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유 '팔레스타인 영상' 유족 찾았다... “아들 시신 돌려달라”
-카우테르 나잘: 아들의 이름은 무함마드 할리드 무함마드 압둘 라힘 아부 알 로브입니다.
=뉴스타파 기자: 이 영상을 또 한 번 보시게 해 미리 사과드립니다. 틀어도 될까요? 이 영상 속에 나오는 분이 아드님이 맞나요?
-카우테르 나잘: 네.
영상이 시작되자 무함마드의 어머니 ‘카우테르 나잘’ 씨는 이내 고개를 돌리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영상 속 사람이 아들이 맞냐”고 묻자, 떨리는 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20초짜리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채팅앱 영상을 통해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한 어머니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카우테르 씨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었던 이 영상에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아들의 시신을 최소 다섯 번 발로 차 지붕 아래로 떨어뜨리는 장면이 담겼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10일 이스라엘군의 잔혹 행위를 규탄하는 글과 함께 엑스(X, 구 트위터)에 게시했던 바로 그 영상이다.
뉴스타파가 비영리단체 ‘사단법인 아디’와 협업해 영상 속 유족을 찾았다. 뉴스타파 기자는 지난 4월 30일 이른바 ‘이재명 공유 팔레스타인 영상’ 속 시신의 어머니인 카우테르 나잘 씨와 ‘왓츠앱’ 메신저를 통해 인터뷰했다.
영상 속 시신은 당시 28살 청년 '무함마드 아브 알로브'로 확인됐다. 무함마드의 어머니 카우테르 씨는 영상 속 이스라엘군이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뒤 1년 반이 넘도록 시신을 압류하고 있다며 “시신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티셔츠로 알아본 가족의 마지막 모습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북부 까바티야시에 사는 무함마드의 어머니는 2024년 9월 19일 아들을 잃었다. 이날 이스라엘 방위군(IDF) 특수부대(Special Forces)는 까바티야를 습격했다. 무함마드의 가족은 사건 현장에서 도보로 30분 떨어진 곳에 살기 때문에 그날의 상황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지 못 했다. 이웃 한 명이 “무함마드가 이스라엘군에게 살해됐다”고 말해줬다.
카우테르 씨에 따르면 영상에서 무함마드의 시신을 처음 알아본 것은 딸 마하르였다.
처음에 저희 딸이 (무함마드를) 알아봤어요. 여동생이 사준 티셔츠가 있었는데 그 때 처음이자 마지막 입은 거였어요. 저희 딸이 자기가 (오빠에게) 사준 티셔츠로 알아본 거죠.
- 카우테르 나잘 / 무함마드 어머니
카우테르 씨의 딸은 ‘오빠의 시신이 훼손당하는 영상’을 보고 엄마가 받을 충격이 걱정됐다. 딸은 엄마의 핸드폰을 이틀 동안 숨겨뒀다. 며칠 뒤 카우테르 씨는 핸드폰을 되찾았다. 그는 까바티야의 소식이 올라오는 텔레그램방에서 ‘그 영상’을 봤다고 말하며 이스라엘군의 잔혹 행위에 분노했다.
왜 시신에 그렇게까지 하나요? 이미 죽였잖아요. 어떤 종교도 이걸 허락하지 않고. 모든 관습이나 인권에도 어긋나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요? 물탱크에 총을 쏴서 피와 물이 뒤범벅되고, 불도저로 시신을 퍼갔어요.
- 카우테르 나잘/ 무함마드의 어머니

피바다가 된 그날의 옥상
무함마드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같은 날 동일한 습격으로 아들을 잃은 또 한 명의 어머니가 있다. 아흐마드 자카르네 루바니(27)의 어머니, 페리알 자카르네 씨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활동하는 독립언론 ‘스피크업’ 기자들이 까바티야 마을을 찾아가 아흐마드의 유족을 만나 인터뷰 했다. ‘스피크업’은 한국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 아디(ADI)’가 팔레스타인 현지에서 운영 중인 독립언론 육성 프로젝트다. 현재 팔레스타인 여성 예비 언론인 12명이 ‘스피크업’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사건 현장 바로 앞에 살고 있던 페리알 씨는 “그날 옥상에서 있었던 모든 상황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가 목격한 ‘그날의 옥상’은 피바다였다.
