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사우디의 반격… 이란 본토 비밀 공습

권순욱 2026. 5. 1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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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대전환… ‘안보 외주’ 버리고 직접 타격 택한 사우디
UAE 이어 사우디까지… 걸프국가들 ‘선제적 보복’ 도미노
공습 후엔 외교 채널 가동, 확전 막는 정교한 ‘투 트랙’ 전술
다시 고개 드는 대리전 양상… 시험대에 오른 ‘불안한 평화’
사우디 전투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의 잇따른 도발에 대응해 이란 본토를 수차례 비밀리에 공습한 것으로 드러났다. 역내 최대 라이벌인 두 국가 사이에서 사우디가 이란 영토를 직접 타격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사우디가 과거 미국의 군사적 보호망 뒤에 머물던 방어적 태도에서 벗어나 자국 안보를 위해 직접 보복에 나서는 공격적 전략으로 급선회했음을 시사한다.

로이터 통신은 1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공군이 지난 3월 말 이란 내 주요 목표물을 대상으로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타격 지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작전은 이란의 사우디를 향한 공격에 대해 “명확한 보복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분쟁의 발단은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중동 내 전운이 짙어지면서 시작됐다. 이란은 이후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내 미군 기지와 석유 인프라 등 민간 시설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을 퍼부어 왔다. 이에 아랍에미리트(UAE)가 먼저 이란 남부 라반섬의 정유시설을 타격하며 포문을 열었고, 뒤이어 사우디도 직접적인 군사 행동에 나선 것이다.

사우디는 공습 직후 이란 측에 사실을 통보하며 “추가 보복”을 경고하는 한편, 외교적 채널을 가동해 확전을 막는 ‘투 트랙’ 전술을 구사했다. 이러한 강온 양면 전략은 실제 지표로도 효과가 나타났다. 로이터의 집계에 따르면 3월 말 주당 105건에 달했던 이란의 사우디 공격 횟수는 보복 공습 이후인 4월 초 25건 수준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를 두고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CG) 국장은 “양측 모두 통제되지 않는 분쟁 확대가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실무적 인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즉, 전면전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수면 아래서 일종의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평화는 여전히 위태롭다. 최근 이라크 내 이란 대리 세력이 다시 공격을 재개하면서 긴장이 재점화되고 있다. 사우디는 이라크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으며, 파키스탄이 사우디에 전투기를 파견하며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한편 사우디 정부는 이번 보도에 대해 직접적인 시인을 피했다. 외무부 관계자는 “사우디는 역내 안정과 안보를 위해 긴장 완화와 자제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으며, 이란 정부 역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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