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탁구 치는 日로봇, 탁상 구호뿐인 韓

실력이 팽팽한 탁구 선수들 시합에서는 ‘네트 인(net-in)’이 종종 승패를 가른다. 탁구공이 네트에 살짝 맞고 넘어가는 상황이라 반사 신경이 뛰어난 선수도 대응하기 어렵다. 최근 소니 AI가 개발한 탁구 로봇 ‘에이스’와 일본 탁구 선수의 시합 영상에서 로봇이 네트 인까지 받아넘기는 장면을 보며 감탄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로봇은 변화를 읽고 순식간에 판단해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노인의 몸을 직접 떠받치고 거동을 도와야 할 ‘AI 돌봄 로봇 시대’의 예고편처럼 보였다.
일본은 2000년대 후반부터 초고령화에 대비한 돌봄 로봇 투자를 본격화했다. 2012년에는 경제산업성과 후생노동성이 ‘개호(돌봄) 로봇 활용 중점 분야’를 정하고 개발과 현장 도입을 함께 지원해 왔다. 지난해 와세다대 연구팀의 요양 로봇 ‘아이렉’은 침대에 누운 사람의 무릎과 어깨를 짚어 몸을 옆으로 돌리는 동작을 시연했다. 기저귀 교체나 욕창 예방에 꼭 필요한 동작이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병원·요양 시설에서 인간을 돕는 AI 로봇 시제품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우리 정부가 지난달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의결한 ‘AI 돌봄기술 전주기 지원 전략’에도 2028~2032년 피지컬 AI 기반 로봇 등 고난도 돌봄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이 담겼다. 문제는 해당 기술에 대한 계획이 사실상 빈칸투성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정작 핵심인 연구·개발 계획을 ‘잠정안’으로 남겨두고, 올해 기획 연구를 거쳐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기술은 아직 기획 단계인데, 정부 전략은 요양 시설에서 로봇이 사람의 움직임을 직접 돕는 미래부터 먼저 그려놓은 셈이다. 같은 문서에서 정부는 지난 10년간 돌봄 로봇 개발에 약 530억원을 투자했지만 상용화 등 연계 정책이 미흡해 기술이 현장에 도입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또 고령 친화 용품 제조 기업의 93.4%가 매출 10억원 미만으로 영세해 기술 수준도 대부분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정부 전략은 2030년대 초에는 AI 로봇이 요양 시설에서 체위 변경과 이동 보조까지 해낼 수 있을 것처럼 낙관한다. 기초 공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지붕부터 얹겠다는 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AI 돌봄 로봇 보급을 공약으로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돌봄은 표심을 잡기 좋은 주제이고, AI 로봇은 그럴듯한 수식어다.
탁구공 하나를 받아넘기는 로봇도 수많은 실험을 거쳐야 밀리초 단위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다. 하물며 사람의 몸을 일으키고 떠받치는 돌봄 로봇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기술은 요행이나 선거용 구호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술의 빈칸을 수사(修辭)로 메울 수 있다고 믿는 ‘정책의 환각’은 AI의 환각 못지않게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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