빗발치는 총알에 옥상에 있던 물탱크에 구멍이 뚫리고, 물이 쏟아져 나왔다. 사살된 팔레스타인 청년 3명의 피와 물이 뒤섞였다. 페리알 씨는 “아들 아흐마드는 옆 옥상으로 떨어져 양철 지붕 옆에 엎드려 있었다”고 말했다. 아흐마드의 유족이 제공한 영상을 보면 아흐마드의 시신도 이스라엘군에 의해 무참히 던져졌다.

두 번이나 심장이 멎는 고통
아흐마드의 아버지인 압델 하미드 루바니 씨는 핸드폰 수리하는 일을 한다. 그는 그날도 핸드폰을 고치고 있던 중 누군가가 아들의 영상을 보여줬다고 기억했다. 압델 하미드 씨는 “아흐마드가 양철 지붕 옆에 죽은 채로 누워 있는데 저는 아들인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순교자가 생겼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저희 아흐마드였던 겁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실려 갔다. “온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 같더니, 그대로 쓰러져버렸습니다. 앰뷸런스가 와서 이븐시나 병원으로 이송됐어요. 그 후 중환자실에 3일 동안 입원해 있었는데, 심장이 두 번이나 멈췄습니다.” 압델 하미드 씨가 당시 충격과 아픔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잔혹한 시신 훼손과 불도저 수거
이스라엘 현지 언론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압력솥 전술’을 펼쳤다. 이는 특정 건물에 화력을 쏟아부어 안에 있는 사람들을 건물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전술이다. 그 결과, 같은 건물 안에 있던 무함마드와 아흐마드 등 팔레스타인 청년 4명이 모두 건물 옥상 위에서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사살한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시신을 옥상 아래로 던졌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불도저에 달린 삽으로 시신을 퍼 올린 다음 까바티야에서 철수했다. 그렇게 무함마드와 아흐마드의 시신이 사라졌다.
이스라엘군이 시신을 훼손하는 장면과 불도저 삽으로 시신을 퍼올리는 장면 등이 현지 주민들이 찍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소셜 미디어에 퍼졌다. 까바티야에서 이스라엘군이 벌인 잔혹 행위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국제적 공분이 일었다.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 존 커비는 이스라엘군이 시신 훼손을 하는 장면을 두고 “극악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스라엘에 투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스라엘 군인들의 잔혹 행위가 “이스라엘군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정하며 해당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단체 벳첼렘의 야이르 드비르 대변인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 일로 제대로 처벌받은 이스라엘 군인은 없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벳첼렘은 이스라엘 인권단체로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일어나는 인권 침해를 연구하고, 이러한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더 정확한 확인을 위해 주한이스라엘대사관에 이메일로 질의서를 보냈다. △2024년 9월 19일 까바티야에서 시신을 훼손한 군인들의 이름 △이스라엘군이 실시한 조사 내용 △해당 군인들에게 취한 조치 등을 구체적으로 질의했다. 또한 △습격 후 이스라엘군이 훼손한 시신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가족에게 돌려줄 계획이 있는지도 함께 물었다.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은 시신 소재와 반환 계획에 대해서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스라엘 방위군의 입장을 담은 답변을 보내왔다.
해당 작전은 그 지역의 테러 활동을 저지하고 이스라엘 시민들에 대한 즉각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수행됐다. 시신 처리와 관련하여 이스라엘 방위군은 해당 행위가 이스라엘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으며,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뉴스타파에 보낸 답변서(2026.5.4.)
“아들의 시신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아들 시신의 행방조차 알지 못하는 유족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아흐마드의 아버지 압델 하미드 씨는 “아들의 시신을 돌려주길 요구한다”고 말했다. 무함마드의 어머니 카우테르 씨는 “(아들 시신 관련해)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며 “국제적십자사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 아들 시신 관련해 문의했지만 아무도 모르더라”고 말했다.
벳첼렘의 야이르 드비르 대변인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시신을 찾거나 방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750구가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시신이 이스라엘에 억류돼 있다”며 일부 시신은 이름도 장례 절차도 없이, 번호만 부여돼 땅에 매장됐고, 일부는 냉동고에 갇혀 있다”고 덧붙였다.
아흐마드의 어머니 페리알 씨는 “우리는 그저 아들이 보고 싶고, 마지막으로 껴안고 작별하고 싶다”며 “심장이 타들어가는” 간절한 바람을 호소했다.

