연계성, 성과 측정 및 리스크 조정 기준 등 공시 △대주주로부터 독립된 보상위원회 설치, 구성 등 안건에는 찬성하고 △성과에 연계되지 않는 경영진 보상 체계 △보수 한도 또는 금액이 회사·이사회 규모나 경영 성과를 고려할 때 과다할 경우 등에 반대한다고 적시했다.

소수 주주의 의결권 위임 확보에 성공해 이사 보수 한도 상향에 성공한 경우 이 같은 전략을 자주 구사했다.

삼성물산은 2024년 정기 주총 당시 행동주의 펀드들의 집중 포화 속에서도 이사 보수 한도 승인과 배당 안건을 가결시킬 수 있었다. 행동주의 펀드 연합이 이사 보수 한도가 과다하다며 반대 캠페인을 펼쳤지만, 회사는 이사 보수 한도 상향이 단순히 돈을 더 가져가는 게 아니라 성과 연동형 주식 보상(RSU) 주주 가치와 연동된 보상 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주들을 설득했다. 또한 보수 결정 과정의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보수위원회의 활동 내용을 상세히 공개해 소액 주주들의 신뢰를 얻었다.

현대자동차가 2023년 정기 주총에서 상정한 이사 보수 한도 상향(150억→200억원) 안건은 글로벌 자문사들이 실적 대비 과다하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 안건과 함께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 및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 경영진이 돈을 더 가져가는 만큼 주주에게도 돌려 준다는 인식을 심어 주며 소액 주주 위임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다.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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