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韓 한탄강서 첫 보고…유럽 공포에 빠뜨린 바이러스

손주형 2026. 5. 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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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탄강 유역에서 처음 보고된 감염병이 유럽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호화 유람선 혼디우스호에서 한타바이러스가 번졌기 때문이다.

1976년 고(故) 이호왕 박사가 한탄강 일대에서 채집한 등줄쥐의 폐 조직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해 학계에 한타바이러스로 최초 보고됐다.

혼디우스호에 퍼진 한타바이러스는 한국 유행성출혈열과 달리 심폐증후군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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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서 발생…3명 사망
한국서도 매년 500명 감염
11일(현지시간)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페항에 정박한 유람선 혼디우스호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이동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선박이 항구에 입항했다. AFP연합뉴스


한국 한탄강 유역에서 처음 보고된 감염병이 유럽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호화 유람선 혼디우스호에서 한타바이러스가 번졌기 때문이다. 12일까지 혼디우스호 탑승자 147명 가운데 9명이 여기에 감염됐으며 3명이 사망했다. 유람선이 입항하려던 카나리아제도에서는 입항을 거부했다. 승객 국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은 탑승자를 다른 이들과 분리해 이송하기 위해 전담팀까지 구성했다.

한국에서 유행성출혈열로 알려진 한타바이러스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병이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 중부 전선에서 유행하며 주목받았다. 1976년 고(故) 이호왕 박사가 한탄강 일대에서 채집한 등줄쥐의 폐 조직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해 학계에 한타바이러스로 최초 보고됐다.

한국에서는 매년 감염자가 400~500명 발생한다. 혈관 기능 장애를 일으켜 고열, 폐부종, 신부전 등을 유발한다. 중증 신증후군출혈열 치명률은 10%다. 감염된 쥐 분변과 타액이 사람 호흡기, 눈 등에 닿으면 발병할 수 있다. “잔디밭에 함부로 앉거나 눕지 말라”는 경고는 한국인에게 익숙하다.

한타바이러스 공포를 호들갑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혼디우스호에 퍼진 한타바이러스는 한국 유행성출혈열과 달리 심폐증후군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 주로 발견돼 ‘안데스바이러스’라고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심폐증후군 치명률은 유행성출혈열보다 크게 높은 20~40%다. 사람 간 전파가 이뤄지지 않는 유행성출혈열과 달리 한타바이러스 중 유일하게 사람을 통한 감염이 보고되기도 했다. 이 병에 걸리면 발열, 복통, 구토 등 위장관 증상이 초기에 나타나며 악화하면 폐부종과 쇼크 등으로 이어진다.

3년 전 이 병에 걸렸던 캐나다인 론 워버턴은 “코로나19와 같은 증상으로 시작했지만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악화했다”며 “한타바이러스는 고문이자 지옥 그 자체였다”고 BBC에 말했다.

WHO는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가족, 연인 등 장기간 접촉한 사람 사이에서 제한적으로 전파된 사례가 대부분인 만큼 대규모 확산 가능성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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