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자컴퓨팅, 빅테크가 물러난 자리에 국가자본이 들어왔다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박지민 36Kr KOREA 대표 2026. 5.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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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경쟁보다 오래 버티는 생태계 경쟁이 시작됐다

인공지능 다음의 전략기술을 묻는다면 중국은 주저 없이 양자컴퓨팅을 가리킨다. 양자컴퓨팅은 아직 대중적 상업 서비스가 아니다. 당장 기업의 손익계산서에 큰 매출을 만드는 산업도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 기술을 단순한 미래 연구과제가 아니라 암호, 국방, 금융, 신약, 소재, 통신, 인공지능을 동시에 흔들 수 있는 국가전략산업으로 보고 있다.

중국 양자컴퓨팅의 현재 위치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기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산업전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은 범용 양자컴퓨터를 곧바로 상용화했다기보다, 국가 연구기관과 과학자 창업기업, 지방정부, 국유자본, 통신사, 상장시장을 결합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기술 성과만 놓고 보면 중국은 이미 세계 최상위권이다. 중국과학기술대학(中国科学技术大学)과 중국과학원 계열 연구진은 광양자 컴퓨터 구장(九章)과 초전도 양자컴퓨터 쭈충즈(祖冲之)를 통해 특정 계산 문제에서 기존 슈퍼컴퓨터를 압도하는 실험을 반복적으로 시연했다. 쭈충즈 3.0은 105개 큐비트와 182개 결합기를 갖춘 초전도 양자 프로토타입으로 발표됐다. 이는 중국이 초전도 방식에서도 미국의 IBM, 구글과 경쟁할 수 있는 실험 역량을 확보했다는 신호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냉정한 구분이 필요하다. 양자 우위 시연과 상업적 양자컴퓨터는 다르다. 전자는 특정 문제에서 양자 시스템이 고전 컴퓨터를 이겼다는 과학적 성과다. 후자는 오류를 통제하고, 반복 가능한 성능을 제공하며,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중국은 전자에서 강하다. 후자에서는 아직 미국이 앞서 있다. 미국은 오류정정, 클라우드 개발자 생태계, 벤치마크 공개, 상업 고객 기반에서 더 앞서 있다.

그럼에도 중국의 양자컴퓨팅을 과소평가하기 어렵다. 중국의 강점은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완성될 때까지 버티는 구조에 있다. 서방의 양자컴퓨팅 산업이 IBM, 구글, 아이온큐, 디웨이브 같은 민간 기업과 자본시장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중국은 훨씬 국가 주도적이다. 독일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는 중국의 양자기술 정부 지출이 약 15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에 달하며, 2022년 이후 양자 관련 논문 수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선다고 분석한 바 있다.

중국 양자컴퓨팅 생태계의 핵심 도시는 허페이(合肥),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선전(深圳)이다. 허페이는 중국 양자산업의 심장에 가깝다. 중국과학기술대학을 중심으로 본원양자(本源量子), 궈둔양자(国盾量子), 국의양자(国仪量子)가 모여 있다. 베이징은 정책, 자본, 이온트랩, 전용 양자컴퓨터의 거점이다. 상하이는 튜링양자(图灵量子)를 중심으로 광양자 칩과 포토닉스 노선을 키우고 있다. 선전은 량쉬안과기(量旋科技), 화웨이(华为), 텐센트(腾讯)를 통해 교육용 양자컴퓨터,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클라우드 생태계를 실험하고 있다.

기업별로 보면 본원양자는 중국 초전도 양자컴퓨팅의 대표주자다. 2024년 공개한 본원오공은 72큐비트 초전도 양자컴퓨터로 출발했고, 최근에는 180큐비트급 차세대 시스템을 공개했다. 기존 시스템은 160개 이상 국가에서 약 5000만 회 원격 접속되고, 90만 건 이상의 양자계산 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는 아직 본격 상업화라기보다 개발자·연구자 생태계 구축의 의미가 크다.

