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만 문제가 아니다…미국 물가 5% 경고음[천조국 리포트]

염현석 기자 2026. 5. 13.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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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 3.8%로 3년 만에 최고…예측시장선 5% 돌파 가능성도
호르무즈 폐쇄에 유가 100달러 재돌파…식품·주거·여행비까지 확산
금리인하 기대 후퇴…시장선 연내 인상 가능성 37% 반영

(뉴욕=머니투데이방송) 염현석 특파원=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지만, 물가 압력은 이미 휘발유 가격을 넘어 식품과 주거비, 여행비, 생활용품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미국 물가 상승률이 5%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 CPI는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3.8%로,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이 주목한 것은 단순히 헤드라인 물가가 높아졌다는 점이 아니다. 에너지 충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비자 물가로 전이되고 있고, 에너지를 제외한 품목에서도 가격 상승세가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경제·정치 이벤트의 발생 가능성을 거래하는 미국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에서 거래자들은 올해 미국 물가가 4%를 넘을 가능성을 거의 확실시하고 있다. 4.5%를 웃돌 가능성에는 약 3분의 2의 확률을 부여했고, 5%를 돌파할 가능성도 40%에 육박한다고 봤다. 폴리마켓에서도 올해 미국 물가가 4.5%를 넘을 가능성은 50% 수준으로 반영됐다.

이는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물가 상승률이 2분기 평균 3.8%에서 정점을 찍은 뒤 연말에는 2.8%로 낮아진다는 쪽에 가깝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체감은 시장 가격과 더 비슷하다. 미시간대 소비자조사에서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5%로 나타났다.

미국 플로리다주 타이터스빌 주유소 <자료사진> 2026.5.8. ⓒ 로이터=뉴스1

◆ 유가 충격, 식탁·주거·여행비로 확산
물가 재가속의 중심에는 에너지가 있다. 이란 전쟁 이후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고, 전쟁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던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분의 40% 이상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기름값만 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4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2.8% 올랐다. 주거비는 한 달 새 0.6% 상승했고, 전년 대비로는 3.3% 올랐다. 숙박비는 4월에만 2.4% 뛰며 1년 전보다 4.6% 높아졌다. 주택 보험과 임차 관련 보험도 전년 대비 7.2% 상승했다.

식료품 가격도 다시 부담으로 떠올랐다. 집에서 먹는 식품 가격은 4월 전월 대비 0.7% 올라 2022년 8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진 소고기는 한 달 새 2.7%, 1년 전보다 14.5% 올랐다. 핫도그용 소시지 가격은 전년 대비 10.7% 상승했다. 토마토 가격은 4월 한 달 동안 15.1% 급등했고, 1년 전보다 39.7% 비싸졌다. 커피 가격도 공급 우려 속에 한 달 새 2% 오르며 전년 대비 18.5% 상승했다.

생활용품과 서비스 가격도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보석류 가격은 4월 3.7% 상승하며 1년 전보다 16.1% 높아졌다. 신발 가격도 한 달 새 1.4% 올랐다. 영상·비디오게임 구독료는 전년 대비 16.6%, 배달 서비스 비용은 13.6% 상승했다.

여행 물가도 에너지 충격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항공료는 4월 한 달 동안 2.8% 올랐다. 항공사들이 항공유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영향이다. 숙박비 상승과 맞물리면서 여름 여행철을 앞둔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가 지난 4월 21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4.21 ⓒ 로이터=뉴스1

◆ 금리인하 기대 후퇴…연준, 동결 넘어 인상 압박
물가 흐름은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전망도 바꾸고 있다. 뜨거운 CPI 발표 이후 시장은 금리인하 기대를 사실상 거둬들이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일 정오 기준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올해 말까지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약 37% 반영했다. 2027년 말까지 금리인하 가능성도 크게 낮아졌다.

이는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에게도 부담이다. 워시는 그동안 기준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금리인하를 주장하기 어려워진다. 물가가 4%대 중반을 넘어 5%에 접근할 경우, 연준의 선택지는 동결을 넘어 인상 쪽으로 기울 수 있다.

다만 일부 월가에서는 이번 물가 상승을 여전히 에너지 충격 중심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식품과 에너지, 주거비를 제외하면 4월 물가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증거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연준이 당장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호르무즈 해협과 유가 흐름, 기대 인플레이션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여름을 넘어가고 유가 100달러가 장기화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름값 상승은 운송비와 식품비, 항공료,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고,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세스 카펜터 모건스탠리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공급 차질의 첫 분기에는 유가 상승 충격이 주로 가격 상승의 문제로 나타나지만, 두 번째 분기까지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 그 충격은 더 이상 일시적이라고 보기 어려워지고 중앙은행은 정책 지연에서 정책 기조 변경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염현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