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고유가 지원금’ 아쉬운 도내 외국인 밀집지역 상인들
“손님 10명중 8명 이주민… 안내문도 필요없어”
안산다문화거리, 편의점 등만 표식
주요 소비층 지급 제한에 혜택 소외
지역 상권 활성화 ‘취지 무색’ 목청

“이 동네는 지원금을 안내할 필요가 없어요….”
12일 오후 2시께 안산시 단원구 ‘안산다문화거리’.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 표식을 붙여놓은 곳은 편의점 등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에 그쳤다.
안내 표식을 붙여놓은 한 속옷 프랜차이즈 매장 상인 김모씨는 “지금까지 지원금 사용자를 한 명 봤는데, 그마저도 한국인이었다”며 “본사에서 포스터를 보내줘 붙여놓긴 했지만 손님의 10명 중 8명은 외국인이라 동네 특성상 굳이 안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안산시 단원구는 경기도 시군구 가운데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24.1%)이다. 이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3천28명(전체 3만6천742명)이 다문화거리가 있는 원곡동에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상인들은 대부분의 외국인이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홍보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데다, 정책 자체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야채·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임모(중국 국적·영주권자)씨는 “고유가 지원금이라는 걸 지금 처음 들어봤다”며 “안산 지역화폐 등은 결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으로 지역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상권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이주노동자가 주요 소비층인 경기도 내 외국인 밀집지역에서는 지급 대상이 제한적이어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경기도 내 장기체류 외국인은 73만4천495명으로, 전국 체류 외국인의 34%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대상인 영주권자(9만6천979명)와 결혼이민자(4만7천205명)는 약 20% 수준에 불과하다.
화성시 만세구 발안만세시장 상인들 역시 주요 고객인 이주노동자들에게까지 지원금이 지급돼야 지역상권 활성화라는 정책 취지에 더 부합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발안만세시장이 위치한 향남읍에는 도내 외국인 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만세구’(21.7%·4만446명) 거주 외국인 가운데 4명 중 1명꼴인 1만1천62명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야채·과일가게 상인 정모씨는 “한국인 손님들은 대체로 소포장된 걸 사려고 대형마트를 찾지만, 인근 공단에서 일하는 이주민들은 평일에 해 먹을 식재료를 저렴하고 넉넉하게 구매하려고 주말마다 시장을 찾는다”며 “지원금 지급 대상이 확대되면 지역 상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하는 최모씨도 “이주노동자들은 공장과 기숙사를 오갈 때 자전거를 많이 이용해 수리용 부품을 사러 자주 들른다”며 “월급 대부분은 본국으로 송금하지만, 지원금은 지역 내에서 사용해야 하는 만큼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이주평등연대 등 이주민 인권단체들은 지난달 28일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대다수 이주민이 제외됐다”며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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