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쓰인 코인인데…몰수 가로막는 ‘낡은’ 형사소송법

신심범 기자 2026. 5. 1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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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을 숨길 목적으로 암호화폐와 같은 가상자산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시대를 제때 쫓지 못한 법률 탓에 범행에 쓰인 가상자산을 몰수·추징하지 못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은 각종 범죄이익의 은닉 수단으로 악용된다.

지난 11일 영남형사판례연구회에서 그는 형법을 개정해 몰수 대상을 '재산'으로 개정해 가상자산을 포괄하자는 취지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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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물건 아닌 재산상 이익…보복대행 대가 등 추징 걸림돌
지난 11일 부산지검 2층 대회의실에서 영남형사판례연구회가 열리고 있다. 신심범 기자


- 최상훈 부장검사, 법 개정 제안
- 특별법은 중형·해당범죄만 적용

“최근 보복 대행 범죄가 뉴스에 많이 나옵니다. 대신 보복해주겠다며 50만~100만 원의 비트코인을 대가로 받고 명예훼손이나 모욕, 폭행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겁니다. 그런데 이들이 대가로 얻은 비트코인은 몰수가 안 됩니다. 가상자산은 ‘물건’이 아닌 ‘재산상 이익’이라서, 현행법상 몰수·추징 대상이 아닙니다.”(부산지검 최상훈 범죄수익환수부장)

‘검은돈’을 숨길 목적으로 암호화폐와 같은 가상자산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시대를 제때 쫓지 못한 법률 탓에 범행에 쓰인 가상자산을 몰수·추징하지 못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은 각종 범죄이익의 은닉 수단으로 악용된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거래가 자유롭다는 특징 때문이다. 수십억 원이 오가는 대형 범죄는 물론, 보복 대행 같은 범죄에도 쓰이는 실정이다.

부산에서도 지난 3월 19~24일 부산진구 등지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지시를 받아 현관에 오물과 페인트 등을 뿌려 ‘테러’한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문제는 낡은 형사소송법이 범죄수익 몰수를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법률상 몰수 대상은 물건이다.

반면 가상자산은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 경제적 가치를 지니더라도 손에 잡히는 유형의 것이 아니라서 전자정보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그러니 물건이 아닌 재산상 이익으로 분류돼 형사소송법상 몰수 대상에서 배제된다.

재산상 이익을 몰수하려면 형소법 대신 특별법에 근거해야 한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나 마약거래방지법·불법정치자금법·자본시장법 등이다. 이들 법률은 물건·재산상 이익의 상위 개념인 ‘재산’을 몰수 대상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허점이 있다. 먼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법정형이 장기 3년 이상인 범죄를 대상으로 삼는다. 명예훼손처럼 법정형이 낮은 범죄는 빠진다.

나머지 마약거래방지법 등은 그 법률이 다루는 특정범죄에만 적용된다. 보복 대행 등 일상 속 범죄는 저촉 대상이 아닌 셈이다. 당연히 범죄수익 몰수도 불가능하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최 부장검사는 법률 개정을 제안했다. 지난 11일 영남형사판례연구회에서 그는 형법을 개정해 몰수 대상을 ‘재산’으로 개정해 가상자산을 포괄하자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래야 향후 새로운 유형의 가상자산이 나타나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 부장검사는 2018년 불법 음란물 유포 등 대가로 비트코인을 챙긴 일당에게 몰수·추징 명령이 내려진 사건을 담당한 바 있다. 가상자산이 범죄수익으로 환수된 첫 사례다.

이밖에 그는 가상자산 피압수자를 대상으로 ‘채찍과 당근’을 도입하자고 했다. 가상자산 압수수색에는 개인 키와 니모닉 코드(암호화폐 지갑 복구에 필요한 코드) 확보가 필수다. 협조하는 피의자는 형을 감면하는 규정을 만들고, 반대로 개인 키 등을 진술하지 않는 이는 처벌받도록 사법방해죄를 두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내 형법에는 사법방해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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