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와 나란히…교직원공제회는 어떻게 ‘대기업 집단'이 됐나
73조원 굴리는 투자 '큰손'

삼성, SK, 현대차, LG 등 자산 5조원 이상 기업만 오를 수 있는 대기업집단 명단에 뜻밖의 이름이 등장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다.
교직원공제회는 교직원의 생활 안정과 복리 증진을 위해 1971년 특별법으로 설립된 국내 유일의 교직원 금융복지기관이다. 사학연금처럼 법정 연금제도도 아니다. 하지만 장부를 들여다보면 덩치는 웬만한 금융회사 못지않다.
교직원공제회의 지난해 말 총자산은 85조8938억원이다. 2023년 64조1585억원, 2024년 74조5909억원에서 2년 만에 21조원 넘게 불었다. 이 가운데 73조원가량이 주식이나 채권, 대체투자 등 투자 운용 자산이다.
다만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은 70조원대 운용자산 때문만은 아니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애초에 공제회 본체의 총자산이 아니라 공제회가 지배하는 국내 회사들의 자산 합계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대기업집단을 지정할 때는 공제회가 거느린 손자회사들의 자산을 본다.
교직원공제회 아래에는 저축은행, 상조, 호텔·리조트, 골프장, 복지몰, 리츠, 도로 운영사 등이 있다. 이들 소속 회사의 자산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교직원공제회 산하 기업의 덩치는 8조원 수준으로 커졌다. 교직원들의 복지기관으로 출발한 조직은 어떻게 85조원을 굴리는 투자기관이자 생활 서비스 기업집단이 됐을까.
부동산으로 자산 키우고 도로로 돈 벌어

교직원공제회 소속 회사 15곳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8조 667억원이었다. 자산 절반 이상은 부동산에서 나왔다.
교직원공제회 계열 리츠·부동산투자회사 6곳의 자산총액은 4조7208억원으로 전체 소속 회사 자산의 58.5%를 차지했다.
코람코가치투자부동산제3호, 코람코가치투자제4호 등 대형 리츠가 자산 규모를 끌어올렸다. 자산이 크다고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은 아니다. 이들 리츠 6곳의 합산 순손익은 441억원 적자였다. 장부상 덩치는 크지만, 손익 기여도는 제한적이었다.
여기에 더케이예다함 9182억원, 더케이저축은행 9801억원 등 금융·상조 계열사 자산이 더해졌다. 호텔, 리조트, 골프장, 복지몰까지 합치면 교직원공제회 산하 기업들의 자산은 8조원을 넘는다.
자산 대비 매출은 소소하다. 지난해 15개 산하 기업의 매출액은 7606억원에 그치며 자산 대비 매출이 9%대에 불과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아 매출을 늘리기보다는 부동산, 금융, 인프라 자산을 보유하면서 자산 규모가 커진 구조다.
교직원공제회 매출과 이익은 주로 도로에서 나왔다. 교직원공제회 산하 인프라 회사는 신공항하이웨이와 광주제2순환도로 두 곳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 운영사인 신공항하이웨이와 광주제2순환도로 2곳의 자산은 7307억원으로 전체의 9.1%에 불과하지만, 매출은 3529억원, 당기순이익은 1645억원으로 소속 회사 전체 순이익보다 컸다.
교직원공제회는 신공항하이웨이 지분 45.0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공항하이웨이는 지난해 매출 3126억원, 당기순이익 1481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률이 47.4%에 달하는 알짜회사다. 광주제2순환도로도 매출 403억원, 당기순이익 164억원을 내며 매출에 기여했다. 도로 통행료 사업은 초기 대규모 투자가 끝난 뒤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구조다. 장기자금을 굴리는 교직원공제회 입장에서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이다.
교직원공제회가 회원들과 직접 만나는 창구는 ‘The-K(더케이)’ 브랜드다. 더케이라는 이름으로 저축은행과 상조, 호텔·리조트, 골프장, 복지몰을 운영하며 교직원의 금융·여가·생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케이저축은행, 더케이예다함, 더케이소피아그린, 더케이교직원나라, 더케이제주호텔, 더케이호텔앤리조트 등 6곳의 지난해 말 기준 합산 자산은 2조975억원이었다. 하지만 합산 당기순이익은 25억원에 그쳤다. 더케이예다함과 더케이저축은행, 소피아그린CC가 흑자를 냈지만 제주호텔과 호텔앤리조트가 적자를 기록했다.
투자자산 70조, 지난해 주식 수익만 4조원
산하 기업이 대기업집단 지정의 이유였다면 투자자산운용은 교직원공제회의 본질에 가깝다. 교직원공제회는 계열사를 거느린 생활 서비스 집단인 동시에 회원들의 장기자금을 국내외 자본시장에 뿌리는 거대한 기관투자가다.
총자산 85조8938억원 중 순수 투자자산만 70조원을 넘어선다. 단기자금까지 포함하면 투자자산 부문은 73조2883억원으로 불어난다. 전체 자산의 80% 이상을 굴리는 셈이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흔히 생각하는 저축기관의 보수적인 ‘주식·채권’ 중심 운용과는 결이 다르다. 기업투자가 17조9436억원(25.5%)으로 가장 비중이 크고 부동산과 인프라가 그 뒤를 잇는다.
무게중심은 국내보다 해외에 있다. 단기자금을 제외한 투자자산 70조4383억원 중 해외 투자 비중은 61.3%다. 국내 비중은 38.7%에 그친다.
특히 대체투자는 국내보다 해외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공시 자료상 지난해 해외 대체투자는 실물과 금융을 합쳐 약 29조8935억원이었다. 국내 대체투자 약 15조5789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지난해 성과는 금융투자가 이끌었다. 교직원공제회는 2025년 기금운용 수익률 11.0%를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 수익률이 21.9%로 가장 높았다. 이 중 주식으로만 4조477억원을 벌며 수익률 38%를 찍었다. 채권은 5053억원, 대체투자는 2조3828억원의 수익을 냈다.
국내 주식에서는 증시 부양책과 메모리 반도체 업황 호조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의 비중 확대가 주효했다. 해외 주식에서는 AI 산업 성장 기대에 따른 정보기술 업종 강세가 수익률을 밀어 올렸다.
기업투자 부문에서는 선순위 인수금융 펀드의 우량 자산 편입과 프로젝트 펀드 회수가 성과를 냈다. 대체투자에서는 인프라 배당수익, 해외 인프라 시장 수요 증가,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매각 차익 등이 반영됐다.
대체투자와 기업투자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는 구조가 아니다. 수년 전 집행한 돈이 기업가치 상승과 매각 과정을 거쳐 뒤늦게 수익으로 돌아온다.
최근 5년간 청산 완료된 PEF 자료를 보면 교직원공제회의 자금은 방산, 도시가스, 소재, 플랫폼 기업 등 국내 산업 곳곳에 흘러 들어갔다. 교직원공제회가 KCGI의 ‘KCGI LIG 신성장 ESG’ 펀드에 투자해 K방산 붐을 타고 지난해 원금의 2.6배를 회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연평균 수익률은 42.6%였다.
글랜우드PE 펀드를 통해 도시가스, 소재, CJ올리브영 등에 투자한 사례도 있다. 금융상품 투자를 넘어 실제 산업과 기업 거래의 자금줄로 들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부티크 M&A 자문사 윌리엄한산의 이원구 대표는 “교직원공제회는 주식·채권부터 부동산·인프라·PEF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온 대표적인 기관투자가”라며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은 회원 복지조직에서 출발한 공제회가 글로벌 대형 연기금의 길을 따라 진화해 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자연스러운 단계”라고 평가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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