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주면 프리패스”…필수교양까지 달달 외우는 ‘가짜 대학생들’, 무슨 일? [이슈, 풀어주리]

조수연 AX콘텐츠랩 기자 2026. 5. 1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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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축제 앞두고 학생증 대여글 확산
아이돌 라인업 따라 50만 원대 거래도
빌린 사람·빌려준 사람 모두 처벌 가능
2024년 5월 27일 오후 축제가 열리고 있는 광주시 조선대학교에서 뉴진스 공연을 앞두고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가 길게 줄서 장사진을 치고 있다(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함). 뉴스1

인기 아이돌이 대학 축제 무대에 오르면서 재학생 학생증이 사실상 ‘입장권’처럼 거래되고 있다.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각 대학이 본인 확인을 강화하자 온라인에서는 학생증을 빌려 축제장에 들어가려는 편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틀 입장에 50만 원”…학생증 거래까지 나온 대학 축제

11일 대학가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5월 셋째 주를 앞두고 X에는 학생증과 신분증을 빌려주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학생증 대여’, ‘학생증 양도’ 등을 검색하면 오픈채팅방 링크와 함께 “가격을 먼저 제시하라”는 식의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거래는 외부인의 대학 축제 출입이 까다로워지면서 확산했다. 과거에는 학교 밖 사람들도 비교적 자유롭게 축제를 즐길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외부인 유입이 늘고 재학생 불만이 커지면서 상당수 대학이 학생증과 신분증을 대조한 뒤 학교 구성원에게만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인을 막기 위한 본인 확인 절차는 또 다른 거래를 낳았다. 재학생이 자신의 학생증을 돈을 받고 빌려주거나, 외부인이 이를 사들여 축제장에 들어가려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시세도 만만치 않다. 학생증 대여 가격은 하루 기준 5만원 안팎에서 많게는 20만원대까지 형성돼 있다. 어떤 연예인이 해당 학교 축제에 출연하는지에 따라 가격은 크게 달라진다. 이틀 입장 조건으로 50만원대 금액이 제시되는 경우도 있다.

올해 특히 학생증 거래 글이 많이 올라오는 학교로는 서울대, 홍익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이 거론된다. 오는 14일 서울대 축제에는 인기 아이돌 엔시티 위시가 출연한다. 서강대 대동제에는 라이즈, 트리플에스, 나우아임영 등이 이름을 올렸고, 홍익대 축제 라인업에는 백예린, 코르티스, 프로미스나인 등이 포함됐다.

2023년 5월 10일 대동제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정이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함). 뉴스1
“과잠·앱 로그인도 가능”…팬심 타고 커진 학생증 암시장

거래 방식도 점점 치밀해지고 있다. 일부 양도 글에는 성별과 학번을 밝힌 뒤 공기계에 학교 애플리케이션이나 에브리타임 계정을 로그인해주겠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과 잠바를 함께 빌려주거나, 학교 관련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조건도 붙었다.

이는 축제 기획단이 외부인을 걸러내기 위해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증과 신분증 대조뿐 아니라 학교 앱 로그인 여부를 확인하거나, 재학생만 알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특정 단과대 건물 위치나 필수교양 과목명 등을 무작위로 묻는 식이다.

결국 십수만원을 주고 학생증을 빌리더라도 입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양도 글에는 ‘입장 실패 시 일부 환불’, ‘입장 실패해도 환불 불가’ 등의 조건이 붙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도 학생증 거래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팬들 입장에서 대학 축제가 유명 아이돌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콘서트 티켓은 예매 경쟁이 치열하고 암표 가격도 높지만, 대학 축제는 입장만 성공하면 가까운 거리에서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좌석이 정해진 콘서트와 달리 일찍 줄을 서면 앞자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수요를 키우고 있다.

“빌려준 사람도 처벌 가능”…편법 입장 넘어 법적 책임까지

문제는 이런 거래가 단순한 ‘편법 입장’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증이나 신분증을 빌려준 사람과 빌린 사람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신분증 대여는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고, 학생증을 이용해 외부인이 재학생인 것처럼 속여 축제에 들어가는 행위는 업무방해죄 소지가 있다고 본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 변호사는 “신분증 대여는 주민등록법 위반이고 보통 벌금형이 나온다”며 “학생증 대여 또한 재학생을 위한 학교의 업무(축제)에 대해 외부인이 속여서 들어가는 것이라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각 대학 학생회도 학생증과 신분증 양도 행위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학생증 대여가 적발될 경우 학내 징계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공지했다. 축제 당일에는 학생증·신분증 대조, 학교 앱 확인, 재학생 확인 질문 등을 통해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학 축제를 둘러싼 학생증 거래는 인기 가수 라인업과 외부인 출입 제한이 맞물리며 커지고 있다. 그러나 수십만원을 주고 학생증을 빌려도 입장이 보장되지 않는 데다 적발될 경우 빌린 사람과 빌려준 사람 모두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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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AX콘텐츠랩 기자 newsuye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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