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우석 츄라이 대표 "망설이다 아는 맛만 사는 식품 이커머스, 공짜 시식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황정호 기자 2026. 5. 13. 08:3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식품 시장은 커졌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아는 맛’만 산다
구매 후 무료 시식·EPS 모델로 소비자 경험과 판매자 수익 구조를 연결하다
시식 데이터 기반 솔루션·PB·해외 확장으로 ‘경험형 식품 커머스’ 고도화
츄라이가 공략하는 시장은 단순한 온라인 식품 판매가 아니다. 먹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식품의 불확실성을 온라인 커머스 안에서 줄이는 경험형 유통 시장이다. 이에 테크42는 정우석 츄라이 대표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테크42)

식품 이커머스, 이른바 온라인 식품 시장은 빠르게 커졌지만 소비자의 구매 방식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의류나 화장품, 가전은 온라인으로 구매한 뒤 일정 조건에서 반품하거나 교환할 수 있지만 식품은 다르기 때문이다. 한 번 뜯고 맛을 본 상품을 다시 돌려보내기는 불가능하다. 맛, 식감, 양념, 신선도처럼 주관적 체감이 큰 상품일수록 소비자는 실패 비용을 직접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온라인 식품 구매는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는 경험보다 이미 먹어본 상품을 다시 사는 재구매 행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츄라이가 주목한 지점도 이 문제이다. 식품은 온라인 커머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테고리지만, 온라인 침투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음식료품 온라인 침투율은 23% 수준으로 제시됐고, 온라인 거래액 40조원에 비해 오프라인 거래액은 136조원 규모로 나타났다. 츄라이가 최근 한 달 내 온라인 이커머스를 이용한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365명, 즉 73%가 식품 이커머스에서 실질적으로 돈을 날린 실패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 식품을 사는 행위가 편리해졌음에도, 새로운 상품을 고르는 순간에는 여전히 높은 심리적 장벽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소비자의 행동도 이를 보여준다. 식품 이커머스에서 온라인 구매는 재구매 중심으로 형성된다. 처음 사는 상품, 즉 미경험 상품을 구매해야 할 때 소비자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을 선택하는 경향이 크다.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때로는 시식해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실패 리스크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식품 이커머스의 본질적 한계는 배송 속도나 상품 수 부족만이 아니다. ‘먹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식품 소비의 특성이 온라인 구매 경험 안에서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츄라이는 식품 이커머스의 신제품 선택 실패의 문제를 ‘시식커머스’라는 방식으로 풀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때 같은 브랜드의 다른 상품을 무료 시식품으로 함께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소비자는 추가 배송비 없이 새로운 상품을 맛볼 수 있고, 판매자는 단발성 구매를 브랜드 내 다른 상품 구매로 확장할 기회를 얻는다.

츄라이는 이 문제를 ‘시식커머스’라는 방식으로 풀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때 같은 브랜드의 다른 상품을 무료 시식품으로 함께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소비자는 추가 배송비 없이 새로운 상품을 맛볼 수 있고, 판매자는 단발성 구매를 브랜드 내 다른 상품 구매로 확장할 기회를 얻는다. 기존 온라인 시식 모델이 먼저 샘플을 보내고 구매를 유도하는 ‘선시식’에 가까웠다면, 츄라이는 실제 구매 행위 뒤에 소비자가 선택한 식품의 시식 경험을 붙이는 ‘후시식’ 모델을 택했다. 이미 발생한 배송 흐름 안에 시식품을 넣어 비용 부담을 낮추고, 시식 후 본품 구매로 이어지는 전환 데이터를 수익 모델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수익 구조도 단순 판매 수수료에만 기대지 않는다. 츄라이는 판매자에게 시식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시식품이 본품 구매로 전환될 경우 EPS(Experience Per Sale) 광고 모델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전환율이 높은 상품일수록 판매자의 EPS 부담은 낮아지고, 전환율이 낮은 상품일수록 개선 여지가 데이터로 드러나는 구조다. 현재 츄라이는 시식 전환율 27%대, 시식 지원금 100원당 127원대 수익이라는 초기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 없이 입소문만으로 2개월 만에 사용자 2452명을 확보했다는 점도 초기 검증 사례로 꼽힌다. 츄라이가 공략하는 시장은 단순한 온라인 식품 판매가 아니다. 먹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식품의 불확실성을 온라인 커머스 안에서 줄이는 경험형 유통 시장이다. 이에 테크42는 정우석 츄라이 대표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 팩만 먹어봤다면 사지 않았을 텐데”…정우석 대표가 발견한 식품 커머스의 빈틈

