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A 옆 부촌도시 시장님, 알고보니 중국 스파이였다
中 지시받고 친중 여론 형성 나서
이적 혐의로 기소… 시장직 사퇴

2021년 6월 미국 서부 지역 유력 신문인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에 장핑 LA 주재 중국 총영사의 기고문이 실렸다. 앞서 이 신문이 조 바이든 당시 행정부가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면화 등 이 지역 상품 수입을 금지하기로 한 것을 지지하는 사설을 내자 이에 대한 반박 글을 보낸 것이다. 글은 “신장에는 집단 학살이 존재하지 않으며, 면화 생산을 포함한 어떠한 생산 활동에도 강제 노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소문은 중국을 비방하고 신장의 안전과 안정을 파괴하며 중국의 발전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은 중국 메신저 위챗을 통해 중국 정부 관계자와 중국계 미국인들에게도 공유됐고, 중국계 미국인들을 위한 온라인 뉴스 사이트에도 공유됐다. 그런데 해당 뉴스 사이트를 운영했던 캘리포니아주 소도시 시장이 이적(利敵) 혐의로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되면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미국 법무부는 캘리포니아주 아카디아 시장이었던 에일린 왕(58)을 중화인민공화국(PRC)의 대리인으로 불법 활동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11일 발표했다. LA의 위성 도시인 아카디아는 인구 5만6000여 명의 소도시로 캘리포니아의 부촌으로 꼽히는 곳이다. 왕은 올해 2월 시장에 취임했지만 수사 결과가 공개된 직후 사임했다.
그는 중국 정부 관계자들의 지시와 통제를 받으며 미국에 중국을 옹호하는 여론이 퍼지도록 선전전을 펼쳐 미국의 국익을 침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왕은 2020~2022년 전 배우자이자 선거 캠프 참모였던 중국계 남성 야오닝 선과 함께 중국 정부 인사의 통제와 지휘를 받으며 미국에 친중 여론 형성 작업에 참여했다. 중국 입장을 담은 칼럼이나 기사를 구독자가 많은 각종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신속하게 전파하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측 인사의 지시를 받고 기사 내용을 수정한 뒤 링크를 보내 확인을 받는가 하면, 실시간 조회 수까지 캡처해서 보고하는 등 검열 수준의 지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 법무부와 검찰은 이 같은 행위를 미국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으로 간주했다. 빌 에세일리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지검 검사는 “외국 정부를 위해 은밀히 행동하는 사람들은 우리 민주주의를 훼손한다”고 했다. 왕은 수사 과정에서 범죄를 자백하는 대신 형량을 낮춰 잡는 방향으로 검찰과 플리바게닝(유죄 협상)을 진행했다. 함께 친중 여론 선동을 합작했던 전 약혼자 선은 먼저 재판에 넘겨져 2024년 11월 뉴욕 남부연방지법에서 징역 20개월을 선고받았다.
중국의 미국 내 정보 수집전은 갈수록 첨단·치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뉴욕에 거주하는 중국 출신 귀화자 탕 위안준(68)이 중국 정보 당국의 정보원으로 암약하다가 적발돼 연방검찰에 기소됐다. 특히 1989년 천안문 사태를 계기로 공산당 일당 독재에 회의감을 느껴 2002년 중국을 탈출해 대만을 거쳐 미국을 망명지로 택한 그의 이력이 드러나면서 ‘이중 스파이 작전’에 당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중국으로 강제 송환하는 이른바 ‘여우 사냥 작전’에 가담한 혐의로 3명이 기소돼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이 가운데 한 명이 중국계가 아닌 전직 뉴욕 경찰 출신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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