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구독…전기차 수요 살아날까
10월부터 구독제 실증 본격화
아이오닉5 2000만원대로 하락
가격경쟁력 제고ㆍ자원순환 기대

[대한경제=강주현 기자]오는 10월부터 전기차 구매 시 차체만 사고 배터리는 매달 빌려 쓰는 ‘배터리 구독제’ 시대가 열린다. 차량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값이 초기 구입비에서 빠지는 이른바 ‘반값 전기차’가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뚫어낼 핵심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제8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에서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기반 구독 서비스’를 포함한 규제 실증특례를 의결했다. 기존 자동차관리법상으로는 차체와 배터리의 소유자를 다르게 설정할 수 없었으나, 이번 결정을 통해 소비자가 차체만 구입하고 배터리는 리스사로부터 빌려 쓰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해졌다.
실증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캐피탈이 주도한다. 오는 10월부터 2년간 현대차 전기차 2000대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실증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구독료 수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배터리 구독료와 충전료를 합산한 운용비를 내연기관차 유지비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목표”라며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가격이 형성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외 다른 제조사도 금융사와 협업 구조를 갖추면 참여할 수 있어 향후 확대 가능성도 열려 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구매 문턱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현재 4740만원부터 시작하는 아이오닉5의 경우, 배터리 가액(약 1500만~1900만원)을 제외하고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까지 적용하면 실구매가가 2000만원대까지 내려온다. 매달 배터리 구독료가 발생하지만, 수천만 원의 목돈을 한 번에 지불해야 했던 부담이 사라지는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격이 곧 판매량’이라는 수입 전기차 시장의 변화와도 궤를 같이한다. 지난 4월 테슬라는 4999만원짜리 모델Y를 앞세워 수입차 최초로 월간 1만대를 팔았다. 반면 현대차는 같은 기간 전기차 내수 판매가 역성장하며 고전 중이다. 하반기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진출이 예고된 상황에서 배터리 구독제를 통한 ‘가격 파괴’는 현대차의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구독제는 단순한 할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리스사가 대여 종료 후 회수한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재이용하면 그 잔존가치만큼 구독료를 추가로 낮출 수 있다. 또한 전문 금융사가 배터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화재 예방 등 안전성을 높이고 자원 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배터리 분리에 따른 취·등록세 산정 기준 정비, 사고 발생 시 차체 소유자와 배터리 소유자 간의 책임 구분, 중고차 거래 시 구독 계약 승계 절차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실증 기간 동안 법령을 정비하고, 리콜 등 소비자 보호 책임은 기존처럼 제조사가 지도록 관리해 혼선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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