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도로 대신 물길"..도시 바꾼 독일 보봉의 선택
【 앵커멘트 】
기후위기 시대,
도시는 더 이상 건물과 도로만으로 설계되지 않습니다.
가뭄이 오면, 메마르는 도시의 한계를 넘어
이제는 물을 어떻게 품을 것인가가
새로운 도시 경쟁력이 되고 있는데요.
TJB는 창사 31주년을 맞아
도시와 자연의 공존 해법을 찾아가는 독일 등 유럽 도시들의 변화를 4차례에 걸쳐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자동차보다 빗물의 흐름을 먼저 고민한
'차 없는 마을' 독일 보봉 지구를 찾아가봅니다.
김상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독일 프라이부르크 남쪽에 위치한 보봉 지구.
주거지 사이 길을 따라
완만한 녹지가 이어지고,
곳곳에 작은 웅덩이가 눈에 띕니다.
비가 내려도 빗물이 곧바로 하수관으로 흘러가지 않고, 도로 옆에 조성된 침투 공간으로
스며들어 지하로 모이게 됩니다.
건물 지붕에서 내려온 빗물까지 자연스럽게 흡수되도록 도시 전체를 하나의 순환 구조로
설계한 겁니다.
과거 하천이 맡았던 저장과 순환 기능을
도시 전체로 확장한 시도입니다.
▶ 인터뷰 : 프랑크 위커만 / 프라이부르크시 녹지 및 토목 부서 책임자
- "물론 의도적으로 계획된 것입니다. 교통 계획에서는 전략적인 판단을 합니다. 자동차 중심의 포장 면적을 줄이고 있는데, 이것은 빗물 침투 확대와도 연결됩니다."
이 같은 변화는 물 관리에 그치지 않고,
도시 공간 구조 자체를 바꿔놓았습니다.
녹지와 물 침투 공간이 늘면서
차량 도로가 줄어들었고, 주민들은
차 대신 자전거로 이동하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됐습니다.
▶ 인터뷰 : 니나 / 프라이부르크 보봉주민
- "저는 차가 없고 대부분 자전거로 이동합니다. 주변 사람들 중에는 차를 주차해 두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물건 옮길 때만 사용하고, 일상적으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주거지 내부로 차량 진입은 제한되고,
외곽 공동 주차장이 이를 대신합니다.
그 결과 보봉 지구의 차량 보유 대수는
인구 1,000명당 170여 대로
독일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차 없는 마을'이 됐습니다.
▶ 인터뷰 : 필립 슈팻 교수 /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 "건축법상 주차 의무를 예외로 인정받는 방법을 마련했습니다. 정기적으로 차량이 필요 없는 가구들을 대상으로, 주차 공간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것은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매우 독특한 제도입니다."
보봉은 물을 중심에 둔 도시 설계를 통해 교통과 환경, 생활 방식까지 함께 바꾸며, 하천 기능을 도시 밖으로 밀어내온 국내 중소도시들의 개발 방식과 뚜렷한 대비를 보이고 있습니다.
▶ 스탠딩 : 김상기 / 기자 (독일 보봉)
- "이런 변화는 차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아니라 물을 기준으로 공간을 다시 설계하는 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 선택이 도시 전체의 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독일 보봉에서 TJB 김상기입니다."
(영상취재 : 김용태 기자)
김상기 취재 기자 | skkim@tj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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