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성전자 파업이 두려운 사람들…美 업계 “한국이 핵심”

이재희,송락규 2026. 5. 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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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


■ AI가 밀어 올린 반도체 호황…미·중 패권 경쟁은 변수

전례 없는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코스피. 어느덧 '8천피'를 코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일등공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입니다. AI 열풍에 당분간 메모리 반도체의 초호황이 이어지고 실적도 우상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변수도 있습니다. 당장에는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갈등이 '발등의 불'입니다. 노조는 다음 주부터 파업을 예고한 상황인데, 세계 메모리 시장 1위 삼성전자의 생산라인이 멈추면 증시는 물론이고 공급망 자체에도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합니다.

파업이 눈앞에 부는 바람이라면, 더 큰 파도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입니다. 메모리 최대 소비국인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다시 짜고 있습니다. 중국 견제를 위한 수출통제와 관세 카드도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가 돈을 벌수록, 패권 경쟁의 한복판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KBS는 미국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존 뉴퍼 미국반도체산업협회장을 단독 인터뷰했습니다. 뉴퍼 회장은 미국 내 제조 확대는 필요하지만, 완전한 자급자족은 불가능하다며,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미국 공급망 전략의 핵심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 “미국도 반도체 자급자족은 불가능…한국은 매우 매우 중요”

Q.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A. 그리 민감한 이유는 아닙니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1년에 두어 차례 한국을 방문하려고 합니다.

한국에 있는 회원사들과 연결하고,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고, 대사관의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이곳과 강한 연결성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또 미국에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습니다.

결국 다시 연결하고, 계속 연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방문입니다.

Q.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내 생산 위주로 재편하려는데, 반도체 자급자족을 원하는 것인지?

A. 반도체 업계와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 모두 미국 내 제조를 더 늘려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도 모든 것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와 완전한 자급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엄청나게 비용이 많이 들 것이고, 우리의 혁신 역량을 훼손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목표는 미국 내 생산 확대와 동시에 해외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들어 공급망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구축하는 능력은 우리 산업이 성공해 온 핵심 비결 중 하나입니다. 그 관점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Q.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게 비용 구조를 고려할 때 현실성이 있나?

A. 그 부분은 결국 기업들이 판단하고 풀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앞으로 글로벌 경제의 미래는 더 많은 AI와 더 많은 데이터센터로 향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에는 데이터센터가 훨씬 더 많이 있습니다. 제가 미래를 생각하는 메모리 기업이라면, 고객과 더 가까운 곳에 있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 고객들이 앞으로 미국에 더 많이, 더 활발하게 자리 잡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요소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인재 접근성입니다. 또 미국은 지식재산권 집행이 매우 강력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재정적 인센티브만 보는 것 외에도 미국에서 제조해야 할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Q.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전략에서 한국 기업들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지?

A.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제가 견해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우리의 공급망에서 매우,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한국 파트너들이 미국 시장, 특히 미국 내에서 더 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매우 고무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Q.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같은 외국 기업에도 지분 투자나 인센티브 등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는지?

A.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미국 내 제조를 장려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아마 세제 메커니즘일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수단으로 활용돼 온 것이 투자세액공제입니다.

처음에는 25% 투자세액공제로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10억 달러를 투자하면 2억 5천만 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이것이 지난여름 35%로 올라갔습니다. 우리는 이 세액공제의 적용 기한을 2026년 이후로 연장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올해 말 이전에 착공하면 10년 동안 매우 큰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종료 시한, 즉 올해 말로 되어 있는 일몰 조항을 없애고 싶습니다.


■ 빅테크 참전에도 “반도체 수요 더 커질 것”

Q.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는데, 반도체 기업에 위기인지 기회인지?

A. 전반적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봅니다. 반도체 산업을 되돌아보면, 이 산업에서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변화입니다.

초기에는 전체 스택을 모두 담당하는 통합 기업들이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설계 회사, 제조 회사, 그리고 둘 다 하는 회사들로 진화했습니다. 고객들이 더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우리 산업의 또 다른 변화일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에 적응할 것입니다.

또 흥미로운 점은, 지금 더 많은 플레이어가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아마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산업의 성장세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올해 반도체 산업이 1조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것도 매우 보수적인 전망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1조 3천억 달러, 1조 4천억 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핵심은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각자의 파이 조각도 더 커질 것입니다.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들어와도 괜찮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더 많은 경쟁과 변화를 환영합니다.

Q. 구글의 ‘터보퀀트(TurboQuant)’ 등 최신 데이터 압축 기술이 메모리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

A.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우리 산업은 항상 숨이 멎을 정도로 빠른 혁신의 속도를 보여왔습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든, 아키텍처나 설계, 그 밖의 여러 방식이든 말입니다. 따라서 이런 변화도 우리 산업의 또 다른 진전일 것이고,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우리 산업이 워낙 크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기회는 훨씬 더 많아질 것입니다. 데이터센터에서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오히려 더 많은 수요를 만들고 반도체 산업의 모든 분야, 메모리 부문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美 반도체 업계 “관세보다 수요, 통제는 정밀하게”

Q.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관세 정책에 대한 미국 반도체 업계의 입장은?

A. 민감한 사안입니다. 반도체에 대해 관세가 크게 늘어날지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에 대해서는 업계가 매우 일치된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투입재, 즉 소재와 장비 같은 것들에는 추가 관세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초점이 수요 촉진에 맞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동맹국들이 앞으로 반도체 수요가 충분히 확보되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반도체 구매가 각국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수요 촉진 요인에 더 큰 초점이 맞춰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제조 인센티브에 큰 초점이 맞춰져 왔고, 그것은 적절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한쪽 측면입니다.

또 다른 매우 중요한 측면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이 모든 칩을 사줄 고객과 수요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Q. 미국 의회에서 가결된 매치법(MATCH Act)이 한국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지?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지난달 22일 매치법(하드웨어 기술 통제 다자 동조법, MATCH Act, Multilateral Alignment of Technology Controls on Hardware Act)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은 중국 등 우려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대상을 식별하고, 미국의 장비 수출 제한을 동맹국과도 조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중국이 네덜란드나 일본 등 제3국을 통해 첨단 반도체 장비와 부품을 우회 조달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A. 수출통제와 관련해 몇 가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명확하고 예측할 수 있는 수출통제가 우리에게 중요합니다. 국가안보를 제대로 다루는 것, 그리고 우리 산업의 생존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안보 문제입니다. 수출통제가 그것을 돕는다면 좋은 일입니다. 우리는 수출통제가 정밀하게 초점을 맞춘 방식이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수출통제가 효과적이려면 전 세계의 친구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고 매우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Q. 미·중 정상회담 뒤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은?

A. 우리는 양국 관계에 더 많은 안정과 차분함이 생긴 것을 환영해왔습니다. 업계 입장에서 중국은 언제나 복잡한 문제입니다.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매우 큰 고객이고, 세계 공급망에서도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정상회담 이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규칙, 예측 가능성, 규제의 명확성이 확보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수출통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규칙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해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정상회담 이후에도 전반적인 양국 관계에서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Q.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악영향을 받진 않을까요?

A. 여러 측면이 있습니다. 우선 우리 업계의 대부분의 주체들은 공급망을 관리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데 더 능숙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대체로 우리 산업은 적어도 당분간은 괜찮을 것이고, 강하고 경쟁력 있게 계속 작동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공급망 다변화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보여줍니다. 우리 모두가 그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계속 대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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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기자 (leej@kbs.co.kr)

송락규 기자 (rock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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