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프, 獨하게 준비했다 K-심장 예열완료[월드컵 D-30]

황민국 기자 2026. 5. 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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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외국태생 혼혈 태극마크’
옌스 카스트로프가 지난달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대한 각오를 밝히고 있다. 뒤셀도르프 | 황민국 기자
6개 포지션 가능 ‘다재다능’
최적은 측면수비…멀티활용 OK
내 롤모델 차두리 아버지가
분데스리가 韓 최다골?
태어나기 전 일이라…
환호했던 ‘카잔의 기적’
이제 SON과 동료로 뛴다니…
주 3~4회 한국어 과외 받는 중
‘수고했습니다’ 인사 나누며
월드컵 뛸날 손꼽아 기다려

“우리집 가훈이요? 행복한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라죠.”

지난달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카페에서 만난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23·묀헨글라트바흐)는 한국 이야기에 웃음꽃을 피웠다.

카스트로프는 2003년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난 한국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한국인”이라고 했다. 한국 축구가 1948년 런던 올림픽을 시작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이래 첫 외국 태생의 혼혈 국가대표인 그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한국은 조별리그 통과를 기대할 만큼 강팀입니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최대한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도록 다리가 부러질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태극마크를 얻는 데 걸린 3년 “난 자랑스러운 한국인”

카스트로프는 21세 이하 대표팀 등 독일의 연령별 국가대표에 꾸준히 발탁됐다. 장기적으로는 독일대표팀에 선발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2022년 9월 처음 대한축구협회의 제안을 받고 고민을 시작했다. 그리고 카스트로프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소속을 독일축구협회에서 대한축구협회로 바꾸며 국가대표가 됐다.

카스트로프는 “늘 독일에서 뛰었기에 선수들도 잘 알고, 언어도 편하다. 뭔가 아쉬움이 있었다. 독일에 남는 게 더 쉬운 길이었지만 한국을 선택한 뒤에는 오히려 옳은 결정을 했다는 느낌만 들었다. 그 느낌을 알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가족들의 든든한 지지가 있어 고민은 길지 않았다. 카스트로프는 “아버지는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는 분이다. 어머니는 한국을 선택하길 바랐지만 ‘모든 결정은 네 선택에 달렸다’고만 하셨다”면서 “스트레스는 없었다. 오롯이 내 결정으로 한국을 선택했고, 모두가 기뻐했다. 축구 선수로 뛰고 있는 동생 레니도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카스트로프의 한국행의 숨겨진 계기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카잔의 기적’이었을지 모른다. 카스트로프는 “당시 마음이 조금씩 한국으로 기울고 있었다. 2-0으로 앞서게 된 소니(손흥민)의 골이 터졌을 때 나도 모르게 기뻐서 소리를 질렀는데, 옆에 있던 독일 친구들이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당시 손흥민을 응원했던 그가 이젠 동료로 같이 뛴다.

카스트로프는 한국과 독일이 적으로 만났던 2002 한·일 월드컵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내가 태어나기 1년 전 4강까지 올라갔던 대회”라며 “그때는 한국이 거꾸로 독일에 졌다”고 말했다. 카스트로프의 기억은 당시 활약한 차두리(현 화성 감독)와 인연에서 시작됐다. 고향인 뒤셀도르프에서 2012~2013년 활약한 차두리를 만나 축구 선수로 꿈을 키웠던 카스트로프는 “국가대표로 그의 발자취를 따를 수 있어 영광”이라고 웃었다. 차두리를 존경하는 카스트로프가 정작 그의 아버지인 차범근을 모른다는 점에서 세월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카스트로프는 “정말 그분(차범근)이 분데스리가에서 소니보다 많은 골(98골)을 넣었느냐”고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소화 가능 포지션만 6개 “최적의 포지션은 측면 수비수

카스트로프의 최대 강점은 ‘다재다능함’이다. 이번 시즌 묀헨글라트바흐에서만 무려 6개 포지션을 소화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시작해 최근엔 좌우 윙백과 측면 수비수까지 섭렵했다. 전술적 유연성이 중요한 월드컵 무대에서 이만한 ‘조커’는 없다. 카스트로프는 “사실 난 다재다능한 선수라 생각한다. 대부분 미드필더는 윙백으로 못 뛰고, 윙백은 미드필더로 못 뛰는데 난 가능하다. 지금은 측면 수비수가 최적의 포지션”이라고 말했다.

카스트로프의 포지션 변신은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는 대표팀에도 큰 힘이다. “왼쪽 측면 수비로 뛸 때는 중앙을 파고들면서 골을 노릴 수 있고, 오른쪽은 크로스와 수비에서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스트로프는 실제로 지난 3월 쾰른을 상대로 왼쪽 윙백으로 출전해 멀티 골로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다만 ‘뜨거운 심장’은 때로 독이 된다. 최근 도르트문트전에서 거친 태클로 퇴장을 당하며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그는 “퇴장당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레드카드를 받는 ‘멍청한 실수’는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며 냉정한 플레이를 약속했다.

카스트로프의 진심은 언어에서도 묻어난다. 카스트로프는 동료들과 소통하기 위해 주 3~4회 한국어 과외를 받는다. 인터뷰 당일에도 교습이 예정되어 있었다. 가장 익숙한 말이 무엇이냐 묻자 “수고했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훈련이 끝날 때마다 동료들과 나누는 이 짧은 인사가 그에게는 한국축구대표팀의 일원이라는 증표다.

카스트로프는 언젠가 한국어로 자유롭게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월드컵에서 높은 곳에 올라갈 그 날을 기대하고 있다.

“첫 월드컵에선 큰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섣부른 목표도 정하고 싶지 않아요. 행복한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우리 집 가훈을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제가 뛰는 월드컵에서 2002년 같은 결과가 나오기 바랍니다. 그 근처라도 갈 수 있도록 다리가 부러질 때까지 뛰겠습니다.“

뒤셀도르프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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