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낡은 모텔촌 그대로 두곤 등억 마을호텔 부활 어렵다

경상일보 2026. 5. 1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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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촌'과 '노후화'라는 이미지로 침체를 거듭해온 울주군 등억온천단지가 재도약 여부를 가를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울주군이 최근 용역을 완료한 '등억온천단지 마을호텔 전환 방안'은 50여개 업소를 하나의 호텔 시스템처럼 연계해 마을 전체를 통합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등억온천단지 일원을 영남알프스의 산악 자원과 결합해 체류형 관광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용역안에는 브랜드 이미지(BI)를 개발하고 캐릭터와 굿즈를 제작하며, 스토리텔링형 마을 지도 안내판 배치 등 온천단지 이미지 변화를 위한 고민이 담겼다. 특히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과 숙박을 연계한 패키지 상품은 체류형 관광지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고무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가 짙다. 등억온천단지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의 노후화다. 방문객들에게 이곳은 가족 단위 휴양지나 산악 관광의 거점이 아닌, '낡은 숙박업소 밀집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연 예쁜 로고와 캐릭터, 안내판 몇 개를 세운다고 해서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노후한 모텔촌으로 발길을 돌릴까? 의문이다.

때문에 가장 아쉬운 지점은 이번 용역에서 공공기관의 빈 상가·숙박업소 '직접 매입' 방안이나 리모델링 인센티브가 배제됐다는 점이다. 강원도 정선의 '마을호텔 18번가'나 경주시의 도심 빈집 전환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과 과감한 리모델링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공적 투입을 주저한다면 건물의 자발적 변화는 불가능에 가깝다.

소프트웨어 중심 활성화 방안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낡은 외관을 그대로 둔 채 '마을호텔'이라는 이름만 붙이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온천이라는 본연의 자원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노후 시설을 정비할 강력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병행해야 한다.

지금 울주군에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방치된 빈 모텔들을 지자체가 매입하거나 장기 임대해 공공 게스트하우스, 청년 창업 공간, 혹은 등산객 전용 베이스캠프로 과감히 전환하는 하드웨어적 결단이 필요하다. BI와 굿즈는 언제라도 가능한 사업이다. 등억온천이 진정한 마을호텔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겉포장보다는 알맹이를 바꾸는 '진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흉물처럼 방치된 모텔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영남알프스의 미래도, 등억의 부활도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