궈둔양자는 이미 상하이 과학기술혁신판에 상장한 중국 대표 양자기술 기업이다. 출발점은 양자통신과 양자암호였지만, 최근에는 양자컴퓨팅 장비와 클라우드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25년에는 매출이 약 4560만달러(약 680억원)로 증가했고 귀속순이익 기준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다만 비경상손익을 제외한 본업 수익성은 아직 검증 단계에 있어, 궈둔양자는 중국 양자기술의 상장시장 대표주자이면서 동시에 초기 산업의 한계를 함께 보여주는 사례다.

베이징의 보스양자(玻色量子)는 다른 길을 택했다. 이 회사는 범용 양자컴퓨터를 기다리기보다 전용 양자컴퓨터를 먼저 산업 현장에 투입하는 전략을 취한다. 올해 3월 보스양자는 약 1억4700만달러(약 2193억원) 규모의 B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36Kr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누적 11차례 투자에서 약 2억7100만달러(약 4043억원)를 조달했고, 생명과학, 인공지능, 통신 등 20여 개 산업에서 100개 이상의 적용 시나리오를 탐색하고 있다.

상하이의 튜링양자도 주목해야 한다. 이 회사는 광양자 칩과 광양자컴퓨팅을 앞세운다. 최근 국가 창업투자 유도기금 장강삼각주 펀드와 푸둥 국유자본이 투자에 참여하며 평가액이 약 10억3000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국가자본이 초전도뿐 아니라 광양자 노선에도 직접 베팅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국의양자는 양자정밀측정과 고급 과학기기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전자상자성공명 분광기, 전자현미경, 양자 다이아몬드 센서 등 고급 계측 장비가 핵심이다. 최근에는 이온트랩 양자컴퓨팅 장비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매출은 약 9760만달러(약 1456억원)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아직 순손실과 연구개발 효율성에 대한 시장의 검증은 남아 있다. 이 회사는 순수 양자컴퓨팅 기업이라기보다 양자정밀측정, 고급 계측기, 이온트랩 양자컴퓨팅 일부를 결합한 고급장비 기업에 가깝다.

눈여겨볼 점은 중국 빅테크의 역할 변화다. 알리바바(阿里巴巴)와 바이두(百度)는 한때 직접 양자컴퓨팅 연구소를 운영했지만, 최근에는 각각 저장대와 베이징 양자정보과학연구원에 관련 연구소와 장비를 넘겼다. 이것만 보면 빅테크가 양자컴퓨팅에서 후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역할이 재배치된 것이다.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는 장기투자와 국가 안보 성격이 강한 영역이다.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검색, 자율주행에 집중하고, 양자 하드웨어는 국가 연구기관과 전문기업이 맡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반면 텐센트와 화웨이는 완전히 물러난 것이 아니다. 텐센트는 직접 하드웨어보다 양자 알고리즘과 신약개발 응용 쪽에 가깝다. 화웨이는 HiQ 같은 양자 소프트웨어와 시뮬레이터, 클라우드 도구를 통해 개발자 생태계와 알고리즘 기반을 지원한다. 바이트댄스(字节跳动)는 아직 양자컴퓨팅의 직접 플레이어라기보다, 향후 양자와 인공지능 인프라가 결합할 때 거대한 수요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자본시장도 달라지고 있다. 36Kr은 2026년 1분기 중국 양자컴퓨팅 투자액이 약 3억2400만달러(약 4834억원)에 달해 2025년 연간 투자액 약 3억6400만달러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억 달러 단위 투자가 일상화되고 있고, 본원양자는 상장 준비에 들어갔으며, 국의양자도 과학기술혁신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양자컴퓨팅은 실험실에서 벤처투자, 그리고 상장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의 양자 전략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빅테크형 혁신이 아니라 국가자본형 장기전이다. 미국은 개별 기업이 기술 로드맵을 공개하고 글로벌 고객을 확보하며 시장을 만든다. 중국은 국가가 방향을 정하고, 지방정부가 클러스터를 만들고, 국유자본이 장기 자금을 공급하고, 과학자 창업기업이 기술 노선을 나눠 맡는다. 이 구조는 단기 수익성은 낮지만 장기 지속력은 강하다.

