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이클 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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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세계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첫 전기 영화 <마이클>이 오늘(13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트레이닝 데이>의 앤트완 후쿠아 감독과, 국내에서 약 994만 관객을 동원한 <보헤미안 랩소디> 제작진의 합작품이다. 주인공 역에는 마이클 잭슨의 친조카이자 신예 뮤지션인 자파 잭슨이 캐스팅돼 특별함과 애틋함을 더한다.
지난달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마이클>은 개봉 첫 주말 북미에서 9,700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 2억 1,700만 달러(한화 약 3,000억 원)의 수익을 거두며 음악 전기 영화 사상 최대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영화의 흥행이 빌보드 차트의 질서도 다시 쓰고 있다. 빌보드 200 앨범 차트에서는 <스릴러(Thriller)>가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톱10에 재진입했고(7위),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는 <넘버 원스(Number Ones)>가 17년 만에 1위를 탈환했다. 사후 17년, '마이클 잭슨 리바이벌'의 신호탄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누구나 한 번쯤 들었을, 그러나 들을 때마다 새로운 마이클 잭슨의 명곡 10곡을 꼽았다.
1. 빌리 진(Billie Jean)
마이클 잭슨 커리어의 정점이자, 팝 역사에서 상징적인 곡. '빌보드 핫100'(이하 핫100)에서 7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 매체 롤링스톤(Rolling Stone)은 이 곡을 두고 "마이클 잭슨의 모든 모순 — 젊은 열정, 신경증적 긴장, 순수한 신체적 우아함 — 을 압축한 그의 최고의 곡"이라고 평가했다.
이 곡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문워크(Moonwalk)'의 탄생곡이라는 점이다. 1983년 모타운(Motown) 25주년 기념 특집 무대에서 마이클 잭슨이 빌리 진을 부르던 중 처음으로 선보인 문워크는 춤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롭다. 마이클 잭슨의 '황금기'를 빚어낸 프로듀서 퀸시 존스가 "인트로가 너무 길다"며 자르려 했던 29초짜리 베이스라인은 마이클 잭슨의 고집 덕분에 살아남아, 팝 역사에서 상징적인 도입부가 되었다.
2. 비트 잇(Beat It)
'빌리 진'이 1위에서 내려 온 후, 2주 뒤에 그 자리를 차지한 곡이다. 에디 반 헤일런의 기타 솔로가 더해진 디스코-록 융합곡으로, 1984년 그래미(Grammy)에서 '올해의 레코드상(Record of the Year)' 과 '최우수 남성 록 보컬 퍼포먼스상(Best Male Rock Vocal Performance)' 을 동시에 수상했다.
'비트 잇'은 음악적 성취에 그치지 않는다. 당시 미국 최대 음악 방송 채널 엠티비(MTV)는 1981년 개국 이래 사실상 '백인 록 채널' 정책을 고수하며 흑인 아티스트들을 배제해왔다. 그 견고한 벽에 처음으로 균열을 낸 것이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이었고, 그 벽을 무너뜨린 결정타가 비트 잇이었다. 실제 LA 갱단원이 출연해 싸움 대신 춤으로 갈등을 푸는 이 뮤직비디오는 인종의 벽을 음악과 춤으로 넘어선 상징적 장면이 되었다.
3. 스릴러(Thriller)
'스릴러'는 핫100에서 4위에 오른 곡이다. 존 랜디스 감독이 연출한 14분짜리 뮤직비디오는 당시 큰 제작비인 50만 달러가 투입되어, 뮤직비디오를 단순한 홍보 영상에서 '단편영화' 장르로 격상시킨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좀비, 분장, 안무, 내러티브가 결합된 14분짜리 영상은 이후 뮤직비디오 제작자들에게 일종의 표준이 되었다. 마돈나, 비욘세, 레이디 가가 같은 후배 아티스트들이 영상에 영화적 서사를 도입할 수 있게 된 출발점이 이 작품이다.
이 곡은 이후 미국 의회도서관 국가 음반 등록부에 영구 보존되어,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4. 배드(Bad)
앨범 <배드>는 한 앨범에서 핫100 1위곡 5개를 배출한 최초의 작품이다. 2011년 케이티 페리가 동률을 이룰 때까지 24년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타이틀곡 '배드' 역시 핫100에서 2주간 1위에 올랐다.
'배드'에서 'bad'는 '나쁘다'가 아니라 '진짜 멋지다'는 흑인 영어 슬랭이다. 비트 잇의 평화 메시지가 한 단계 진화한 형태로, "폭력에 반대할 줄 아는 내가 진짜 멋진 사람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앨범의 위대함은 음반 판매가 아닌 '배드 월드 투어'에 있다. 4개 대륙, 15개국, 123회 공연, 총 관객 수 440만 명. 이런 규모의 투어는 그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다. 현대 월드 투어 산업의 초석을 닦은 작품이다. 지금의 글로벌 투어 모델의 원형이 여기서 만들어졌다.