정우석 츄라이 대표가 처음부터 식품 커머스를 준비했던 것은 아니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콘텐츠와 IP, 음악 플랫폼 등 여러 영역에서 창업을 경험했다. 그러나 시장의 문제를 발견하는 것과 실제 고객이 돈을 내고 해결하려는 문제를 찾는 것은 달랐다. 이전 사업에서 PMF(Product-Market Fit, 제품시장적합성)를 확인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정 대표는 새로운 아이템을 다시 탐색해야 했다.

그 계기가 된 것은 개인적인 구매 실패 경험이었다.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을 바꾸려던 그는 온라인에서 귀리현미밥을 찾아봤다. 리뷰도 좋았고 ‘일반 쌀밥보다 맛있다’는 평가도 많았다. 문제는 온라인 식품 특유의 구매 단위였다. 소량으로 한 팩만 사보기 어려웠고, 결국 여러 개 묶음 상품을 주문했다. 그러나 첫 팩을 먹어본 뒤 판단은 곧바로 끝났다. 기대했던 맛이 아니었다. 남은 상품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의 나눔에 가까운 방식으로 처분해야 했다.

“그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한 팩만 먹어봤으면 30개 넘게 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온라인에서는 왜 식품을 먼저 먹어볼 수 없을까’라는 질문이 생기더군요. 오프라인에서는 적어도 직접 보고, 어떤 경우에는 맛을 본 뒤 살 수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그런 경험을 거의 할 수 없었죠. 그때부터 식품 커머스 시장을 다시 보게 됐고, 사람들이 왜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식품을 사는지 리서치를 시작했습니다.”
정 대표가 본 식품 이커머스의 핵심 문제는 ‘상품 부족’이 아닌 새로운 상품 만족도의 불확실성에 있다.

정 대표가 본 식품 이커머스의 핵심 문제는 ‘상품 부족’이 아니었다. 이미 온라인에는 수많은 식품이 올라와 있다. 배송도 빨랐고 가격 비교도 쉬웠다. 그러나 소비자가 실제로 새로운 상품을 고르고 배송을 받기 전까지 온라인 식품은 여전히 큰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리뷰는 참고할 수 있지만 내 입맛을 대신 검증해주지는 않는다. 가족 구성원의 반응, 식탁에서의 실제 선호도, 반복 구매 가능성은 직접 먹어본 뒤에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정 대표는 식품 이커머스가 다른 카테고리와 다르게 작동한다고 봤다. 의류는 입어보고 반품할 수 있고, 가전은 성능 이상이 있으면 교환·환불 구조가 비교적 명확하다. 화장품도 샘플이나 테스트 경험이 일부 존재한다. 반면 식품은 먹는 순간 반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패 비용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가된다. 정 대표는 “식품 영역에서 경험해볼 기회를 만들어주는 커머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식품은 내가 먹어보고 반품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래서 실패율이 다른 카테고리보다 높고, 그 부담 때문에 소비자들이 아직도 오프라인에서 많이 구매한다고 봤어요. 그래서 츄라이를 통해 식품 영역에서 온라인으로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커머스를 만들어 보고 싶었죠.”

아이디어를 확인하는 과정도 직접적이었다. 정 대표와 팀은 처음부터 정교한 플랫폼을 만들기보다 ‘이 방식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먼저 보려 했다. 맛있고 반응이 좋을 만한 제품을 직접 사와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간단한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문을 받았다. 사용자가 시식품을 받아본 뒤 재구매로 이어지는지, 입소문을 통해 유입이 생기는지를 확인했다. 상품 입점, 물류, 정산 시스템이 완비되기 전의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기능제품) 실험이었다.

이 과정은 앤틀러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을 거치며 고도화됐다. 정 대표는 함께했던 팀을 그대로 둔 채 츄라이 아이템과 초기 실험 경험을 갖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기업 법인은 있는 채로 대표가 앤틀러 프로그램에 뛰어들어 투자 유치에 나선 셈이다. 커머스 분야는 처음이었지만, 그에게는 창업 경험이 있었고 팀에는 개발 역량이 있었다. 부족한 것은 식품 커머스와 운영, 정산, 판매자 계약, 수익 구조에 대한 현장 지식이었다. 정 대표는 관련 업계 대표들과 커피챗을 이어가고, 커머스 경험자들의 조언을 받아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었다. 앤틀러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츄라이는 실제 서비스 론칭 단계에 도달했다.
식품은 먹어보고 반품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츄라이 팀은 온라인 식품 선택의 실패율이 다른 카테고리보다 높고, 그 부담 때문에 소비자들이 아직도 오프라인에서 많이 구매한다고 봤다.

