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바꾸는 AI] 전선도 ‘AI 인프라’…대한전선, 초고압 승부수 통했다

김창수 기자 2026. 5.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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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싱가포르 프로젝트 반영 1분기 영업익 604억원 ‘분기 최대’
수주잔고 3.8조원 확보…해저케이블·턴키 사업 확대로 성장축 이동
AI 데이터센터·전력망 투자 확대 속 글로벌 전력 인프라 기업 탈바꿈 ‘주목’
대한전선이 싱가포르에서 400킬로볼트(kV)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대한전선

|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대한전선이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 흐름을 타고 실적과 사업 구조 모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 노후 송배전망 교체, 재생에너지 연계 수요가 맞물리며 초고압·해저케이블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해외 각지 고수익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전선업은 원가 변수에 민감한 분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 대한전선 실적 흐름은 회사가 고부가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 대한전선. 1Q 영업익 전년比 122.9% '껑충'…탄탄한 수주 실적도 뒷받침

대한전선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834억원, 영업이익 60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6%, 영업이익은 122.9% 급증했으며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다. 영업이익률도 5.6%까지 올라섰다. 기존 전선업계 평균 영업이익률(3~4%)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실적 개선 중심에는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가 있다. 싱가포르, 북미 지역 수주 고수익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 반영됐고 미주 중압 전선과 국내 플랜트향(向) 물량도 늘며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모두 달성했다.

수주 기반도 두터워졌다. 대한전선은 1분기에만 7340억원 규모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3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3조8273억원에 달한다. 수주잔고 증가는 향후 매출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프로젝트 선별 수주 여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회사의 최근 수주 행보는 단순 물량 확대보다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해외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는 지역과 전압, 납기 조건에 따라 수익성 차이가 크다. 대한전선 기초 체력은 북미와 싱가포르 등 주요 시장에서 고부가 프로젝트가 늘어나며 한층 탄탄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분기에 구리 가격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소재 부문 판가와 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전선업 특성상 구리 가격 변화는 매출 규모와 단기 손익에 영향을 준다. 

다만 이번 실적 핵심은 원재료 가격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초고압 전력선과 산업전선, 해외 판매법인 실적이 함께 개선됐다. 또한 고수익 프로젝트 비중 확대가 영업이익률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질적 변화가 확인된다는 분석이다.

대한전선이 모색하는 차기 성장 모멘텀은 해저케이블 분야다.

회사는 전남 신안 비금도 태양광 발전 연계 프로젝트를 통해 154kV급 초고압 해저케이블 공급과 시공을 함께 수행하는 첫 턴키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단순한 케이블 납품이 아닌 자회사 대한오션웍스와 함께 운송·포설까지 맡는 프로젝트다. 전선 제조업체에서 해저 전력망 구축 사업자로 사업모델을 넓히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상풍력과 국가 간 전력망 연계,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장에서는 생산 능력뿐 아니라 시공 경험과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 수주 경쟁력을 좌우한다. 대한전선이 생산부터 포설까지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 향후 국내외 해저케이블 입찰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 AI 데이터센터·해상풍력 수요 타고 '순항' 전망

생산능력 확대 행보도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대한전선 베트남 생산법인 대한비나는 기존 중저압 케이블 중심에서 초고압 케이블로 영역을 넓히기 위해 현지 공장 증설에 나섰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베트남 초고압 케이블 공장은 북미와 오세아니아뿐 아니라 유럽·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2공장도 성장 동력 핵심으로 꼽힌다.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생산력을 확대, 국내 해상풍력과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해외 전력망 연계 프로젝트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전력 인프라 투자가 장기 사이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생산 거점 확보는 단순 증설을 넘어 수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AI 데이터센터 증설은 전력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또 미국과 유럽에서는 노후 송배전망 교체와 재생에너지 계통 연계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전력 소비처가 늘어나는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 전력망 투자는 필수적이다. 

국내에서도 해상풍력, 산업단지 전력 공급,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확충 등으로 전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전선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높은 전압, 긴 거리, 복잡한 시공 역량을 요구하는 시장이 커지는 셈이다. 이는 범용 전선보다 초고압·해저케이블에 강점을 가진 회사에 유리한 환경이다.

다만 일각에선 신중론도 제기된다. 구리 가격과 환율 불안정성이 변수로 남아 있는 데다 프로젝트별 매출 인식 시점에 따라 분기 수익성은 달라질 수 있다. 해저케이블 사업의 경우 투자 규모가 크고 실제 수주에서 매출 반영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한전선 향후 평가는 일회성 실적 호조가 아닌 해저케이블 수주 성과, 생산능력 확대 이후 가동률 등에 달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전선의 1분기 실적은 호황 결과물인 동시에 사업 구조 변화 신호탄"이라며 "초고압 전력망에서 해저케이블, 턴키 시공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 수혜 기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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