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안규백 “‘호르무즈 정상화 단계적 기여 검토’ 뜻 미국에 전달”

미국을 방문 중인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각) 호르무즈해협 통항 정상화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미국 쪽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한국군 파견이나 군사자산 지원을 구체적으로 요청한 것은 아니며, 한국 쪽이 원칙적 입장을 먼저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이날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전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의 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호르무즈해협 문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참여하겠다, 단계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정도까지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단계적 기여 방안으로 △지지 표명 △인력 파견 △정보 공유 △필요시 군사적 자산 지원 등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법과 국내법 절차를 준용하는 가운데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앞으로 기여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정도까지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회담 뒤 설명에서 “호르무즈해협 안전 통항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먼저 설명한 것”이라며 “헤그세스 장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요청을 했다거나 일부 보도처럼 노골적인 압박을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담 중 미국 쪽의 군사자산 파견 요청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전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파트너들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에이치엠엠(HMM) 나무호 피격 의혹과 관련해서도 안 장관은 “정부 합동조사단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지금으로써는 비행체의 기종이나 어느 나라가 무엇을 했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군은 필요한 부분에 있어 조사에 참여하고 기술적 분석과 자문을 제공하겠다는 정도까지 이야기했다”며 “조사 결과가 나와야 정부가 대응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나무호 사건과 관련해 미국 쪽과 “많이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드리기 제한적인 요소가 많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보다 판단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확정이 안 된 상태에서 단정할 수는 없다”며 “정부 합동조사단의 결론이 나와야 한다”고 답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 안 장관은 헤그세스 장관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그에 맞춰 조속히 전환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안 장관은 “우리 입장에서는 조기에 전작권을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을 확고히 갖고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안 장관은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에는 양국 간 공감대가 있지만 “미국쪽에서 약간의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구체적인 시기나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 부분에서 아직 온도 차가 있어 앞으로 조율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같은 양국 인식차는 좁혀지고 있으며 상당한 진전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우리 정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속한 전작권 전환을 강조하는 한국과 조건 충족을 우선시하는 미국 간의 간극이 이번에 다시 한번 재확인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안 장관은 주한미군 감축이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전날 회담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 문제와 관련해서도 안 장관은 “안보 사안은 경제 문제와 다른 트랙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이란과 전쟁 중이고 통상 문제도 얽혀 있어 단숨에 끝날 문제는 아니지만, 대중국·대북한 문제까지 고려해 조속히 실무협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에서 제기된 사드 장비 반출 논의와 관련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어제 회담에서 해당 내용은 전혀 논의된 바 없다”며 “기사 내용을 봤는데 사실과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방미 회담이 한국 쪽 제안으로 성사됐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한미 현안이 쌓여 있기 때문에 서로 소통을 통해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절차적 과정”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회담 분위기에 대해서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여러 현안 토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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