“저희 팀은 사실 계속 헤딩하듯이 해온 팀에 가까워요. 내부에 개발 인력은 있었기 때문에 서비스를 만드는 것 자체보다 커머스와 식품 시장을 이해하는 과정이 더 까다로웠죠. 그래서 식품 커머스를 해본 대표님들에게 정말 많이 물어봤고, 커머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판매자와 계약할 때 무엇을 봐야 하는지, 수수료만으로는 왜 수익을 내기 어려운지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단순히 상품을 파는 커머스가 아니라 식품을 경험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이 더 분명해졌죠.”

현재 츄라이는 500개가 넘는 상품과 약 130명의 판매자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아직 초기 플랫폼이다. 그러나 정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상품 수 자체가 아니라 구매 경험의 구조다. 소비자가 한 상품을 사면서 같은 브랜드의 다른 상품을 맛보고, 그 시식 경험이 다음 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 수 있다면 식품 이커머스의 재구매 중심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판단이다. 츄라이의 출발점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압축된다. “왜 식품은 온라인에서 먹어보고 살 수 없는가” 정 대표는 이 질문을 커머스 모델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후시식과 EPS, 무료 시식을 ‘비용’이 아닌 ‘수익 구조’로 바꾸다

츄라이 모델의 핵심은 무료 시식 자체가 아니다. 무료 시식은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장치지만, 플랫폼 입장에서는 비용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온라인 시식을 표방한 서비스들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다수는 샘플을 먼저 보내고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이 경우 시식품 비용과 별도 배송비가 플랫폼 또는 판매자에게 부담으로 쌓인다. 시식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구매 전환과 수익 구조가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츄라이가 택한 방식은 ‘후시식’이다. 소비자가 이미 사고 싶은 상품을 구매하면, 그 브랜드 안에서 다른 상품을 무료 시식품으로 선택할 수 있다. 추가 배송을 만들지 않고 기존 배송 박스 안에 시식품을 넣는 구조다. 소비자에게는 리스크 없는 탐색 경험이 되고, 판매자에게는 브랜드 내 다른 상품을 알릴 기회가 된다. 이때 츄라이는 판매자에게 시식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예컨대 본 상품 가격의 일정 비율을 시식 지원금으로 선지급하고, 이후 시식품이 본품 구매로 전환되면 EPS 광고 모델로 수익을 회수한다.

“시식이라는 단어만 보면 단순히 샘플을 뿌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웃음). 하지만 시식을 단독으로 보내면 시식품 비용과 택배비가 모두 손실로 잡히죠. 그래서 이전의 온라인 시식 모델들은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비용을 버티기 어려웠다고 봤습니다. 저희는 이미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같은 배송 흐름 안에서 스스로 선택한 시식품을 제공하는 후시식 구조를 택했어요. 여기에 EPS를 붙였을 때만 시식이 손해가 아니라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죠.”

