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결렬’ 삼성 노조, 총파업 태세…법원 제동·정부 강제조정 가능성도

구경우 기자 2026. 5.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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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사, 중노위 조정 결렬
사측, 올 한해 DS만 12% 제안
노조 “오히려 퇴보됐다”며 중단
결국 이달 21일 총파업 수순 돌입
30조 생산차질 및 경제 피해
정부 긴급조정권 발동 전망도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 최종 결렬을 선언한 후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로 진행한 성과급 재협상이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사실상 협상 파기를 염두에 두고 창사 이래 두 번째 총파업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국가 최대 산업인 반도체 공장이 멈춰 서면 수출 감소와 지역경제 둔화 등 국가 경제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사후조정 마지막 날인 이날 회의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회의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날 새벽 3시까지 약 17시간 동안 진행됐다.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 노조 측은 성과급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 비율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식의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핵심은 매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성과급 지급에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이 제도를 통해 경영실적에 따른 변동성을 줄이고 직원들에게 안정적인 보수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조 안대로라면 올해 예상 실적인 영업이익 340조 원 가운데 약 51조 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반면 삼성전자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에 난색을 표하며 기존의 경제적부가가치(EVA) 기반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올해 반도체(DS)부문만 일회성으로 특별경영성과급을 주겠다고 이날 제안했다. 비메모리 사업부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특별경영성과급을 부문 재원 70%와 사업부 재원 30%로 구성하는 방안도 내놨다.

중노위는 이를 전달받은 뒤 중노위에 사후조정 중단을 요청했다. 노조 측은 영업이익 기반의 성과급 개선안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사측은 이를 올해로만 한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이날 새벽 3시께 취재진에게 “5개월간 동일한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우리의 안건이 명확히 관철되지 않았다”며 “사측과 따로 논의할 생각은 현재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측이 법원에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진행했던 것처럼 적법한 쟁위 행위를 강행할 예정”이라며 총파업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중노위 역시 노조의 요구가 관철되면 한국 산업 전반의 임금체계가 극심한 혼란을 겪고 대중소기업간의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될 수 있다며 조정을 시도했다. 사측에도 노조의 의견을 수용해 최대 성과를 낸 메모리사업부에 대한 추가 보상안을 권유하며 타결점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노조가 사후조정 중단을 요청하면서 공식 조정안 제시 없이 절차가 종료됐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재협상은 결렬됐다. 최 위원장은 “사측에 조정안을 요구하고 12시간이 지난 끝에 제시한 안건은 오히려 퇴보된 결과물”이라며 “DS 부문만 2026년 한정 특별경영성과급을 제시하면서 제도화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21일부터 18일간 진행할 총파업과 관련해 “금일 기준 참가 인원은 4만 1000명 수준”이라며 “회사 안건을 봤을 때 조합원들이 5만 명 이상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총파업이 벌어지면 약 30조 원의 생산 차질과 고객사 이탈, 협력사 피해 등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노조의 총파업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6일 수원지방법원에 노조의 불법 파업을 금지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현행 노조법은 △안전보호시설 정상 운영 방해(제42조 2항) △장비손상 및 원료·제품 변질 방지작업 중단(제38조 2항) △생산라인 등 사업장 주요시설 점거(제42조 1항) △협박을 통한 쟁의참여 강요(제38조 1항) 등을 금지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가 반도체 생산라인을 점거해 가동이 중단될 경우 엔비디아·AMD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할 메모리 생산량이 감소하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반드시 쟁의행위 금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대 1대당 5000억 원에 이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반도체 설비 전원을 한 번 껐다가 재가동하려면 복구 절차가 복잡해 수개월이 걸려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 2007년 삼성전자 기흥 사업장은 4시간 정전으로 약 4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2018년 평택 사업장 역시 정전 시간이 30분이 채 되지 않았지만 500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법원이 이러한 점을 고려해 회사 측이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당장 급한 불을 끄게 된다.

수원지방법원은 이날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기일을 연다. 법원은 파업 개시일인 21일 전에 결론을 낼 방침이다.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앞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천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법원의 제동도 노조의 총파업 열차를 완전히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노조는 법원이 인정한 필수 인력만 생산라인에 근무하도록 한 채 파업에 나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필수 유지 인력은 전체의 5%, 많아도 10%에 불과하다”라며 “총파업에 돌입하면 생산차질은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37.1%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생산라인이 멈추면 국가 경제와 수출 전반의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진다. 긴급조정권은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직권으로 총파업을 중단시키는 강제 조치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와 제77조는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30일이 경과할 때까지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다만 정치적 부담이 큰 긴급조정권을 실제로 발동할지는 미지수다. 이는 노사의 현안에 정부가 직접 개입해 이익을 조정하는 제도다. 노조에 불리한 조정이 내려지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2만 명이 넘는 삼성전자 임직원 및 가족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실제로 긴급조정권이 시행된 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및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 4차례에 불과하다.

최 위원장은 “고용노동부 긴급조정안까지 논의된다는 것은 노사 관계가 굉장히 악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세종=이석진 기자 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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