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파티 마약’을 알바 뛰며 고생한 나를 위한 ‘소소한 선물’로 생각”

전정윤 기자 2026. 5. 1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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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윤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
마약 중독 환자 80~90%, 10~30대 초반
ADHD·다이어트 약물 등 ‘합법 마약’도 심각
마약중독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이 지난 4일 인천 서구 인천참사랑병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마는 외국에서 합법화됐으니까 안전해.’ ‘재미삼아 가벼운 파티용 마약을 복용하는 건 괜찮아.’ ‘향정신성의약품은 병원에서 쓰는 약물이니 큰 문제 없어.’

마약류에 대한 이런 ‘겁 없는 무지’가 마약의 온라인 비대면 거래 활성화와 마약 가격 하락이라는 환경 변화와 맞물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4년까지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이 20명 이하인 마약청정국이었다가, 현재 암수율을 감안하면 65만명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는 국내 마약중독자 현황을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지난 4일 국내 마약 치료보호기관 32곳 중 치료 실적 1위인 인천참사랑병원에서 천영훈 원장을 만나, 국내 마약중독의 심각성과 마약 정책의 개선 방향을 들어봤다.

천 원장은 원광대 의대를 졸업하고 2012년부터 인천참사랑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마약중독만 전문으로 치료하는 몇 안 되는 의사이자, 교도소를 가장 많이 드나드는 의사다. 모두가 기피하는 외롭고 험한 길을 가는 이유를 묻자, 그는 ‘사명감’ 대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스스로를 낮췄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건강보험 수가체계에 지쳤는지 “병원을 법인화해 국가에 헌납하고 떠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대마나 이른바 ‘파티 마약’(LSD, 엑스터시, 케타민 등)을 호기심에 손대는 것을 “지옥행 급행열차”에 비유했다. 또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대마를 합법화한 것은 전과자와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과 경제 논리의 결합일 뿐 절대로 안전해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원장님이 마약 치료를 시작한 2000년대 중반과 비교해, 최근 변화가 있나요?

“2010년대 전까지만 해도 마약중독 환자 대부분이 40~50대 남성이나 조폭이었어요. 한국은 ‘필로폰 중독 연구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대부분 필로폰 중독이었고요. 지금은 치료받으러 오는 환자의 80~90%가 10~20대와 30대 초반이고, 그중 상당수가 안 해본 약이 없는 ‘멀티 드러그 유저’들이에요. 일단 중고등학생도 세뱃돈 모으면 해외직구로 구입할 수 있을 만큼 가격이 낮아지고 구매도 쉬워졌어요. 마약을 시작하는 동기도 단순한 호기심이 많아요. 클럽 ‘파티 마약’을 일주일간 알바 뛰며 고생한 나를 위한 ‘소소한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친구들끼리 술 먹고 파티하면서 약을 나누며 전염력도 강해졌어요.”

―대마를 합법화한 나라들이 있고, 대마나 엑스터시, 엘에스디 같은 약은 술보다 덜 위험하고 “힙하다”고 보는 경향도 있는데요.

“옛날엔 약쟁이는 ‘불가촉’이라는 정서적 장벽이 높았는데, 외국에서 대마가 합법화되면서 그 장벽이 무너졌어요. 대마가 우스워지니까 대마 친구인 파티 마약에 대해서도 겁이 없어졌어요. 그런데 대마도 절대 안전하지 않습니다. 대마 속에는 티에이치시(THC: tetrahydrocannabinol)라고 중독성과 정신병, 뇌손상을 유발하는 성분이 있어요. 20년 전까지만 해도 대마에 티에이치시가 3.6~3.9%밖에 없었어요. 나머지 96%가 시비디(CBD: cannabidiol)라고 약용으로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순한 대마 성분이었고요. 농업기술 혁명의 결과로 대마 티에이치시가 2년 전 기준 21%까지 올라갔어요. 정신병을 유발할 수 있는 레벨을 16~17%로 보거든요. 이미 그 수준을 넘었고, 합성 대마는 62%대, 액상 대마는 91.8%예요. 그래서 대마를 하다가 정신이상 증상을 보여서 병원에 오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데도 왜 미국 등 몇몇 나라는 대마를 합법화한 거죠?