5. 맨 인 더 미러(Man in the Mirror)
자기 성찰과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잭슨 후기 커리어의 정수'로 꼽힌다. 거울 속 자신부터 변화시키라는 이 곡의 메시지는, 사실 마이클 잭슨이 평생 자신에게 던졌던 약속이었다. 2009년 그의 추모식 마지막 무대에 울려 퍼진 곡으로, 마이클 잭슨의 영혼을 담은 노래로 평가받는다.
다만 이 곡은 마이클 잭슨의 자작곡이 아니다. 시다 개럿과 글렌 발라드가 1987년 써낸 곡으로, 마이클 잭슨은 한 번 듣고 "이 곡은 무조건 내가 부른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6. 스무드 크리미널(Smooth Criminal)
중력을 거스르는 45도 '안티 그래비티 린(Anti-Gravity Lean)' 안무와 영화 <문워커(Moonwalker)> 시퀀스로 마이클 잭슨 안무의 정점을 보여준 곡. 발바닥을 바닥에 붙인 채 몸 전체가 45도 앞으로 기울어지는 이 동작은 처음 공개됐을 때 "와이어를 썼다", "씨지(CG)다"라는 추측이 쏟아질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마이클 잭슨은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직접 미국 특허(US5255452A)를 출원했다. 신발 뒤축의 슬릿(slot)이 무대에서 솟아오르는 페그(peg)에 끼워지면서 발을 고정시키는 원리다. 신발이 발을 잡아주지만, 그 각도까지 몸을 기울이는 것은 결국 마이클 잭슨의 코어 근력이었다.
7. 힐 더 월드(Heal the World)
마이클 잭슨이 여러 인터뷰에서 "내 모든 곡 중 가장 자랑스러운 곡"이라고 밝힌 자작곡. 차트 성적(핫100 27위)보다 그 메시지와 진정성으로 사랑받는 곡이다. 이 노래를 계기로 마이클 잭슨은 1992년 '힐 더 월드 재단(Heal the World Foundation)'을 설립해 전쟁 피해 어린이와 빈곤층 아동을 위해 수천만 달러를 기부했다.
특히 1993년 슈퍼볼(Super Bowl) 27회 하프타임 쇼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무대가 압권이다. 전 세계 어린이를 상징하는 3,500명의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세계 지도'를 형성하며 합창하는 장면은 팝 역사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이 공연은 슈퍼볼 시청률이 경기보다 하프타임에 오히려 더 높았던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다.
8. 블랙 오어 화이트(Black or White)
'빌리 진'과 함께 마이클 잭슨의 최장 1위 기록을 보유한 곡이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상관없다(It don't matter if you're black or white)" 후렴구의 이 한 줄이 곡 전체의 메시지를 압축한다.
뮤직비디오는 이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완성했다. 마지막 시퀀스에서 흑인, 백인, 아시아인, 라틴계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한 사람의 얼굴에서 또 다른 사람의 얼굴로 자연스럽게 바뀌어 나간다. 이 기법을 '모핑(morphing)'이라 부르는데, 1991년 당시 최첨단 시지아이(CGI)였던 이 기법은 블랙 오어 화이트 뮤직비디오를 통해 처음으로 전 세계 대중에게 알려졌다.
9. 데인저러스(Dangerous)
마이클 잭슨이 퀸시 존스와 결별하고 '뉴 잭 스윙(New Jack Swing)' 사운드의 창시자 테디 라일리와 손잡고 만든 곡이다. 당시 미국 대중음악의 새 흐름은 힙합과 알앤비(R&B)를 결합한 장르인 뉴 잭 스윙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특히 친여동생 자넷 잭슨이 뉴 잭 스윙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마이클 잭슨 다음가는 스타"가 된 것도 자극이 됐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뉴 잭 스윙이 한국까지 건너왔다는 것이다. 마이클 잭슨의 <데인저러스> 이후 뉴 잭 스윙은 글로벌 메인스트림 사운드로 자리 잡았고,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가 이 사운드를 한국식으로 흡수해 가요계를 흔들었다.
10. 유 아 낫 얼론(You Are Not Alone)
기네스 세계기록(Guinness World Records)에 등재된 곡. 핫100 사상 최초로 '차트 진입과 동시에 1위' 를 기록한 역사적인 싱글이다. 뮤직비디오에는 당시 마이클 잭슨의 부인이었던 리사 마리 프레슬리(엘비스 프레슬리의 딸)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두 팝 황제의 만남이라는 상징성이 더해진 이 곡은 4억 2,500만 뷰 이상을 기록하며 마이클 잭슨 후반기 대표 발라드로 자리매김했다.
마이클 잭슨은 1993년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I used to be very lonely. Painfully lonely. So lonely.(나는 정말 외로웠다. 고통스러울 만큼 외로웠다)"고 토로했다. 어쩌면 이 곡은 그가 그 자신에게 가장 해주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정주원 기자 simple1@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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