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고분군 분포지 벌채 논란…포항시 문화유산 협의 없었다

서의수 기자 2026. 5. 1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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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 방제·수종전환 과정서 고분 흔적 훼손 우려
“매장유산 유존지역 확인됐지만 부서 간 사전 협의 없어”
▲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이후 대체목 식재가 이뤄진 포항시 북구 청하면 고현리 달봉산 일대. 현장 곳곳에는 벌채 흔적과 함께 봉분으로 추정되는 볼록한 지형, 함몰 흔적 등이 남아 있다. 서의수 기자

포항시 북구 청하면 고현리 일대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한 벌채와 대체목 식재가 이뤄진 가운데, 해당 현장이 매장유산 유존지역으로 확인됐음에도 포항시 문화유산 부서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포항시와 지역 향토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청하면 고현리 달봉산 일대에서는 재선충병 피해목 제거 이후 편백 등 대체목 식재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 일대는 향토사 자료에 고분군 분포지역으로 기록된 곳으로, 현장 곳곳에서 봉분으로 추정되는 지형과 석재 노출, 함몰 흔적 등이 확인되면서 매장유산 훼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향토사 자료에는 청하면 고현리 하방마을 뒤편 달봉산 일대에 100여 기 이상의 고분이 분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해당 고분군은 장방형 횡구식 석실분 형태로, 6~7세기 신라계 석실분으로 추정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현장을 확인한 박창원 향토사학가는 이 일대가 단순한 산지 지형이 아니라 고분군 흔적이 남아 있는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박 향토사학가는 "이곳은 횡혈식 석실고분 구조로 보이는 곳들이 있고, 속이 빈 석실 구조가 무너지거나 도굴되면서 가운데가 꺼진 형태가 나타난다"며 "볼록한 지형과 가운데가 함몰된 흔적은 고분으로 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말했다. 이어 "도굴 자체는 오래전부터 진행된 것으로 보이며, 모든 훼손이 이번 벌채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대규모 벌채와 대체목 식재 과정에서 장비가 동원됐고, 보존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작업이 진행되면서 일부 지형과 석재 구조가 추가로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포항시 문화예술과도 해당 현장이 매장유산 유존지역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경북일보와의 통화에서 "그쪽 현장은 매장유산 유존지역은 맞다"며 "일반인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시 내부망을 통해 조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업과 관련한 문화유산 부서 협의는 없었다.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협의는 없었다"며 "저희한테 협의가 들어온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녹지과 소나무재선충방제팀 역시 문화예술과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녹지과 관계자는 "문화예술과와 사전 협의 자체는 없었던 게 맞다"며 "입목 벌채의 경우 지표조사를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녹지과는 해당 사업이 포항시가 직접 발주한 공사는 아니라고 밝혔다. 녹지과 관계자는 "수종전환 사업은 시가 발주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산주와 원목 생산업자가 계약을 맺어 벌채를 하고, 시는 재선충병 확산 방지를 위한 파쇄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사업 기간은 2024년 11월부터 2025년 3월까지였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이 고분군 분포지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오늘 아침에 이런 얘기가 있다는 것을 들었다"며 "토지이용계획 확인상 문화유산 관련 지역으로 표시됐다면 사전 협의를 하거나 주의를 기울였을 텐데, 그런 내용이 표시되지 않는 지역으로 알고 있어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벌채가 들어간 부분은 맞다"고 답했다.

다만 포항시는 현재까지 공사로 인한 명확한 원지형 훼손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현장에 노출된 석재 구조와 함몰 흔적 등에 대해 "뚜껑이 열린 부분들은 옛날부터 도굴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장에서 원지형을 완전히 형질변경했다거나 하는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선충병 확산으로 수종전환 사업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매장유산 유존지역과 산림사업 구역이 겹칠 경우 사전 검토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녹지과 관계자는 "포항은 재선충 피해가 재난 수준으로 넘어가고 있어 수종전환 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추후에는 이런 실수가 없도록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사업을 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창원 향토사학가는 "우선 지표조사를 통해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고분군의 분포 범위와 훼손 정도를 확인한 뒤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