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용회복 회사가 악덕 추심업체 되는 동안 당국은 뭐했나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가 23년 전 카드대란 당시 발생한 수천억원대의 연체 채권을 정부가 마련한 채무조정 및 탕감 프로그램에 넘기지 않아 수만명의 취약계층 채무자들이 회생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실태가 12일 경향신문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특히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다중채무자들의 신용회복과 갱생이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설립한 상록수가 사실상 부실채권 추심회사로 변질돼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반면 채무자들은 20년 넘게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포용금융을 내세우면서 뒤에서는 약탈금융의 행태를 보여온 금융사들과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금융당국 모두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취약 채무자들의 장기연체 채권을 매입해 추심을 중단한 뒤 상환능력이 있는 채무자에게는 채무조정을 해주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상환능력을 상실한 채무자의 채권은 소각해 빚을 탕감해주는 ‘새도약기금’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그런데 상록수는 새도약기금에 카드대란 당시 발생한 9만명, 7000억원 상당의 장기연체 채권을 매각하지 않고 버텨왔다. 대신 상록수는 연체 채권을 계속 보유하면서 자체 추심 등을 통해 지난 5년 동안에만 42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려 지분이 있는 금융사들에 배당해줬다. 다중채무자들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당초의 취지는 온데간데없어졌고 부실채권을 이용해 돈을 버는 악덕 추심회사가 된 셈이다.
이는 상록수에 지분이 있는 금융사들이 이재명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에 발맞춘다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청년 및 취약계층에 각각 수천억원씩을 지원했다고 밝혀온 것과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금융사들의 이중적 행태도 문제지만 정부의 취약 채무자 회생 정책이 ‘반쪽짜리’로 전락할 때까지 금융당국이 이를 방치했다는 점도 큰 문제다.
경향신문 보도가 나가자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에서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며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상록수의 지분을 갖고 있는 신한카드,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사들은 잇따라 해당 채권을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계에선 상록수 외에도 장기연체 채권을 보유하고 추심 중인 회사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본다. 금융당국은 이제라도 금융권의 장기연체 채권 처리 실태를 전수조사해 상록수와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파악하고 취약 채무자들이 회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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