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촌 의료공백, 언제까지 외면할 텐가
장시간 노동과 각종 사고에 노출된 농민들에게 병원이 얼마나 절실한지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농민은 비농민보다 유병률도 높고 의료비도 많이 든다. 내원 빈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고령화율도 도시보다 훨씬 심각하다. 하지만 지역에 의료기관이 없으니 신속하면서도 편리한 진료는 언감생심이다. 부득불 인근 도시나 수도권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니 요즘 군 단위 시외버스 승객은 대부분 병원 방문자고 그 덕분에 버스 노선이 유지된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들린다. 농촌의 현실이 이렇다.
이러한 불합리를 개선해달라고 농업계가 아우성치고 있는데도 도무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물론 병원도 시장 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는 만큼 수요가 적은 농촌에 도시처럼 번듯한 병원이 들어설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지역사회는 이런 사정을 십분 감안해 해법을 제시해왔다. 당장의 호소는 보건소 기능 개선이다. 농촌 의료의 한축인 공중보건의의 올해 전체 복무 인원은 10년 전의 4분의 1 수준인 593명으로, 이는 과도하게 긴 복무기간이 원인이다. 복무기간만 단축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 될 수 있는 것을 뭘 그리 잴 게 많은지 답답하다.
농촌주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시니어 의사제도 마찬가지다. 대학병원 퇴직 의사들의 농촌행을 막고 있는 ‘사학연금법’만 조금 손보면 되는데 이 또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외 확대가 절실한 농촌 왕진버스나 유명무실해진 마을주치의 제도도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정책의 방점을 수단이 아닌 목표에만 둬도 가능한 것들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와 지역거점병원 육성도 물론 좋다. 하지만 지역의사제의 경우 내년부터 입시에 들어가면 2030년대 중반은 돼야 제대로 작동한다. 시골 노인들에게는 시간이 없으며, 의료서비스 부재는 지방소멸과도 맞물려 있다. 시급한 정책 대안들은 빨리 실에 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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