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증권 애널리스트를 대체한다고?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이상원 2026. 5. 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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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AX인사이트 3.0]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AI리서치센터장 인터뷰
RA직군 AI로 전환하고 RA는 애널리스트 승격
AI 도입으로 생산적금융·코스닥 커버 확대 가능

증권업계의 꽃이라 불리는 금융투자분석사, 애널리스트의 역할도 인공지능(AI)산업의 성장과 함께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과 산업, 경제전반의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의견을 도출해 내는 일을 하다보니 어느 직업보다도 AI로부터의 위협이 큰 것으로 꼽힌다. 하지만 AI산업혁명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표본도 나온다.

AI활용 잘 하는 사람이 AI활용 못하는 사람을 대체한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올 초 증권업계 최초로 RA(Research Assistant) 직군의 자리를 AI로 대체하는 파격을 실행해 주목받는다. 특히 기존 RA직군은 애널리스트로 전격적으로 승격해 단순히 애널리스트를 보조하는 일을 넘어 한 단계 더 수준 높은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역설적으로 AI의 도움 때문이다.

지난 2월 미래에셋증권 조직개편과 함께 최연소 리서치센터장으로 전격 발탁된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AI리서치센터장을 만나 AI시대를 맞이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변화를 들어봤다.

박 센터장 역시 2005년 미래에셋증권 입사 후 처음 부여받은 일이 RA였다. AI를 활용하며 소멸을 맞이하게 된 RA 역할에 대해 누구보다도 체감이 큰 상황. 박 센터장은 "역설적으로 RA 업무를 오래 했었기 때문에 AI로의 대체 필요성에 대해 더 체감하는 바가 크다"면서 "RA업무 상당부분을 AI로 전환하고, RA직원들은 주니어 애널리스트로 승격시켜 직접 리포트를 쓰고, 센터의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전환중"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챗GPT, 그록, 퍼플렉시티와 같은 AI프로그램을 오래전부터 활용하며 그 필요성과 장단점을 체감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AI프로그램을 쓰면서 느낀 것은 과연 내가 이걸 넘어서는 뭔가를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었다"면서도 "두렵다고 해서 무시하기에는 AI 발전속도가 너무 빠르고, 무엇보다 리포트의 핵심이 되는 인사이트를 주는 일은 AI가 아닌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며, AI를 잘 활용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아진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이 평균적으로 커버하는 종목은 10개~15개종목 정도다. 미래에셋증권 AI리서치센터는 AI를 활용해 RA 등 업무 상당부분을 효율화하면서 애널리스트의 커버리지(분석기업)를 20개~30개 종목까지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센터장은 "AI를 통해 업무효율화를 하면, 지금까지 여력이 닿지 않았던 생산적 금융이나 코스닥 분야까지도 커버리지를 확대할 수 있게 된다"며 "AI 도입이 오히려 리서치센터와 애널리스트의 가치를 더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센터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AI리서치센터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센터장 부임 후 'AI'리서치센터로 이름을 바꿨는데, 반대는 없었나

△ AI를 접목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맞지만 이름까지 바꿀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좀 있었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좀 더 힘있게 가야겠다는 생각이었고, 구성원들도 그 필요성에 공감했다.

조직에서도 AI에 본격적으로 투자하려면 AI서비스 가입에서부터 데이터를 모으는 그런 과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조직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명칭을 과감하게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내부적으로는 구성원들이 그 필요를 느끼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회사에서 아무리 AI도입하라고 해도 사용자 본인이 필요성에 공감하고 노력하는가가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도 우리 구성원들 모두 공감이 있었다.

- AI가 애널리스트를 대체할 거라는 걱정은 없나

△ 센터장을 맡기 직전에도 AI담당 애널리스트로 일을 했었고, 스스로 퍼플렉시티나 챗GPT를 쓰다보니 과연 과거에 내가 했던 일들이 앞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하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테슬라가 실적발표를 했을 때, 퍼플렉시티에 실적을 정리해달라고 하면 너무 잘 정리해주더라. 