물론 약점도 분명하다. 중국은 기술 성과를 발표할 때 핵심 성능지표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최근 발표된 중성원자 방식 양자컴퓨터 한위안 2호도 200큐비트와 저전력 구조를 내세웠지만, 게이트 충실도와 결맞음 시간 등 핵심 성능지표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중국 양자컴퓨팅이 국제 신뢰를 얻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중국의 방향은 분명하다. 범용 양자컴퓨터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전용 계산, 클라우드 체험, 교육용 장비, 양자통신, 양자센서, 고성능컴퓨팅 결합, 신약·소재·금융 최적화 등 지금 팔 수 있는 것부터 시장을 만든다. 이는 중국 산업정책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완벽한 기술을 기다리기보다 미완성 기술을 산업 생태계 안으로 먼저 밀어 넣는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세 가지다.

첫째, 한국도 양자를 연구개발 과제로만 보지 말고 산업전략으로 봐야 한다. 양자컴퓨팅은 반도체, 극저온, 광학, 정밀제어, 클라우드, 보안, 신약, 금융공학이 결합된 복합산업이다. 특정 부처나 연구기관 하나가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둘째, 한국은 범용 양자컴퓨터에서 미국·중국을 단기간에 따라잡겠다는 구호보다 우리가 강한 영역을 정해야 한다. 반도체 공정, 극저온 부품, 양자센서, 포스트양자암호, 금융·제약·소재 시뮬레이션, 국방 보안통신, 양자-인공지능 융합 소프트웨어가 현실적 출발점이다.

셋째, 중국을 단순 경쟁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시장과 기술 흐름의 조기 신호로 읽어야 한다. 중국에서 양자컴퓨팅은 아직 돈을 버는 산업이 아니다. 그러나 국가가 끝까지 밀겠다고 선언한 산업이다. 한국 기업과 금융권은 이 산업을 아직 먼 미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양자컴퓨팅의 본격 상업화 시점은 늦을 수 있지만, 그때 필요한 공급망과 표준, 인재, 투자 포지션은 지금 결정되고 있다.

중국 양자컴퓨팅의 진짜 경쟁력은 오늘의 큐비트 숫자가 아니다. 국가가 장기 손실을 감수하고, 과학자가 창업하고, 지방정부가 클러스터를 만들고, 국유자본이 기다려주는 구조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것도 바로 그 구조다. 기술 패권은 실험실에서 시작되지만, 산업 패권은 오래 버틸 수 있는 생태계에서 완성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지민 대표는 한·중 산업·기술 협력, 자본시장, 투자·M&A, 정책·기업 협력, 대학 산학협력 생태계를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전략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외국인 투자유치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해 한·중 기업 간 기술 협력, 투자 연계, 산업 파트너십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식회사 피더블유에스그룹(PWS GROUP)을 창업했다. 현재 미국 나스닥(NASDAQ)에 상장한 36Kr,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캐피털 Draper Dragon, BEYOND EXPO, HIRED CHINA, Zhejiang Saichuang Weilai Venture Capital Investment Management 등의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중국 내 주요 로펌의 한국 파트너로서 한·중 기업 자문,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 지원, 양국 간 크로스보더 M&A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중화권 대표 방송사 봉황위성TV(凤凰卫视)의 시사토론 프로그램(一虎一席谈)에 한·중 협력 분야 전문 패널로 출연하며, 한중 경제·산업·기술 협력과 중국 시장 동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학계와 산업계의 교류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경영학회 산업계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 국유 철강기업 시노스틸(中国中钢集团, Sinosteel Corporation)과 베이징 중관촌 창업 생태계의 핵심 플랫폼인 중관촌창업거리(中关村创业大街) 이노웨이(INNOWAY)에서 근무하며 중국 산업 및 혁신 생태계 현장 경험을 쌓았다. IT조선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를 통해 중국의 산업정책, 기술혁신, 자본시장, 기업 생태계, 한중 협력의 변화 흐름을 현장과 산업의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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