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노조 성과급 요구, 정말 "유례 없는 이기주의"일까

김예리 기자 2026. 5. 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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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보수언론, 삼성전자 노조 성과급 요구 때리기… 해외 사례 보니
'잭팟' 누구의 것인가…'노조 vs 주주' 구도에 초과이윤 환수 논의 뒷전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삼성전자 노동자 약 4만 명이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모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한 노조 조합원이 성과급 상한 폐지 실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AI 붐'으로 반도체 대기업의 초과이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배분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보수 언론은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 유례없는 요구'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초과 이익을 노조와 공유하는 제도가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도체산업 독점 이윤을 놓고 노조와 주주 대결 구도에서 나아가 '초과이윤세'를 통한 사회 환원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6년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57조 원, 38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총 95조 원의 실적으로, 지난해 국가 본예산(약 673조 원)의 약 14% 수준이다. 전년 한해 실적을 웃도는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직원들에게 평균 약 6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고, 삼성전자 노조도 영업이익 15%의 성과급과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한다.

경제지를 비롯한 보수 언론은 이러한 요구를 '집단 이기주의'로 전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11일 <한국 경제 흔드는 삼성전자 파업 리스크> 사설에서 “영업이익의 얼마를 달라는 노조의 요구는 글로벌 경쟁 업체들에서 유사한 사례가 없는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했다.

▲왼쪽부터 지난 11일 중앙일보, 지난 9일 한국경제 사설.

조선일보는 “유일하게 남은 경제의 기둥마저 성과 분배 문제라는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뽑아버릴 수는 없다”며 노조를 향해 “단기적 이익에만 급급하지 말고, 미래 경쟁력과 공동체 상생을 함께 고려하기를 기대한다”라고 했다. 한국경제는 “기업이 낸 이익 처분권은 주주에게 있다. 세금과 대출금, 협력업체 거래대금, 인건비 등을 모두 지급하고 남는 이익은 주주의 몫이다. '사회적 공유'를 해야 한다면 그 역시 주주가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글로벌 제조·반도체 업계 사례를 살펴보면, 산정 방식과 비중이 각기 다르더라도 '프로핏 셰어링'(profit sharing), 즉 회사가 올린 영업이익을 나누는 제도가 한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TSMC부터 전미차노조까지, 노조와 성과 공유 제도화

반도체업계 절대강자로 꼽히는 대만 TSMC가 지난 2월 본사 직원들에게 약 9조6000억 원의 성과급을 책정한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약 82조 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따른 것으로, 1인당 평균 1억1200만 원가량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이익 공유'를 단체협약으로 명시했다. 이들은 세전 영업이익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영업이익 100만 달러당 1달러'를 노동자에게 돌려주는 공식을 쓴다. UAW가 파업과 협상을 벌여 얻어낸 단협이다.

이에 GM과 포드는 '세전 영업이익 10억 달러당 1000달러' 공식을 두고 있다. 2019년 협상에선 1만2000달러라는 상한선도 없앴다. 스텔란티스는 북미 지역 수익률 1%당 900 달러를 지급한다. 그러다 보니 외신에선 매년 초 '빅3'의 실적 발표와 함께 수익 공유 금액을 함께 다루는 보도가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

독일은 공동결정제로 배당금과 노동자 성과급 연동

▲삼성전자 노동자 약 4만 명이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모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유럽에선 한 발 더 나아가 기업 이익 처분을 노조와 결정하는 나라들도 있다. 독일은 '공동결정제'를 뒀다. 2000명 넘는 기업에서 노사 절반씩 감독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벤츠는 이를 통해 배당금과 직원 성과급을 직접 연동하는 산정 방식을 쓰고 있다. 2024년 노동자들에게 1인당 약 1100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프랑스는 '법정 이익 공유제'(RSP)를 통해 50인 이상 기업이 이익 일부를 노동자에게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한다.

국내 언론도 이런 사례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중앙일보는 지난 9일 “대만의 TSMC, 미디어텍, 미국의 GM 등 글로벌 제조기업은 '세전 이익'을 기준으로 직원별 인사평가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고 했다. 그러나 11일 사설에선 노조의 영업이익 공유 요구가 유례없다고 단언했다.

이 같은 보도 흐름은 보수 언론이 노동조합 활동을 지속적으로 적대해 온 보도 관행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을 대리하는 안우혁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는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조합이 기본 역할에 충실하게 활동해도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SK하이닉스는 물론 국내외 경쟁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이번 갈등은 삼성전자가 예측 가능한 노사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언론은 그동안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삼성의 '무노조' 기조를 '원칙'이나 '경영 방식'처럼 묘사하며, 마치 헌법 질서 안에서 용인될 수 있는 선택인 것처럼 다뤄왔다”며 “반면 이번에도 노동조합의 요구와 파업 등 헌법상 권리를 '경제 리스크'로 규정하면서 책임을 노조에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연구실장은 “파업권은 법률을 넘어 헌법적 권리이다. 소위 '주식 떨어지니 파업하지 말라'는 비난의 논리는 비유하자면 '주식 안 떨어지게 지방선거 투표하지 말라'는 소리와도 같다”고 비판했다.

▲코스피가 전장보다 447.57포인트(6.45%) 오른 7,384.56으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2026년 5월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독과점 반도체기업 이윤, 당초 정상이윤 아닌 초과이윤

논쟁의 프레임이 '노조와 주주 간 다툼' 구도로 굳어지는 가운데, '초과이윤세'를 통한 사회적 환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홍석만 연구실장은 “제조업에서 (코스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영업이익률이 10%만 넘어도 '대박'이라고 부르는데, (두 기업이 기록한) 70%대라는 수치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이는 AI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세계적인 '이상 수요'와 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독과점, 전쟁과 미국 관세 정책 등에 따른 희토류 수급 문제 등 공급망 교란에 의한 초과이윤”이라고 강조했다.

홍 연구실장은 특히 “경제학에서는 시장 지배력에 따른 이윤도 정상이윤(normal profit)이 아닌 초과이윤”이라며 “그 독점 이윤의 요소로는 하청에 대한 착취가 존재한다. 반도체 산업의 원하정 구조가 다단계로 구성돼 원청은 매우 큰 이윤율을 실현하지만 1~3차 하청은 착취당하는 구조”라고 했다. “일상적 시기에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이익공유나 세금 환수를 통한 초과이윤 사회화가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산업의 이익이 공공적 기여로 이어지도록 제도화한 사례들이 있다. TSMC의 경우, 삼성과 SK와 같은 재벌 기업이 아니라 1대 주주가 대만 정부이며 주주 절반 이상은 외국인 주주이다. 홍 실장은 “이 같은 지배구조는 한국의 은행이 국민연금이나 공공기관 제외하고 5%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5% 룰'과 비견된다. (TSMC) 공기업을 민영화했지만 최소한의 산업적 공공성을 유지하려는 방편”이라고 했다.

미국의 경우 '칩스법', 즉 반도체법으로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올리면 국가가 이를 환수하는 '초과 이익 공유(unside sharing)'를 명문화했다. 기업이 국민 세금으로 성장한 만큼 그 혜택을 공공에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 원) 이상의 직접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대상인데, 이 기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TSMC 모두 해당한다. 다만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이 조항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거치며 '미국 내 재투자를 확약'하는 수준으로 대폭 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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