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택칼럼] 인공지능의 도전 앞에 선 인간

지난 주 우리대학에서는 "인공지능의 도전 앞에 선 인간과 교회"라는 주제의 학술발표회가 개최되었다. AI 기술의 현재와 미래, AI 알고리즘의 사회적 반향, 그리고 AI가 제기하는 인간학적, 윤리적, 신학적 문제에 대해 숙고하는 자리였다. 이번 발표회는 과학 기술, 사회 미디어, 철학, 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한데 모여 결성한 연구 세미나의 2년간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기도 하였다.
AI는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고, 종교도 거기서 예외는 아니다. 가톨릭교회는 오래 전부터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해 왔다. 교황청 문화교육부 산하 AI 연구 그룹에서 최근 발간한 두 저서 '인공지능과 만남'과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주체성 회복'(수원가톨릭대학교출판부)에서는 AI가 사회와 실생활에서 제기하는 다양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 가운데 '관계성'과 '주체성'의 문제가 특별히 부각된다.
먼저 관계성과 관련하여, AI가 인격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타자'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 제기된다. '인공지능과 만남'에서는 인간 지능의 고유한 특징과 함께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인격과 의식을 강조하며, 인격과 의식, 육체를 지니지 못한 AI는 인격적 주체로 간주될 수 없다고 본다. '사회적 AI'(AI 동반자나 도우미 등)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인간의 관계를 모방하는 '가상의 관계'일 뿐이다. 그렇기에 AI와 상호작용할 때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AI 챗봇과 대화 끝에 자살한 외국 청소년의 예처럼,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주체성 회복'에서는 AI가 책임 있는 인간 주체성을 지닐 수 없음을 주장하며, AI가 인간 주체성을 왜곡하는 다양한 사례, 곧 유도(nudging), 감시 자본주의, 탈숙련화, 알고리즘 통치, 허위 정보, 삶의 가속화 등을 살핀다. 인간은 자신에게 맡겨진 일과 그에 대한 책임을 자율성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AI에게 위임할 유혹을 받지만, 그럴수록 인간은 자신의 주체성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이 저서는 인간 주체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AI를 사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두 저서 모두 AI와 인간의 근본적인 차이에 대해 숙고하며, 인간의 고유함을 지키는 AI 활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에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AI의 등장이 인간 자신에 대해 깊이 숙고하도록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학술발표회에서 한 철학자는, 인간은 AI가 절대로 모방할 수 없는 유일무이하며 신성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AI가 아무리 발달하여 인간 사유의 모든 것을 재생산해내고, 인간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나보다 더 나의 심리를 잘 아는 AI가 등장한다고 할지라도, AI가 끝까지 따라하지 못할 인간만의 고유함을 찾고 그것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필자는 인간의 고유함이 '낳음'과 상관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간은 '낳음'을 통해 세상에 태어나 존재하며, 자신의 존재를 선물로 부여받는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인간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AI는 그렇지 않다. 인간은 똑같은 AI를 수도 없이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AI를 낳을 수는 없다. AI는 인간 손에 의해 만들어질 뿐이며, 유일무이함도 주장할 수 없다.
또한 인간은 '약함'을 안고 태어난다는 점에서 AI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간은 부모의 사랑으로 '잉태'되어 일정 기간을 어머니 뱃속에서 지내야 한다. 부모를 반씩 닮은 인간은 연약한 존재로 태어나 부모의 돌봄과 보살핌 속에 자라나 성인이 된다. 성인이 되어서도 인간은 약한 존재로 남으며, 노년에 이르러 더욱 세심한 돌봄과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AI는 이러한 돌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약한 몸을 지니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성을 지닌 존재라면, 그 이성은 AI와 능력을 겨루기 위해서가 아닌, 인간의 약함과 한계를 지켜주고 돌보는 데 활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AI는 바로 여기에 기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민택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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