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벌이] “66세에도 현역”…가지 치고 종자 채취하는 ‘나무관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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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존스 아일랜드의 한 숲.
아보리스트는 사람과 나무가 공생하는 교차점을 찾아 일한다. 먼저 나무의 종·식생·구조 같은 생물학적 지식을 충분히 익힌 뒤 조심스럽게 나무에 올라가 불필요한 측면맹아만 잘라내는 것.
김 회장은 "일할 때 가장 공들이는 게 안전 점검"이라며 "나무의 뿌리·줄기·가지에 천공이나 버섯·곰팡이가 있는지 꼼꼼히 살피고 장비도 보풀·실밥이 생기지 않았는지 매번 철저히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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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캐나다에선 100년 역사
밧줄 하나 의지해 높은 나무에 올라
보호수·병해충 관리와 위험목 제거
기술 훈련해 배우면 나이·성별 무관
종·식생·구조 생물학적 지식 익히고
2급~마스터까지 자격증·실무 겸비
일당 30만원…숙련도 따라 높아져
“전망밝아 지방서 충분히 도전해볼 만”


“나무에 매달린 저 사람은 뭘 하고 있는 건가요?”
2000년 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존스 아일랜드의 한 숲. 가지치기(전정)하는 모습에 놀란 한 한국인 남성이 던진 질문이다. 높은 나무 위엔 작업자들이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것도 줄 하나에 의지한 채! 리프트(고소작업대)나 등반용 아이젠을 신어도 되지만 이들은 오로지 튼튼한 밧줄만으로 등목한다. 애꿎은 가지가 기계에 스쳐 부러질 위험이 없고 상처도 덜 나서다.
그로부터 26년이 흐른 2026년, 대구 농업마이스터 고등학교. 미국에 있던 그 남성은 이제 직업 체험 교육자로 강단에 섰다. 바로 국내 1호 ‘아보리스트’ 김병모 한국아보리스트협회장이다. 김 회장이 이 직종을 처음 만났던 기억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아보(arbor)’는 영어로 나무, ‘이스트(ist)’는 종사자란 뜻으로 우리말로는 수목전문관리사쯤 된다. 미국·영국·캐나다에선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하다. 아보리스트는 사람과 나무가 공생하는 교차점을 찾아 일한다. 주로 가지다듬기를 하는데 그 방법이 특별하다. 먼저 나무의 종·식생·구조 같은 생물학적 지식을 충분히 익힌 뒤 조심스럽게 나무에 올라가 불필요한 측면맹아만 잘라내는 것. 김 회장은 “가로수를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네모반듯하게 만든 모습을 본 적 있느냐”고 물으며 “줄기·가지 조직이 갈라지는 부위를 잘라야 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전정”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강전지(과도한 가지치기)한 조직은 잘 아물지 못해 결국 썩어들어간다고.

“아아아아∼!”
족히 20m는 돼보이는 나무에 올라간 학생이 타잔처럼 환호성을 내지른다. 그 아래서 등반 장비를 점검하는 건 박건우 교사다. 박 교사는 농촌에 거주하는 조경과 학생의 진로를 넓히고자 이 수업을 기획했다. 그는 “2022년 겨울방학 때 한국아보리스트협회 교육장 WOTT에서 17일간 교육받았다”며 “전엔 나무의 상처쯤이야 알아서 낫겠지 싶었는데 그 인식을 바꾼 계기가 됐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박 교사 덕분에 2025년엔 학생 10명, 올해엔 18명이 아보리스트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2년 연속 수업을 신청한 배성웅 학생은 “재밌고 신기한데 아직 안정적인 직종이 아니라 도전하긴 겁난다”며 “그래도 배워두면 분명 쓸모가 있을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쯤에서 아보리스트를 전업으로 삼아도 될지 궁금해진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에선 아직 일감이 넘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외국에선 1년 내내 일이 많아 정신없이 바쁜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에도 국내에서 자리 잡은 이들은 연 7000만원 가까이 벌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평균 일당은 30만원 정도로 숙련도에 따라 높아진단다.
전망도 밝은 편이다. 김 회장은 “나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 아보리스트가 나아갈 분야도 점차 넓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보호수 관리, 위험목 제거, 종자 채취, 병해충 관리, 기후에너지환경부나 산림청 의뢰로 환경 유전자(DNA) 분석용 시료를 채취하는 일도 맡는다. 최근엔 패러글라이딩 대회에서 나무에 걸린 참여자의 구조 업무도 했다.
관심이 생긴다면 2급 자격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봐도 좋겠다. 트리클라이머 자격증은 산림청 인증 기관인 한국아보리스트협회에서 발급한다. 2급·1급·트리마스터로 구성되며 2급은 입문 과정이다. 1급부터 숙련자에 속하며 2급 자격을 보유하고 실무 경험 80시간 이상과 교육이 필요하다. 마스터도 마찬가지로 1급 소지자가 실무 경력과 교육을 갖춰야 응시할 수 있다.
나이나 성별도 진입 장벽이 되지 않는다. 나무 타는 기술은 누구나 훈련해 배울 수 있어서다. 김 회장은 66세지만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여성 아보리스트 제자도 여럿 뒀다. 다만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터라 극심한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제약으로 작용한다.
위험하지는 않을까. 김 회장은 “일할 때 가장 공들이는 게 안전 점검”이라며 “나무의 뿌리·줄기·가지에 천공이나 버섯·곰팡이가 있는지 꼼꼼히 살피고 장비도 보풀·실밥이 생기지 않았는지 매번 철저히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응급처치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이 3인1조로 활동해 사고에 대응한단다.

경기 동두천시 상패동의 한 전원마을에 사는 2년차 아보리스트 이용화씨도 “농촌지방에서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며 “일이 전국에 산재해 일자리가 몰린 수도권이나 도시에 굳이 살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또한 나무와 작물은 모두 식물이니 이해도 훨씬 빠를 것이라고. 김 회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아보리스트는 나무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죠. 그 고요하지만 강렬한 소리가 궁금하다면 찾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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