그렇지만 디테일하게 보면 AI의 오류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팩트 확인이 가장 중요한데, 사실이 아니라면 일을 두번 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AI를 활용하면서 오히려 사람의 판단력과 노하우는 더욱 중요해졌다고 본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활용을 잘 하는 사람이 활용을 못하는 사람을 대체한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다. AI는 하나의 도구이면서 생산성을 굉장히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데, 그걸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선택하는 건 사람의 영역이다. 그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일각에선 우리 직업의 의미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하는데, 오히려 애널리스트의 부가가치가 굉장히 커질 수 있다고 본다. AI의 설명을 바탕으로 어떻게 판단해야 하고, 뭐가 더 중요하다는 인사이트를 주는 것의 중요도가 커졌다.

혁명은 침투율이 20~30% 구간에서 성장률 커, AI는 아직 10% 수준 
- 실무적으로 어떤 변화가 진행되고 있나

△ 예전엔 사람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의 일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다른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다른 일들을 효율화하면 부가가치가 높은 일은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다.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이 평균적으로 1인당 10개~15종목 정도 커버할 수 있다. 여러 기업의 상황을 동시에 계속 따라가면서 업데이트 하고 분석하고 해야하는데, 그런 다양한 일 때문에 커버리지를 늘리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AI를 활용해 기존의 일 상당부분을 효율화할 수 있다면 커버리지는 20개~30개가 될 수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산적 금융은 물론 코스닥까지도 다양하게 커버할 수 있게 된다. 결국 AI도입으로 리서치센터와 애널리스트들의 밸류는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코스닥 리포트가 적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최근에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도 전년대비 70% 정도 코스닥 리포트 발간량을 늘리고 있다. 올해 RA업무 상당부분을 AI로 전환하고 그 인력들이 직접 리포트를 쓰면서 커버리지를 늘리는 것으로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결국 AI 활용을 통해 좋은 회사들에게 자본이 갈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셈이다.

- 낙관 편향이라는 시장의 평가에도 변화가 생길까

△ 과거보다는 중립의견 등의 비중도 늘고 있다. 시장이나 기업에서도 그런 의견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투자자들도 참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이 기업은 이런 곳이라는 설명만 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는데, 이제는 설명은 AI가 아주 잘 하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는 그래서 어떻게 투자해야 한다는 걸 얘기하지 않으면 리서치센터의 밸류가 떨어지는 상황이 됐다.

아직은 과도기적인 구간이지만, 앞으로는 얼마나 더 좋은 판단을 하는 애널리스트인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고 그렇게 가치를 인정받는 그림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애널리스트들도 과거보다 훨씬 액티브하게 의견을 내고 있는 상황이고, 그걸 장려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그 부분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 AI산업 전망은 어떻게 보나

△ 그때 그때 우려도 나오지만 길게 2~3년을 놓고 보면 AI 영향력은 정말 엄청나게 커졌다. 방향은 계속 우상향하고, 기울기는 가팔라졌고 속도는 더 빨라졌다. 2022년~2023년 챗GPT가 막 나왔을 때를 돌아보면 굉장한 일들이 있었다. 최근엔 사람들이 클로드를 많이 쓰는데, 클로드를 만든 엔트로픽의 연환산 매출이 45조원을 넘었다. 실제로 AI가 빠르게 발전해서 사용자들에게 효용을 주고 있다는 것이고, 큰 흐름에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저희가 리서치센터에서도 활용하고 있지만, 실제 AI를 지식산업에서 활용하는 비중을 봤을 때에는 아직도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비중은 10%도 안된다고 보고 있다. 보통 스마트폰이나 전기차 등 어떤 혁명이 일어날 때에는 20%~30%까지 침투율이 올라가는 구간에서는 성장률이 굉장히 높게 나온다. 지금 AI는 아직 10%가 안되기 때문에 적어도 20~30%로 가기까지는 성장의 모멘텀이 훨씬 강할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 모바일혁명이 지금 보면 당연한 걸로 보이지만, 그때만 해도 그렇게 명확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대응을 못하고 실패했다. 스마트폰도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됐고, 전기차도 그렇다. 스마트폰은 인터넷혁명이 디스트리뷰션(유통)만 바꾼 것인데도 그렇다. 그런데 AI는 기반혁명으로 거의 산업혁명급이다. 기업들이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바뀔 수 있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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