EPS는 ‘Experience Per Sale’의 약자다. 말 그대로 ‘시식 경험이 실제 판매로 이어졌을 때’ 발생하는 광고·전환 기반 수익 모델이다. 구조는 상품별 전환율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상품은 10명이 시식하면 5명이 본품을 살 수 있고, 어떤 상품은 10명이 시식해도 1명만 구매할 수 있다. 츄라이는 이 전환율을 기준으로 본품 구매 시 가져가는 EPS 비용을 조정한다. 전환이 잘 되는 상품일수록 판매자 부담은 낮아지고, 전환이 낮은 상품일수록 EPS 비용은 높아진다. 맛과 상품성이 검증될수록 판매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정 대표는 이 모델이 기존 커머스의 수수료 한계를 보완한다고 본다. 일반적인 이커머스는 거래액이 커지기 전까지 판매 수수료만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광고 상품을 붙이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사용자와 트래픽이 필요하다. 반면 츄라이는 초기부터 판매 수수료 외에 시식 전환 기반 수익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츄라이는 시식 지원금 100원당 약 127원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시식 전환에서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만큼 같은 거래액을 만들더라도 일반 커머스보다 수익 구조상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판매자 입장에서 시식품을 넣는 것은 분명 비용이죠. 그래서 저희는 시식품 비용을 지원금 형태로 먼저 정산해드리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요. 이후 그 시식품을 먹어본 고객이 본품을 구매하면, 그 상품의 전환율에 따라 EPS 비용이 발생하죠. 전환이 잘 되는 상품은 판매자가 부담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전환이 잘 안 되는 상품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거예요. 결국 맛있고 상품성이 좋은 제품일수록 더 낮은 비용으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은 총거래액(GMS)을 키우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커머스의 성장은 결국 방문자 수, 구매전환율, 객단가의 곱으로 설명된다. 츄라이가 말하는 강점은 시식이 구매전환율과 객단가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한 번 구매한 상품이 마음에 들면 재구매가 발생한다. 여기에 함께 받은 시식품까지 마음에 들면 다음 구매 때 상품 수가 늘어난다. 하나를 사던 고객이 두 개, 세 개를 사는 고객으로 바뀌는 구조다. 실제 츄라이의 데이터에서도 재구매 발생 시 판매자별 평균 구매 상품 수가 1차 구매 1~2개에서 2차 구매 4개, 3차 구매 5개로 증가하는 흐름이 제시됐다.

정 대표는 이를 실제 김치 브랜드 사례로 설명했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소용량 김치가 주로 팔리는 반면, 츄라이에서는 시식품을 통해 맛을 확인한 뒤 더 큰 용량을 구매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 끼 반찬으로 먹어볼 만큼의 시식품이 가족 식탁에 올라가고, 가족 구성원이 맛을 확인하면 구매 단위가 달라진다. 식품 구매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 클릭이 아니라 ‘확신’이다. 츄라이는 이 확신을 리뷰가 아니라 실제 시식 경험에서 만들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EPS는 ‘Experience Per Sale’의 약자다. 말 그대로 ‘시식 경험이 실제 판매로 이어졌을 때’ 발생하는 광고·전환 기반 수익 모델이다.

“식품 커머스에서 소비자 행동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뉩니다. 구매한 상품이 맛있으면 다시 사고, 맛없으면 이탈하는 거죠. 그런데 츄라이에서는 구매한 상품이 기대에 못 미쳐도 함께 온 시식품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다시 돌아올 이유가 생기죠. 또 이미 먹어보고 맛을 확인한 상품은 더 큰 용량이나 더 많은 수량으로 구매할 수 있고요. 그래서 시식은 단순한 사은품이 아니라 구매전환율과 객단가를 동시에 높이는 장치가 됩니다.”

물론 이 구조는 복잡하다. 판매자 수, 상품 수, 사용자 수가 늘어나면 평균 시식 전환율은 달라질 수 있다. 체리피커(cherry picker, 기업이나 플랫폼이 제공하는 혜택만 적극적으로 챙기고 실제 구매·충성 고객으로 이어지지 않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전환율이 떨어질 수도 있고, 특정 카테고리에서는 지원금과 EPS 비용의 균형이 다시 조정돼야 할 수도 있다. 정 대표도 EPS가 아직 대규모 시장에서 완전히 검증된 모델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판매자와 사용자 규모가 함께 커지는 과정에서 전환율과 비용 구조를 계속 조정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이 복잡성이 동시에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즉 대형 플랫폼이 곧바로 같은 모델을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도 된다는 것이다. 이미 수많은 판매자와 상품을 보유한 플랫폼의 경우, 시식 지원금과 EPS 비용을 잘못 설계하면 작은 오차도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후발 주자 역시 시식 커머스를 표방할 수는 있지만, 전환율 기반 정산 구조와 판매자 설득, 상품별 데이터 축적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 대표가 EPS를 “시간을 벌어주는 구조”로 보는 이유다. 츄라이의 진짜 목표는 무료 시식이라는 겉모습보다, 그 경험을 수익과 데이터로 연결하는 운영 방식을 구축하는 것이다.

