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3강 전략, 전체 3등 아니라 ‘특화 분야 1등’ 노려야

정부는 ‘AI 3강’을 국가 목표로 내걸었다. 많은 사람이 이를 ‘AI 분야 세계 3등’으로 받아들인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거인을 빼고 나머지 나라들 가운데 1등만 해도 충분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백설공주의 난쟁이들’과 같다. 그 대열에서 1등을 한다고 해서 진정한 AI 강국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주요 해외 저널에 제출된 논문은 이 물음에 흥미로운 해법을 내놓는다. 국가 AI 전략을 세 종류로 나누면서, 각각이 전혀 다른 사고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 알고리즘·컴퓨팅·기초 연구를 쌓는 ‘AI 기술(AT)’은 아직 답이 없는 미지의 영역에서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방식이다. 둘째, 기업이 시장에서 AI로 사업을 벌이는 ‘AI 응용(AA)’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시도하며 무엇이 통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셋째, 교육·법·제도를 통해 AI를 사회에 뿌리내리는 ‘AI 전환(AX)’은 이미 검증된 경험을 규범과 제도로 굳히는 방식이다.
사고방식이 다르니 투자하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AT는 성과가 10년 뒤에나 나타나는 만큼 장기에 걸친 예산이 필요하다. AA는 1∼3년 내에 시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민간 기업이 직접 주도해야 효과가 난다. AX는 5∼10년에 걸쳐 사회 전체를 바꾸는 중기 계획이 필요하다.
문제는 정부가 이 세 가지를 하나의 예산 틀로 묶어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10년짜리 기초 연구는 3년짜리 성과 보고에 밀려 항상 뒷전이 된다. 정부 예산이 AA에 쏟아지면 민간 기업이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키우는 자유로운 시장이 죽거나 왜곡된다. 충분한 경험 없이 규제부터 만들면 유럽연합처럼 기술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만 쌓인다.
그렇다면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일까. 미국은 수십 년에 걸친 국가 차원의 기초 연구로 AT를 장악했고,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AA에서 앞서가고 있다. 한국이 이 두 분야에서 정면으로 맞붙는 것은 거인들 사이에 끼어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의 승산은 AX에 있다. 핀란드는 전체 인구의 1% 이상에게 AI 교육을 제공해 AX 분야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인구가 적어도 교육 수준이 높고, 국민이 한 팀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나라가 AX의 강자가 된다. K콘텐츠와 제조업이 이미 증명했듯, 한국은 그 조건을 갖추고 있다.
AX에 집중한다고 해서 AT와 AA를 포기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세 분야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AT의 기초 투자를 놓치면 핵심 AI 모델을 미국과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인도가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다.
AT 예산은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도록 장기적으로 보장해야 하고, AA는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민간이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데 그쳐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AX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 그것이 한국 AI 전략의 핵심이다.
‘AI 3강’의 진정한 뜻은 미국·중국에 이은 3등이 아니다. AT는 미국이, AA는 중국이, AX는 한국이 각각 그 분야의 세계 1등이 되는 구조다. 세 나라가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각각 1등이 된다면, 세계는 실질적으로 세 개의 AI 강국을 갖게 된다. 한국이 그려야 할 목표는 순위표의 3등이 아니라, AI 사회 전환의 챔피언으로서 미국·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인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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