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VA, 홍콩 동시상장 검토…중국 포트폴리오 '출구' 찾나

국정근 기자 2026. 5.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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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SBVA
벤처캐피탈(VC) SBVA가 최근 홍콩 입법회 의원단을 서울 사무실로 초청했다. 한국 스타트업의 홍콩증시 동시상장(듀얼리스팅)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국내 VC가 홍콩 입법회 의원단을 직접 초청해 듀얼리스팅 이슈를 꺼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프트뱅크 태생 VC…크로스보더 역량 구축
구글 제미나이(또는 노트북LM)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그래픽=국정근 기자

SBVA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계열사로 출발한 VC다. 범아시아권을 무대로 삼는다는 정체성은 이때부터 형성했다. 현재 싱가포르에 부사장급 인사를 상주시키고, 중국에 5명 규모의 전담 팀을 두고 있다.

이 네트워크가 실제 딜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AMI 투자다. SBVA는 올해 초 튜링상 수상자 얀 르쿤이 메타 퇴사 후 창업한 AI 스타트업 AMI의 시드 라운드에 3000만유로(약 500억원)를 투자했다. 쿠팡과 두산이 출자자(LP)로 참여한 '알파 AI 아키텍처 펀드'를 통해서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에릭 슈미트 구글 전 회장, AI 빅테크 엔비디아 등이 참여한 해당 라운드에서 SBVA는 단순 투자를 넘어 한국 제조·로보틱스 기업들과 AMI 간 피지컬 AI 파일럿테스트 네트워킹을 연결하는 전략적 파트너 역할도 맡았다. SBVA 관계자는 "글로벌 거물들의 참여로 진입이 어려웠으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무기로 투자 기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오픈AI와의 접점도 이 네트워크에서 시작했다. 지난해 샘 올트먼 CEO의 방한을 주도한 것도 SBVA였고, 올 초에는 오픈AI와 협력해 포트폴리오 기업 대상 기술 워크숍을 열었다.
SBVA, 국내 IPO 문턱 높아지자…홍콩 주목
구글 제미나이(또는 노트북LM)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그래픽=국정근 기자

SBVA는 범아시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내 스타트업과 홍콩을 잇는 가교 역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로 홍콩 입법회 ICT 위원장 던컨 치우(Duncan Chiu) 의원, 엘리자베스 쿼트(Elizabeth Quat) 의원 등 기술 분야 의원단을 초청해 간담회를 연 것도 그 일환이다. SBVA 관계자는 "해당 간담회에서 홍콩 의원들과 중복상장 현황과 규제 완화 혜택을 선제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SBVA가 보유한 중국 포트폴리오와 이번 행보를 연결 짓는 시각이 있다. SBVA는 현재 다수의 중국 기업에 투자했지만, 미중 갈등 여파로 엑시트가 미뤄진 물량이 쌓여 있다. 이중 3곳의 상장(IPO)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SBVA가 2021년 1547만 달러(약 1억 위안)를 투자한 유아이봇(Youibot)이 지난해 9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SBVA 관계자는 "중국 포트폴리오 엑시트보다는 홍콩 의원단과 선제적으로 만나 한국 기업들을 글로벌 자본시장에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답했다.

같은 시기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도 VC 임원과 함께 정기 시찰 명목으로 홍콩을 다녀간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가 이제 막 홍콩을 들여다보기 시작할 때, SBVA는 이미 의원단을 서울로 불러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었다.

홍콩이 주목받는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중국 본토 기업들이 본토 대신 홍콩을 택하면서 홍콩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중국 기업 편중이 심해지고 있다. 홍콩 거래소 측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기업으로 다변화를 시키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홍콩이 기술기업 대상으로 상장 규제를 완화하며 한국·일본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세제 혜택도 있다. 홍콩에 진출한 초기 기업은 200만 홍콩달러(약 3억6000만원)까지 8.25%의 낮은 법인세를 적용받고, 자본이득세는 전면 면제받는다. 중국 선전의 연구개발(R&D) 인프라와 연계한 홍콩-선전 혁신기술원도 조성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AI의 급성장이 홍콩의 전략적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딥시크(DeepSeek), 미니맥스 등 중국 AI 모델의 출력 토큰 단가는 미국 앤스로픽 '클로드 소네트' 대비 6분의1에 불과하다. 

SBVA 관계자는 "중국 AI의 가격 경쟁력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며 "AI 인프라를 갖춘 중국 시장과 글로벌을 이어주는 역할을 홍콩이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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