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파업 현실화하나…17시간 사후조정 '불발'

홍민성 2026. 5. 13.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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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간 마라톤'에도 못 좁힌 간극
노조 "오늘로 끝났다"…총파업 위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2026.3.18/뉴스1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협약 사후조정이 끝내 결렬됐다. 성과급 지급 기준과 상한을 둘러싼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국내 최대 제조기업의 생산 현장이 대규모 파업 리스크 앞에 놓이게 됐다. 소위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 국면과 맞물린 갈등이라는 점에서 이번 협상 결렬은 단순한 임금 분쟁을 넘어 제조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의, 나아가 국가 경제의 문제로 번지는 분위기다.

17시간 논의에도 못 좁힌 성과급 간극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회의 도중 회의장 밖으로 나와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날 새벽 3시까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했다. 논의는 17시간 이어졌지만 합의안은 나오지 않았다.

사후조정은 조정 절차가 끝난 뒤에도 노사 동의 아래 다시 노동쟁의 해결을 시도하는 절차다. 중노위가 중재 역할을 맡고, 조정안이 마련돼 노사가 수용하면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3월 중노위 조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해 조정 중지 결정을 받은 뒤, 지난 11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성과급 제도를 놓고 입장 차가 컸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의 최승호 위원장은 이날 회의 종료 후 취재진에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조정안을 요청했고 12시간 가까이 기다렸으나, 조정안은 오히려 퇴보했다"며 "사후조정은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조정안에 대해 "성과급 투명화가 아닌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다"며 "성과급 상한 50%도 그대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과급 상한 폐지와 투명화·제도화를 요구했으나 이 부분이 관철되지 않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협상의 최대 쟁점은 성과급 재원과 지급 기준이다. 사측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국내 업계 1위 수준의 성과를 내면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에게 경쟁사 대비 동등 수준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는 '특별 포상'을 제안했다. 이 경우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향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의 경영 성과를 달성하면 특별 포상을 지급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여기에 총 6.2%의 임금 인상률, 최대 5억원의 직원 주거 안정 지원 제도, 자녀 출산 경조금 상향, CL별 샐러리캡 상향 등 복지 패키지도 내놨다.

반면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고 제도 변경을 통해 성과급 상한을 영구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300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약 45조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해달라는 셈이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피해액이 30조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파업 앞둔 현장

사진=연합뉴스


초기업노조는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최 위원장은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이 4만1000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사측 안건으로 봤을 때는 5만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당분간 추가 대화보다 법적 대응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건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사측과의 자율 협상 가능성에 대해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회사가 제대로 된 안건을 가져온다면 들어볼 생각은 있다"고 했다. 중노위의 사후조정 연장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오늘로 끝났다"고 했다.

다만 정부의 중재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중노위는 회의를 마친 뒤 "노사 양측의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지원했으나, 양측 주장의 간극이 크고 노동조합 측에서 사후조정 중단을 요청해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이번 사후조정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 양측이 합의해 추가 사후조정을 요청할 경우 언제든지 추가 사후조정을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계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피해 규모가 4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기 생산 차질뿐 아니라 반도체 초호황기 고객 이탈 등 중장기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글로벌 고객사의 생산 계획과 맞물려 움직이는 만큼, 공장 가동 안정성이 곧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발동되면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노위 조정과 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예외적 수단이다. 과거 발동 사례도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7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같은 해 12월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네 차례에 그쳤다. 정부가 실제로 이 카드를 꺼낼 경우 노동권 제한 논란과 산업 피해 방지 필요성이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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