시식 데이터에서 브랜드 솔루션으로…“먹어보지 않고 사는 게 이상한 시장을 만들겠다”
맛, 양념, 포장, 용량, 가격, 설명 방식, 고객군의 차이가 전환율에 영향을 준다. 츄라이는 이 차이를 판매자에게 리포트 형태로 제공하고, 상품 개선 방향을 제안하는 브랜드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츄라이가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방향은 단순 커머스에 머무르지 않는다. 정 대표는 시식 경험이 쌓일수록 기존 식품 이커머스가 얻기 어려운 데이터가 축적된다고 본다. 이 데이터는 판매자 솔루션으로 확장된다.

가령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도 어떤 총각김치는 시식 후 전환율이 높고, 어떤 총각김치는 낮을 수 있다. 맛, 양념, 포장, 용량, 가격, 설명 방식, 고객군의 차이가 전환율에 영향을 준다. 츄라이는 이 차이를 판매자에게 리포트 형태로 제공하고, 상품 개선 방향을 제안하는 브랜드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정 대표는 “현재는 사람의 판단이 개입되는 반수동 방식이지만, 하반기에는 시식 데이터를 AI로 가공·분석하는 자동화 작업을 추진 중”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일반 커머스는 구매와 리뷰 데이터를 중심으로 상품을 봅니다. 하지만 저희는 시식이라는 과정을 통해 훨씬 더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고객군이 어떤 상품을 시식했을 때 전환이 잘 되는지, 어떤 고객군은 왜 전환되지 않는지 볼 수 있죠.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도 전환율이 높은 상품과 낮은 상품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어요. 이 데이터가 쌓이면 판매자가 상품을 개선하고, 저희가 PB 상품을 만들 때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봐요.”

마케팅 전략에서도 단기 비용 집행보다 지속 가능한 유입 채널을 중시한다. 대형 인플루언서에게 일회성 캠페인을 맡기는 방식보다, 입소문과 커뮤니티, 반복 구매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향이다. 일정 수준의 월 거래액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투자 유치와 PB 상품 개발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시식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어떤 상품이 실제로 먹힌다는 표현 그대로 ‘먹히는지’를 더 정교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이는 PB 상품 기획에서도 일반적인 리뷰 분석보다 강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정 대표는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것은 신규 사용자 유입”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커머스는 결국 거래액으로 그래프를 그려야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내부 사용자들의 재구매율이 잘 나오는 것과 별개로, 더 많은 사용자가 계속 들어와야 하죠. 자연 유입도 어느 정도 만들었지만, 올해는 주당 1000명 이상 유입시키고 활성 유저 수를 두 자릿수 만 단위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예요. 그 숫자가 맞춰지면 투자 유치와 PB 상품, 데이터 솔루션 고도화를 함께 검토할 계획입니다.”

츄라이의 확장 가능성은 국내 식품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 대표는 해외 진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조건은 명확하다. 빠른 유통망과 온라인 식품 구매 문화 등이다.

“해외로 나가려면 먼저 유통이 빨라야 해요. 저희가 초기에 보는 판매자들은 공장제 대량 상품보다 직접 만들어 파는 가게에 가까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또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매하는 문화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요. 식품을 온라인으로 사는 것 자체가 낯선 시장에서는 진입이 어렵다고 보고 있어요. 그런 기준으로 보면 일본, 싱가포르, 호주 같은 시장을 검토할 수 있고, 미국도 물류가 더 개선되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 대표가 인터뷰 말미 언급한 목표는 "거창한 플랫폼 지배보다 소비자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였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처음 창업을 시작했을 당시의 생각을 돌이켰다. (사진=테크42)

정 대표가 인터뷰 말미 언급한 목표는 "거창한 플랫폼 지배보다 소비자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였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처음 창업을 시작했을 당시의 생각을 돌이켰다.

“처음에는 제가 생각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어떤 서비스든 상관없이 좋은 문화와 좋은 사업을 가진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츄라이를 운영하고 소비자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한국에서만큼은 온라인에서 식품을 살 때 당연히 경험하지 못하고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사라졌으면 합니다. 언젠가는 식품도 먹어보지 않고 온라인에서 사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는 시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식품 이커머스의 경쟁은 그동안 더 빠른 배송, 더 낮은 가격, 더 많은 상품 수를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츄라이는 여기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온라인에서도 먹어보고 판단할 수 있다면, 소비자는 새로운 상품을 더 쉽게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판매자는 단발성 구매가 아니라 브랜드 고객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거기다 플랫폼 입장에서 리뷰와 구매 데이터 너머의 새로운 시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를 종합하면 츄라이가 실험하는 것은 식품 커머스의 판매 방식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식품을 신뢰하는 방식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