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월 CPI 3.8%로 3년만 최고치…금리 인하 기대 '후퇴'
시장 전망치(3.7%)보다 0.1%p 높아
전쟁發 유가 급등에 인플레이션 우려 '고개'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3.7%)를 웃도는 수준으로 2023년 5월(4.1%) 이후 약 3년 만에 최고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4월 근원 CPI도 전년 대비, 전월 대비 각각 2.8%, 0.4% 올라 예상치(2.7%·0.3%)보다 높았다.
전쟁발 유가 급등이 물가 상승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4월 물가 중에 에너지 부문 지수 상승률은 3.8%로 전체 물가지수 상승률의 40%를 차지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주유소 판매 휘발유 가스 급등세를 반영한 수치로 에너지 비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유도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최대 석유 수출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역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미 휘발유 가격은 이란 전쟁 전 전국평균이 2.9달러였으나 현재 4.6달러에 이른다.
외신도 이번 지표가 이란 전쟁 여파가 미국 경제에 본격 반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란과의 전쟁으로 휘발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휘발유 가격 상승이 소비자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해 임금 인상 요구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방 유류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두고 "미국에서 일부 주정부가 과거 휘발유세 부과를 중단한 적은 있지만 연방 정부 차원에서 매기는 유류세는 1932년 도입 이후 약 94년 동안 한 번도 징수가 중단된 적이 없다"고 짚었다.
WSJ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소고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수입 소고기에 적용되는 저율할당관세(TRQ) 제도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이 운송비와 비료 가격 등을 자극하면서 향후 수개월간 물가 압력이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르면 13일(현지시간) 취임 예정인 케빈 워시 차기 연준의장이 첫 의사봉을 잡는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릴 금리 결정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연준 의장에게 빠른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 경제 상황과 FOMC 내부 기류는 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금리 결정 회의에서는 1990년대 초 이후 가장 많은 4명의 반대표가 나오며 내부 의견 충돌이 가시화되기도 했다.
럿거스대의 통화정책 역사학자 마이클 보르도는 "워시는 사실상 미지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며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원하지만 경제는 유가 충격으로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상태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FOMC 다수와 경제 전문가들이 경기침체 위험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큰 문제로 판단한다면 워시도 그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신뢰를 잃게 되고, 워시는 무엇보다 신뢰를 중시하는 인물"이라고 진단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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