“저희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2024년 9월부터 현재까지 이스라엘 당국은 무함마드와 아흐마드의 죽음에 대해 까바티야에서 ‘테러리스트에 대항하는 작전 중’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어머니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특정 무장 단체 소속도 아니고, 테러리스트도 아니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한 무함마드는 당구장과 카페를 겸한 작은 사업장을 운영했다. 무함마드의 어머니 카우테르 씨는 “아들이 저항 조직에서 활동하다가 2021년에 6개월가량 감옥에 간 적이 있다”면서도 “그 후로는 관련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특수한 맥락을 고려할 때 “6개월 수감 후 풀려난 것 자체가 ‘위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방증”이라고도 덧붙였다.
아흐마드의 어머니 페리알 씨는 아들이 자동차를 수리하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과거에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렸는데 해당 글 때문에 잡혀가 수감된 적이 있지만, 특정 (단체의) 깃발 아래 활동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아흐마드의 삼촌 자카리아 루바니 씨는 “저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며 “독립된 국가와 자유를 원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만행을 세상에 알려준 한국 대통령에게 경례를 하고 싶다”고 말하며 경례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시신 훼손은 상대방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기 때문
이스라엘 인권단체 벳첼렘의 야이르 드비르 대변인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시신을 억류하는 이유와 관련해 “이스라엘 측은 시신도 ‘협상 도구’라고 주장하지만, 그것도 완전히 진실은 아니”라고 말했다. 시신 억류의 진짜 목적은 “가족과 공동체에게 고통을 주는 것, 일종의 집단 처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시신 훼손 행태야말로 지난 수십 년간 이스라엘이 펼쳐 온 정책의 결과물이라고 봤다. 다시 말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동등한 인간으로 여기지 않도록” 이스라엘 당국이 교육하고 행동해온 결과라는 뜻이다.
국제법은 전쟁 중 적군의 시신 훼손을 금지하고 있다. 관습국제인도법(Customary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규칙 제113조는 “분쟁 당사자국은 사망자의 유해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한다. 시신 훼손은 금지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관습국제인도법은 제네바 협약을 보충하는 규범으로, 이를 위반하는 것은 제4차 제네바 협약 위반으로 볼 수 있다. 제네바 협약은 196개국이 비준한 국제조약으로, 이스라엘도 당사국이다.
이재명이 쏘아올린 팔레스타인 인권 문제
지난 4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에 이스라엘군의 잔혹 행위를 규탄하며 ‘Jvnior’라는 계정에 올라온 영상을 공유했다. 이 게시물에 이 대통령은 “이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쓰면서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첨부한 영상에서 이스라엘군은 무함마드의 시신을 발로 차 지붕 아래로 떨어뜨리는 잔혹 행위를 벌였다.
실제 엑스(X) 사용자 아이디 ‘Jvnior’가 쓴 원글에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하고 지붕 아래로 던졌다”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정보다. 해당 영상의 피해자는 아동이 아니고, 당시 이미 사망한 청년의 시신이었다. 이 대통령은 약 3시간 뒤 정정하는 글을 다시 엑스에 올리고는 “시신이라도 이와같은 처우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썼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4월 11일 새벽에 올린 엑스(X) 게시물에서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을 앞두고 유대인 학살을 경시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해당 사안은 2년 전에 철저히 조사해 해결되었다”라고 썼다.
이 대통령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한 번 게시물을 올려 재반박에 나섰다. 그는 “끊임없는 반인권적 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들의 지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다”라며 “내가 아프면 타인도 그만큼 아프다”라고 말했다.
벳첼렘 야이르 드비르 대변인도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에도 가자지구 폭격을 이어간 이스라엘의 모순을 비판했다.
정작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에 팔레스타인인들을 폭격하고, 살해하고, ‘인종 청소’를 자행했습니다. 홀로코스트의 진정한 교훈은 특정 집단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홀로코스트를 또 다른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써서는 안 됩니다.
- 야이르 드비르/ 이스라엘 인권단체 ‘벳첼렘’ 대변인
취재: 이명주, Rahmah Qadumi, Randa Alawneh
영상취재: Maya Tabanjah, Rahmah Qadumi, Randa Alawneh, 김동진, 오준식, 정형민
편집: 김은별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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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임승은
아랍어 통번역: Shirin Zaidan, 주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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