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끝내 결렬…‘21일 총파업’ 눈앞 긴급조정권 카드 부상

심화영 2026. 5.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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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성과급 제도화 이견 못 좁혀…초기업노조 “21일 파업 강행”
영업익 40조 증발 우려에 긴급조정권 카드 부상…정부는 신중론

[대한경제=심화영 기자]삼성전자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마지막 날까지 성과급 제도 개편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정부 중재가 무산되면서 오는 21일 예정된 총파업 가능성이 한층 커진 가운데, 재계와 노동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전날 오전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협상은 13일 새벽 3시까지 약 17시간 이어졌으나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협상 종료 직후 “조합 측에서 사후조정 결렬을 선언했다”며 “조정안은 오히려 퇴보한 안건이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중노위 조정안에는 기존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준 OPI(초과이익성과금) 제도를 유지하고, DS·DX 부문 모두 현행 성과급 상한 50%를 유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DS부문에는 별도의 특별경영성과급 방안이 제시됐지만, 노조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국내 1위일 경우에만 지급되는 조건부·일회성 안건”이라며 수용을 거부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산정 기준의 투명화·제도화를 핵심 요구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실적 연동 구조와 재무 부담 등을 이유로 상한 유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노조는 이번 조정안이 사실상 기존 제도를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의 성과를 외부 변수에 맡기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사가 제대로 된 안건을 가져오지 않는 한 추가 대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사실상 총파업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초기업노조는 현재까지 약 4만1000명이 파업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사측 대응에 따라 참여 인원이 5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파업이 지난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중심의 부분 파업과는 차원이 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단일 과반노조로, 조합원 규모만 7만3000명 수준에 달한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파업 장기화 시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감소 규모가 최대 40조원을 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치거나 국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을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치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강제 중재 절차에 들어간다. 중재 결과는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과거 긴급조정권 발동 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1993년 현대자동차, 2005년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네 차례뿐이다. 제조업에서는 1993년 현대차 사례가 유일하다.

다만 정부는 현재까지는 신중한 입장이다. 중노위는 “노사 양측이 추가 사후조정을 요청할 경우 언제든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긴급조정권 검토 여부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현 정부가 노동계와의 관계를 중시해온 만큼 실제 발동까지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차질이 현실화하고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 경제와 수출,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정부가 결국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시점은 오는 21일이다. 남은 일주일 동안 노사 자율교섭 재개 여부와 정부 대응 수위가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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