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천당에서 지옥으로"…외국인 6조 투매 'AI 국민배당' 쇼크였나

정성훈 기자 2026. 5. 13.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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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정책실장 발언 후 시장 급반전
블룸버그 "정책 불확실성이 투매 자극"
삼성전자·하이닉스 중심 외국인 매도 폭발

코스피 8000 시대 기대감에 들떠 있던 시장이 하루 만에 '정책 쇼크'의 위험성을 드러냈다.

장중 7999선까지 치솟던 코스피가 순식간에 5% 넘게 밀리며 7400선대로 주저앉자 시장에서는 정책 한마디가 수백조 시가총액을 흔들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장 초반 AI·반도체 랠리를 바탕으로 8000선 돌파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안한 이른바 'AI 국민배당금' 구상이 알려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블룸버그는 이날 'AI 이익 국민배당 구상에 요동치는 한국 증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시장 충격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AI 산업에서 발생한 막대한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사실상 'AI 초과이익 환수' 혹은 '준(準)횡재세' 신호로 해석됐다는 것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시장이 가장 두려워한 건 '증세 상상력'

문제는 발언 자체보다 시장이 받아들인 방식이었다.

김 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AI 인프라 공급망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과실 일부는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 취지는 AI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의 사회적 활용에 가까웠지만 시장은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최근 코스피 상승을 이끌어온 핵심 동력이 AI·반도체였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냈고, 이날 오후 기준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6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기관도 동반 매도에 나서며 지수 하락폭이 확대됐다.

시장은 'AI 산업이 잘되면 결국 정부가 초과이익을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먼저 떠올렸다. AI 산업 육성보다 분배 논리가 앞서는 순간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셈이다.

특히 글로벌 자금은 정책 불확실성에 극도로 민감하다. 세금·규제·이익 환수 가능성은 외국인 자금이 가장 빠르게 이탈하는 신호 가운데 하나다.

실제 최근 한국 증시는 AI 인프라 국가 기대감 속에서 글로벌 자금 유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반도체·HBM·전력·조선·원전 등 AI 공급망 관련 산업이 한국 증시 재평가의 핵심 논리로 작동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배당이라는 표현은 투자자들에게 예상 밖의 정책 리스크로 읽혔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횡재세 아니다" 진화에도 남은 후폭풍

시장이 급락하자 김 실장은 곧바로 추가 해명에 나섰다.

그는 "기업 이익에 새로운 횡재세를 부과하자는 뜻이 아니라 AI 산업 성장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난 초과 세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낙폭은 일부 축소됐지만 시장 충격은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블룸버그 역시 김 실장의 해명 이후 투자심리가 일부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호민 리 롬바드 오디에 싱가포르 전략가는 "하락 속도를 볼 때 촉발제는 예상 밖의 국민 AI 배당 발언이었다"며 "발언 수위가 조정되자 심리가 다소 회복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한국 증시는 코스피 7000~8000 시대 기대감 속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몰려들고 있지만, 동시에 정책 민감도 역시 극단적으로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AI·반도체 중심의 강세장이 이어질수록 정부의 산업 정책 메시지 하나하나가 시장 전체를 흔드는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AI 시대 분배 논쟁 본격화 신호탄 될 수도

이번 논란은 단순 증시 급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AI가 만든 초과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논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AI 독점 기업 규제, 디지털세, 데이터 과세, 기본소득 논쟁이 동시에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크리스티 탄 프랭클린 템플턴 인스티튜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아시아 국가들이 AI와 디지털 경제의 과실에 대한 공동 소유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은 철저히 현실적으로 반응한다. 성장산업 육성과 분배정책 사이 균형이 조금이라도 흔들릴 경우 글로벌 자금은 가장 먼저 '정책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한다.

결국 이날 코스피 급락은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라 AI 시대에 정부와 시장이 어디까지 역할을 나눌 것인지에 대한 첫 충돌로 해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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