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할게, 주독미군 우리 줘” 유럽 小國의 안보전략

파리/원선우 특파원 2026. 5. 1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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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나토 첫 파병 결정
기뢰 제거 작전에 최대 40명 투입
후방 기지·인프라도 지원할 방침
발트해와 접한 리투아니아 클라이페다 항구에서 지난해 5월 해군 초급 장교 지휘관 훈련 과정에 참가한 후보생들이 총을 든 채 도열해 있다. 상비군 규모가 2만명 수준인 리투아니아는 지난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중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했다. /EPA 연합뉴스

인구 280만명의 발트해 소국(小國) 리투아니아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했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실은 11일(현지 시각)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통항 보장 임무를 위해 최대 40명의 군인과 민간 인력을 파견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총리·국회의장·국방장관·합참의장이 참여하는 헌법 기구 국가방위위원회 차원에서 파병안을 승인한 것이다. 최종 결정은 의회 표결을 거쳐야 하지만, 집권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그래픽=이진영

◇작지만 최대한의 성의

리투아니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작전 등에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의 기뢰 공격에 대비해 기뢰 제거함을 여러 척 보유하고 있다. 로베르타스 카우나스 국방부 장관은 “리투아니아는 기뢰 제거 역량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며 “나토 일원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호르무즈 안전 항행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더해 대통령실은 “미국에 후방 지원을 제공하고 군사 인프라 사용을 허가할 준비도 돼 있다”고 했다. 미군 주도로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상선을 호위하는 ‘프로젝트 프리덤(Freedom·자유)’ 등에 자국군을 파병하고 후방 군사 기지 등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리투아니아의 상비군은 2만여 명 수준으로, 육군 장갑차 300여 대, 해군 함정 10여 척, 공군 항공기 10기 안팎의 소규모 전력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호르무즈에서 미국을 도우면 즉각 보복하겠다’는 이란의 으름장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에 최대한 ‘성의’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주독 미군 철수 움직임 속 ‘승부수’

리투아니아의 이번 결정은 지난 2월 이란 전쟁 발발 후 세계 안보 지형이 격변하는 가운데 던진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에 파병을 요청했지만 프랑스·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은 “우리 전쟁이 아니다”라며 모두 선을 그었다. 이에 트럼프는 “종이 호랑이 나토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했고, 주독 미군 5000명을 비롯해 이탈리아·스페인 등에서도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6일 리투아니아 아크메나이 수왈키 협곡 인근에서 폴란드와 함께 실시한 ‘브레이브 그리핀 26/II’ 군사 훈련 당일 리투아니아의 기타나스 나우세다(오른쪽) 대통령이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기존 유럽 동맹국이 미국과 거리를 두는 사이 리투아니아는 미국과 밀착함으로써 안보·경제 면에서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계산이다. 실제 리투아니아는 트럼프가 주독 미군 철수 입장을 밝히자마자 폴란드·라트비아 등과 함께 즉각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리투아니아는 수년 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트 3국 침공’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를 비롯, 러시아 동맹국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경하고 있고, 러시아와의 최단 직선거리는 100㎞에 불과하다. 자국 전력으로는 러시아의 침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최근 폴란드 접경 지역에서 나토 군사훈련을 참관한 뒤 “우리는 훈련과 주둔을 위한 모든 인프라를 갖추고 더 많은 동맹군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리투아니아는 현재 주둔 미군(1000명) 규모를 내년 말까지 5000명까지 늘려 달라고 미국에 요청한 상태다. 결국 미군 유치를 위해 호르무즈 파병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6일 리투아니아 알리투스 지역 아크메니누 마을 인근에서 열린 리투아니아-폴란드 합동 군사 훈련 ‘브레이브 그리핀 26/II’에 참여한 리투아니아 군인들. /AFP 연합뉴스

◇유럽 소국의 생존 전략

리투아니아는 14~15세기 리투아니아 대공국으로 번영을 누렸지만 이후 러시아 제국과 나치 독일의 지배를 겪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에 합병됐다. 그러나 민족 정체성과 독립 의식이 분명해 1990년 소련 붕괴 후 발트 3국 중 가장 먼저 독립을 선언했다. 이후 친서방 노선을 적극적으로 걸으며 2004년 유럽연합(EU)과 나토에 가입했다.

리투아니아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했다. 그 해 러시아 영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유일한 육로를 EU 제재 위반을 이유로 봉쇄하자 러시아는 극렬히 반발했다. 당시 미국은 “나토 조약 5조로 리투아니아를 철통같이 지킬 것”이라고 했다. 2021년엔 대만 대표부를 수도에 설치해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며 반발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미국 중심의 친서방 세계 질서에 올인(all-in)해 국가 안보를 도모하겠다는 소국의 생존 전략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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