“미국은 중독 예방·치료·재활에 실패했어요. ‘함 리덕션’(위해 감소) 정책이라고 무조건 처벌하는 대신 마약 사망자를 줄이는 게 급선무예요. 미국 고3 교실에서 약물 검사를 하면, 50%가 양성이에요. 미국에서 우리나라처럼 대마 잡아들이면 휴교령부터 내려야 된다고요. 미국 18~25살 7명 중 1명은 당장 입원시켜야 할 정도로 심각하죠. 미국은 공공기관과 공공장소에서 ‘함 리덕션 센터’를 지어서 주사기를 나눠줘요. 1980~90년대 미국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과 B형·C형 간염이 엄청나게 퍼졌어요. 역학 조사를 했더니 마약 주사기를 돌려쓴 게 문제였어요. 애들 다 죽게 생겼으니까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헌 주사기를 가져오면 새걸로 바꿔줬어요. 나중에는 함 리덕션 센터에 고무줄·주사기·알코올솜을 패키지로 쌓아놨어요. 공화당이 마약 부추기는 미친 정책이라고 난리가 났는데, 사망률이 크게 줄었고 공중보건적으로 성공한 정책이 됐죠. 상황이 이 정도니까 대마는 건드릴 수가 없죠. 고등학생들이 파티에서 소란 피우거나 비틀거리며 운전해서 단속해보면 대마 양성 반응이 나오거든요. 미국도 대마가 검출돼 전과자 되면 좋은 화이트칼라 일자리로는 못 가요. 그러면 저소득층이 되고 더 위험한 약물을 하게 되니까 대마 비범죄화에 이어 합법화로까지 간 거죠.”

―대마 합법화에는 산업적 논리도 작용한 건가요?

“2014년에 콜로라도주가 처음으로 대마를 합법화했는데, ‘어차피 이 모양이니 선도적으로 합법화를 하자. 대마쟁이들이 다 콜로라도로 오면 관광산업이 활성화되고, 대마 관련 건강보조식품·음료·섬유·쿠키 같은 부대 산업의 블루오션이 되지 않겠냐. 갱단이 가져가던 대마 유통 중간 마진도 세금으로 걷어 교육기관을 정비하고 마약 중독 센터를 짓겠다’는 경제 논리였죠. 선도적으로 대마 합법화했던 5개 주에 대해 정신건강 관련 연간 보고서가 나오는데, 문제가 심각합니다. 대마 합법화론자들은 담배와 달리 대마는 술과 상성(궁합)이 안 맞아서 대마를 합법화하면 술 소비량이 줄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펜타닐과 같은 아편계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보다는 안전한 대마를 합법화해서 오피오이드 피해를 줄이자고 했었어요. 그런데 합법화 첫해에 잠깐 술 소비량이 줄었다가 다시 증가했고 오피오이드 사망자도 계속 늘어요. 청소년들이 관문 약물인 대마를 경험하고 더 높은 단계로 가죠. 미국은 마약 정책이 실패한 상황에서 경제 논리가 들어온 겁니다.”

인천참사랑병원에서 천영훈 원장이 중독 가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참사랑병원 제공

―국내에서 각성제나 신경안정제 등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실태가 얼마만큼 심각한가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이고 마약 중독을 확산시키는 한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의료 접근성이 좋다 보니까, 병원 들어가서 “항불안제 주세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주세요, 다이어트약 주세요” 하면 다 준단 말이에요. 의사들 자체가 마약류 중독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경각심도 없고, 내 앞에 있는 환자가 마약 중독자일 거라는 생각을 잘 못 해요. 또 하나는 의료 시스템 문제이기도 한데 딱 30초, 1분 진료하잖아요. 제 환자가 두 부류인데, 하나는 아픈 척하고 병원에 가서 이런 마약류 약을 처방받아 먹거나, 또 하나는 진짜 아파서 마약류 약을 쓰기 시작했는데 중독이 된 경우예요. 자기가 처방받은 약이 위험한 약물이라는 얘기를 의사한테 들어본 적이 없다는 분들이 많거든요. 30초~1분 진료하는 병원에서 이런 사람들 붙들고 무슨 설명을 하겠어요? ‘나비약’으로 불리는 다이어트약도 중독성이 강하고 부작용이 많으니까 미국에서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만 처방해요. 부작용을 고려하더라도 살을 빼는 유익이 더 크기 때문인데, 한국에서는 달라면 다 주죠.”

―필로폰·대마·엑스터시 같은 불법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도 80~90%는 의사들이 주는 ‘합법 약물’에도 의존한다고 하셨는데요.

“불법 약물이 없을 때 에이디에이치디 약물을 처방받아서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성제 계통을 은어로 ‘어퍼’(Upper)라고 하고, 안정제 계통은 ‘다우너’(Downer)라고 하는데, 미국은 어퍼와 다우너가 나뉘어 있어요. 우리나라는 필로폰 같은 각성제 마약하는 친구들도 정신 이상 증상을 보이면 신고가 들어오니까, 평소에 병원에서 자낙스나 졸피뎀 같은 안정제를 받아놨다가 먹어요. 반대로 펜타닐 같은 마약 안정제에 의존하다가도 금단 증상이 나타나면 무기력해지니까, 다이어트약이나 에이디에이치디 약물 같은 각성제 계통을 병원에서 타놨다가 먹는 거예요.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어퍼와 다우너를 번갈아가면서 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마약으로 인한 자살도 늘고 있다던데요.

“진짜, 진짜 많습니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다시 상승하고 있는 현상의 상당 부분은 마약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마약 자체가 극심한 우울증을 초래하기 때문에 마약 치료 뒤 재발하고 나서 자괴감과 열패감과 절망 속에서 자살하는 경우가 많고요. 우리나라 필로폰 환자가 많은데, 필로폰의 가장 큰 문제는 충동성이에요. 전두엽과 전전두엽이 망가져서, 욱해서 누굴 해치기도 하지만 욱해서 자살을 하기도 합니다. 각성제 계통은 혈압을 올려서 과다 투여가 되면 뇌출혈이나 심장마비가 와서 죽죠. 펜타닐은 호흡중추를 마비시켜서 과량 투여되면 숨을 못 쉬어서 그 상태로 죽고요. 우리나라는 자살자 부검이 의무화되지 않아서 통계에 잡히지 않을 뿐이에요.”

―2025년 기준 마약류 사범 단속은 총 2만3403명(투약 8798명, 유통 1만4605명)인데, 투약 사범 중 치료보호를 받는 경우는 875명밖에 안 되던데요. 치료받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교도소에 모아놓는 거죠. 그 안에서 마약에 대한 온갖 지식과 법망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죠. 교도소에서 ‘서울 삼촌’ ‘부산 동생’ 만들어서 전국적으로 배급망을 넓혀요. 마약 환자들은 교도소 안에서 온종일 마약 얘기만 합니다. ‘말뽕’한다고 하는데요, 뇌의 쾌락중추가 안정화되지 않아요. 안에서 몸은 좋아지니까 ‘약 잘 받겠다’고 이른바 ‘출소뽕’(출소하자마자 마약 투여)을 하죠. 미국은 약물 법정과 마약 전문 판사가 있고, 치료 명령제도 있어요. 판사가 약물사범을 지역사회 약물중독 사례관리자매니저한테 보내요. 매니저가 자조모임 갔는지, 소변검사 했는지, 구직 노력하는지 체크해요. 판사가 개입해서 치료 잘 받으면 검사한테 전과 말소해주라고 하기도 하고, 반면 계속 마약을 하면 구속합니다. 사법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치료·재활에 개입하는 거죠. 우리는 이런 적극적인 개입이 없습니다.”

인천참사랑병원에서 천영훈 원장이 중독 가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참사랑병원 제공

―인천참사랑병원은 2025년 기준 치료보호 환자 875명 중 509명(58%)을 치료하는 등 마약 치료의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데요.

“마약 환자를 진료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예요. 일단 병원에 마약 환자가 입원하면 다른 환자들이 다 빠져나가요. 마약 환자들은 입원할 때도 손톱이나 항문, 심지어 성경책 속에도 마약을 숨겨 반입하고 서로 나눠요. 우울증 치료하려고 왔는데, 옆에서 마약 돌리고 있으면 누가 그 병원을 다니겠어요. 또 마약중독은 다른 정신과 질병에 비해 치료 난도와 긴장도가 높고 재활 프로그램도 많이 필요한데, 다 인건비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현행 건강보험 수가체계로는 마약중독을 치료한다고 우울증보다 수가를 더 쳐주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90%가 민간 의료기관인데 수익성이 없는 진료를 할 이유가 없죠. 그러니 토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경험과 지식 체계,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별로 없고, 마약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가 10명도 안 됩니다. 저희도 이달 말 김민석 국무총리가 방문하시기로 했는데, 국가에 병원을 헌납할 테니 법인화해달라고 할 생각입니다. 공공병원이 돼도 좋고 저는 몇달 의무복무 하다가 아프리카 말라위에 있는 병원에 가서 자원봉사 하며 살고 싶어요.”

―김민석 총리가 지난달 17일 행정안전부에 마약 조직 및 인원 부족 문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실효성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려면 주안점을 어디에 둬야 할까요?

“윤석열 정부 때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무부처로 전국에 17개 재활센터를 만들고, 연구개발(R&D) 삭감 기조 속에서도 유일하게 연구 예산을 늘렸어요.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이미 운영하던 60여개 중독 관리 통합지원센터와 중복되고, 시급한 임상 연구보다 국외에서 충분히 연구된 기초 연구에 예산이 많이 쓰여 아쉬웠죠. 미국은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에서 약물에 대한 모든 연구정책 개발과 전문 인력 트레이닝까지 관장하거든요.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 정도 수준의 마약청을 만들어 단기·중기·장기 계획과 예산 배분, 연구 방향에 대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부처별로 가르마를 타줘야 할 것 같아요. 국무총리 산하 마약류대책협의회가 있는데, 예방 단계 수사 소위원회를 만들어서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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